[TEN 인터뷰] 백지영 “데뷔 20주년…제 인생이 누군가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오늘(4일) 새 미니음반 ‘레미니센스’를 발표하는 가수 백지영. / 제공=트라이어스

목소리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드는 가수 백지영. 1999년 ‘선택’으로 데뷔해 올해까지 20년을 노래로 가득 채웠다. 백지영이 2016년 내놓은 디지털 싱글 ‘그대의 마음’ 이후 약 3년만에 오늘(4일) 오후 6시 새 미니음반 ‘레미니센스(Reminiscence)’를 발표한다. 그동안 드라마 OST에 참여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랜 백지영은 이번 새 음반에 자신의 장점을 살리면서 거창하지 않게 ’20주년’이라는 의미도 녹였다. 타이틀곡 ‘우리가’는 애절한 분위기의 노래로, 그의 구슬프고 호소력 짙은 음색이 돋보인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백지영의 마법이 다시 시작된다.

10. 3년 만에 새 음반을 발표하는 소감은 어때요?
백지영 : 사실 이번에 준비하면서 듣고 알았어요.(웃음) 많이 쉰 건 아니고 아이도 어렸고, 다른 방송 활동은 했거든요.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요.

10. 이번 음반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까?
백지영 : 곡 수집은 지난해 9~10월부터 시작했고, 하반기에는 녹음에 들어갔어요. 음반의 목록이 만들어지고 마지막 녹음을 한 건 지난 9월 16일이에요.

10. 처음부터 미니음반 형태로 기획했나요?
백지영 : 네, 맞아요. 싱글 음반이 수월하고 시간적으로 더 좋을 수 있었겠지만 올해 데뷔 20주년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는 분들이 많더군요. 정규 음반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미니로 결정했죠.

10. 곡 수집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이 있나요?
백지영 : 가장 처음 받은 곡이 타이틑곡으로 정한 ‘우리가’예요. (엄)정화 언니의 ‘쉬(She)’라는 곡을 들었는데 굉장히 좋더군요. G.고릴라가 쓴 곡이길래 의뢰했는데 고맙게도 저의 맞춤곡을 써준 거예요. ‘She’와는 분위기가 달라요. 처음에는 따뜻한 분위기로 시작하다가 후렴구에는 치닫는 느낌으로 바뀌고, 끝에는 약간 슬프지만 또 따뜻한 분위기죠. 기승전결이 버라이어티하고, 감성적으로 마무리짓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가 딱이었어요. 타이틀곡을 정할 때 세 곡을 두고 고민하다 주위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서 결과를 받았는데 ‘우리가’가 압도적이었죠. 감정이 짙지만 따뜻하게 끝나고, 무엇보다 가장 처음 받은 곡이어서 첫째 아이처럼 애정이 있었고요.

10.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지성이 출연했습니다.
백지영 : 배우 섭외 조건이 있었어요. 나이가 너무 어리면 안 될 것 같았고, 클로즈업으로 아름다운 눈빛을 보여줄 수 있으면 했습니다. 또 오열이 가능 한 연기력까지 세 가지 조건이었죠. 지성씨에게 노래를 보내고 부탁했는데 “노래가 너무 좋다”며 흔쾌히 수락했어요. 예상보다 촬영 시간이 길었는데도 애써줘서 감사하죠.

10. 음역대가 더 높아진 것 같아요.
백지영 : 사실 가장 높은 음은 그동안 발표한 노래와 비슷한데, 그 음역대에서 후렴구가 반복돼 조금 힘들어요.(웃음) 그동안 계속 연습했는데 단 한 번도 완창이 안되는 거예요. 숨이 모자라서, 하하. 며칠 전부터 열 번 부르면 네 번 정도 완창을 하고 있습니다.

10. 고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백지영 : 처음에 곡이 나오면 음을 확인해요. 노래를 습득하고 녹음실에서 부르면 여유로워서 반이나 한 음 정도를 높이면 후렴구에 완성도가 좀 더해지는 기분이에요. 힘들게 도달해야 좀 더 단단하게 다져지는 느낌이죠. 음역대를 보다 더 높여야 스스로도 발전이 있고 곡도 더 잘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무리해서 높은 음역대를 찾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도 원래 음정보다 반 높아졌고 다른 곡들도 그래요. 스태프들은 걱정하죠. “콘서트 때 후회하면서 왜 그러냐”고요. 하하.

10. 목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백지영 : 옛날에는 배도라지 즙도 마시고 프로폴리스도 뿌려보고 다 했는데, 술을 안 마시고 잠을 잘 자는 게 최고더군요. 아이를 낳고는 술을 거의 안 마시는데 목 관리가 따로 필요 없다는 걸 알았어요. 예전에는 회복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는데 이제는 아이도 키우고 집안 일도 해야 해서 무너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에요.

10. 백지영의 목소리에는 한(恨)이 있다고 하죠.
백지영 : 콘서트 때도 반응이 확 오는 곡은 발라드가 많아요. 스스로는 그런 생각을 못 했는데 좋은 음색을 부모님께 받은 것 같습니다. 더불어 녹음하면서 작곡가들이 섬세하게 신경을 써주죠. 전체적으로 조합을 해보면 탁성인데도 음역대가 높고, 약간 거슬릴 수 있는 호흡 소리를 기술적으로 잡아주면서 제 안에 있는 것이 표현되는 것 같아요.

10. 음반 제목을 ‘추억’ ‘회상’이라는 뜻의 ‘레미니센스’로 정한 이유는요?
백지영 :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때가 떠오르고, 계절의 향기도 느껴지는 제목으로 짓고 싶었어요. 노래로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싶었죠. 그래서 저는 노스텔지어(Nnostalgia)라는 단어도 떠올려봤어요. 모든 걸 함축적으로 담고 싶었는데, 기획사의 한 직원이 ‘레미니센스’라는 단어를 찾아냈죠. 의미도 좋고 발음도 예뻐서 결정했습니다.

10. 댄스곡으로 활동할 생각은 없나요?
백지영 : 정말 하고 싶어요. 싱어송라이터가 아니어서 여러 작곡가들에게 댄스 장르도 요청을 하는데 주로 받는 곡은 발라드예요. 간혹 댄스곡을 받으면 제가 소화하기 힘들거나, 방향성을 잡아주면 올드(Old)한 느낌이 나요. 주변에 늘 댄스곡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쉽지 않네요.(웃음)

가수 백지영. / 제공=트라이어스

10. 데뷔 20주년을 맞은 기분은 어때요?
백지영 : 모든 가수들이 새 음반이 나올 때마다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사실 저는 ’20주년’이라는 의미를 크게 두지 않았어요. 오히려 지난해에 ‘내년이면 20주년이구나’ 싶었죠. 그때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오히려 20주년이 되니까 담담했어요. 주변에서 20주년에 의미를 두셔서 생기긴 했는데, 사실 저는 21주년, 22주년도 모두 특별해요.

10. 지난날을 돌아본다면?
백지영 : 제가 노력해서 됐을까, 생각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사람보다 풍파도, 이슈도 많았죠. 그 시간을 받아들이고 기다리고 견뎠더니 20년이 됐어요. 모자란 부분도 많은데 저에게는 특별한 기회가 많았어요. 가장 감사한 건 지금까지 같이 일해준 회사 식구들이에요. 그들이 애정을 갖고 도와줘서 가능한 일이었어요. 물론 자력도 없지는 않겠지만 스태프들의 공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10. ‘워킹맘’ 백지영의 일상도 궁금해요.
백지영 : 다른 ‘워킹맘’과 다르게 특별한 건 없어요. 대신 저는 직장인처럼 시간이 규칙적인 일은 아니어서, 장점과 단점이 있죠. 어떤 날은 너무 오래 나가 있어서 미안하지만, 또 어떤 날은 3~4일 내내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늦은 나이에 한두 번의 실패를 거쳐 선물처럼 온 아이여서 소중함이 큰데 그렇다고 아이에게 넘치게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단호하게 키우는 편이에요. 일하러 나갈 때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니까 이제 아이도 이해하는 것 같아요. 웃으면서 보내줘요. 그게 또 더 짠하기도 해요.(웃음) 아무 일 없이 순탄하게 자라주고 있어서 감사해요. 그래서 그런지 ‘워킹맘’이라는게 미안할 때도 있지만 뿌듯하기도 합니다.

10. 남다른 면도 있습니까?
백지영 : 목청이 크고 흥이 나면 확실히 데시벨이 높아요. 근데 그렇다고 꼭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니까 객관적으로 봐야죠.(웃음) 그런데 확실히 에너지는 보통이 아닙니다.

10. 가수를 하겠다고 하면 적극 응원할 생각이신가요?
백지영 : 아이가 몸을 흔들기만 해도 제 눈에는 특별해 보여요. 객관적인 눈을 갖는 게 중요할 것 같고, 아이가 원하는 꿈을 찾아서 뭔가를 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잖아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말리는 건 합리적이지 못한 것 같고, 그렇다고 나서서 음반을 내주는 것도 아니죠. 다만, 가수를 하면 화려한 면보다 지치고 힘든 점이 많다는 걸 미리 알려주고 정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10. 최근 Mnet ‘보이스 코리아1’에 출연한 가수 우혜미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만큼 더 안타까웠을 것 같아요. 
백지영 : 혜미가 우리 팀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기억에 남을만한 실력을 보여줬어요. 이후 피처링을 한 ‘바람이나 좀 쐐’가 나왔을 때 기분 좋았어요. 깊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하고 싶은 걸 한 느낌이 들었죠. 소식을 접하고, 세상과 이별하는 이들의 연령대가 점점 더 어려지는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고요. 누구보다 풍파가 많은 가수 생활을 해온 사람이어서, 그들의 고난의 종류를 정확하게는 몰라도 어떤 식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제가 그렇게 살아온, 데뷔 20주년을 맞은 저의 인생이 그들에게 힘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든 시간에는 뭘 붙잡아도 좋아요. 신앙, 취미, 가족의 사랑…. 잘 견디면 반드시 인생의 또 다른 면이 나타나요. 그건 확신해야 하는데, 그걸 저에게서 보면 좋겠어요.

10. 어떤 걸로 마음을 잡았나요?
백지영 : 저는 신앙과 가족의 사랑이었어요. 어렸을 때는 가족의 힘이 컸고, 그 뒤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신앙의 힘이 조금 더 커졌고요. 불완전한 세상, 인간이라는 걸 알고 나니까 아등바등, 조급함이 없어지더라고요. 시간을 흘러가게 놔두고, 그 위에 있어보니까 알게 됐죠. 당기면서 줄다리기할 때는 힘들었는데 시간 위에서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오늘을 맞이하니까, 사실 또 아주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10. 오랜만에 발표하는 음반으로 기대하는 성적은요?
백지영 : 새로운 회사에 둥지를 틀었는데, 확실히 가수와 스태프들의 의견은 차이가 있더군요.(웃음) 회사 식구들은 음원차트 ‘올킬’을 꿈꾸지만 그건 너무 부담스러워요. 한두 곳의 음원차트에서 1위나 2위를 찍고 내려와서, 공연을 통해 많이 부르고 싶습니다. 저를 보는 후배들이 많아지니까 무대에서 더 긴장하는데 그래도 무대 위에서 호흡할 때 가장 즐겁고 애정을 갖게 됩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