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닥빙

닥빙 [명사]
1. 어떤 대상과 영혼의 교감을 나눔
2. 닥치고 빙의

진정한 앎은 실천을 통해 완성되는 법이다. 그러나 지식이 행위로 발현되는 과정에는 많은 장애물들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중국 명대의 유학자 왕양명은 지(知)와 행(行)이 일치하지 못하는 이유로 사욕(私慾)의 개입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속에는 도덕적인 규범이 존재하는 심즉리(心卽理)상태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를 행위로 발현시키기만 한다면 윤리적인 세계 구축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이때 현대인들이 지행을 합일시키기 위해 여타 외부적인 요인들을 일거에 소거하고자 사용하는 표현이 바로 ‘닥치고’다. 재촉 최상급의 표현으로 단독으로 사용 가능하며, ‘닥본사’ (닥치고본방사수)를 통해 동사 앞에서 활용 가능한 접두어 ‘닥-’이 널리 대중화 된 바 있다.

그러나 때로 지행의 합일은 바로 사욕을 원동력삼아 실현되기도 한다. 심지어 현실적인 행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유체이탈에 가까운 교감을 통해 가상의 행위를 자기만족과 위안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극렬한 영적 체험을 ‘빙의’에 빗대어, 다급히 특정한 인물의 감정을 공유하며 가상 체험에 빠져드는 상태를 ‘닥빙’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닥빙의 대상은 사람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고양이, 호두마루에 닥빙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공감의 상태가 지속되어 그 행위가 실제 육신을 통해 발현되는 경우에도 닥빙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용례[用例]
* 한국의 또래들과 비슷한 유년기의 추억에 닥빙한 그녀를 보면서 제이지는 무슨 생각을 할까.
* 돌+아이도 때론 패션 엘리트들에게 닥빙하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지.
* 모팔모와 오후반에 동시 닥빙할 수 있는 능력자가 출현했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