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퍼펙트맨’ 조진웅X설경구의 힘…뻔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퍼펙트맨’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

벤츠 차량의 뒷부분 E230의 숫자를 바꿔 달아 E400을 만들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허세로 가득하다. 자신만이 고집하는 패션 스타일도 있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중요한 자리에 말끔한 정장이 아니라 요란한 패턴의 점퍼를 입고 당당하게 등장한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 ‘폼생폼사’다. 가진 것 하나 없지만 늘 ‘한방’만을 노리며 살고 있다. 그 한방을 통해 진짜 폼나게, 퍼펙트한 인생을 살고 싶은 남자 ‘꼴통 건달’ 영기(조진웅)다.

또 한 남자가 있다. ‘백전백승’ 승률 100%를 자랑하는 전설적인 대형 로펌 대표 장수다. 큰 사고로 사지가 마비됐고 말기 암 판정을 받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지금 가진 것이라곤 돈뿐이다.

조직의 후배에게 밀린 ‘건달’ 영기는 분을 참지 못하고 애꿎은 사람에게 주먹 한 방 잘못 날렸다가 15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게 된다. 이후 호화로운 시설을 갖춘 요양원에서 몸을 못 쓰는 장수를 돌보게 된다. 성격부터 직업, 패션까지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몸과 마음 모두 고단한 장수는 딱 봐도 튀는 ‘꼴통 건달’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하고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이 와중에 영기는 조직 보스 몰래 주식에 투자한 회사 자금 7억원을 몽땅 날린다. 궁지에 몰린 영기에게 손을 내민 건 다름 아닌 장수다. 자신과 살아가는 방식이 전혀 다른 영기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남은 2개월 동안 자신이 계획했던 일을 실행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들었다. 급기야 “이렇게 살다 죽으면 12억, 사고로 죽으면 27억. 내 일 도와주면 사망보험금 네 앞으로 해줄게”라며 딜을 제안한다.

영화 ‘퍼펙트맨’의 설경구와 조진웅./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퍼펙트맨’은 사망보험금을 놓고 펼쳐지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소재 자체는 새롭지 않다. 전체적인 설정만 놓고 보면 2012년 개봉했던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과도 비슷하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휴먼극이다. 하지만 조진웅과 설경구가 이런 진부함을 보기 좋게 깨버린다.

“춤추듯 연기하더라”라는 설경구의 말처럼 조진웅은 물 만난 고기처럼 영기 자체가 돼 극을 이끈다. 롤모델이라는 설경구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원맨쇼를 펼친다. 초반에 웃겼다가 막판에 감동을 주는 일반적인 패턴인데도 조진웅의 살아 숨 쉬는 연기 덕에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설경구는 믿고 보는 배우답게 가만히 앉아서도 관객들을 설득시킨다. 사지를 쓰지 못해 눈빛과 미소 등 표정만으로 연기하는데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기에 영기의 20년 단짝 친구 대국으로 등장하는 진선규와 조직 보스 범도 역의 허준호, 끝까지 장수의 곁을 지키는 변호사 은하를 연기한 김사랑까지 조연들도 힘을 싣는다.

통쾌한 액션도 없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명품 배우들이 일으키는 시너지는 그 어떤 작품보다 대단하다. 뻔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만든다.

오는 2일 개봉.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