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더 룸’, 욕망에 욕망을 덧칠한 인간들 비탈에 서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더 룸’ 포스터./ 사진제공=퍼스트런, 팬 엔터테인먼트

화가 맷(케빈 얀센스 분)과 번역가 케이트(올가 쿠릴렌코 분) 부부는 도시에서 떨어진 한갓진 동네로 이사를 온다. 그들이 살아갈 저택은 고풍스러운 외관만큼 내부도 손볼 곳들이 있어서 전기 기술자를 부른다. 전기 기술자는 외지인인 부부에게 수십 년 전 이 저택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우연히 맷은 저택에서 벽지로 감추려고 했던 ‘비밀의 방’을 발견한다. 머지않아 그 방에서 말만 하면 무엇이든 다 들어준다는 것도 알게 된다. 돈, 보석, 드레스, 최상급 샴페인, 반 고흐의 그림···. 처음에는 꺼림칙했던 케이트도 짜증나는 번역가 인생을 쫑내겠다며 맷과 함께 흥청망청 폭주한다. 소박함, 따스함이 사라진 부부의 일상에는 차츰 공허함이 찾아든다. 그리고 두 차례 유산을 경험했던 케이트는 방을 이용해 아기를 만든다. 이 일로 맷과 케이트는 극렬하게 맞부딪힌다.

맷은 자신의 수상쩍은 저택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저택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 용의자 존 도(존 플랜더스 분)를 만나러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한눈에도 의뭉스러워 보이는 존 도는 맷에게 권고한다. “그 집에서 당장 나와. 더 늦기 전에.”

영화 ‘더 룸’ 스틸컷./ 사진제공=퍼스트런, 팬 엔터테인먼트

지난 25일 개봉한 ‘더 룸’은 제23회 부천영화제 작품상(장편부문)을 수상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크리스티앙 볼크만 감독은 애니메이션 ‘르네상스’(2006)로 칸영화제 애니메이션 비경쟁 부문에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자리를 옮긴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더 룸’은 실사영화임에도 시각적인 표현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더 룸’은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하여 쫄깃한 전개로 휘감는다. 비밀의 방에서 만들어진 아기 셰인은 그 어떤 소원보다, 그 어떤 존재보다 극에 긴장을 불어넣는다. 볼크만 감독은 이 영화가 현재의 산업체계에서는 물질적 소유가 인간에게 행복을 준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과연 이 명제가 사실인가에 대해 한 번 더 고찰하며 정신적인 차원에서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고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인간이 창조주가 되면서 사는 것인지, 창조주가 존재하고 우리가 있는 것인지까지 숙고하게 되는 작품이다.

최근 볼크만 감독은 “존 도, 케이트, 맷 외에 이 방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 부부가 방을 발견하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 방을 먼저 사용했던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도 있고, 프리퀄에 대한 많은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면서 ‘더 룸’을 진진하게 본 관객들에게 솔깃할 소식을 전해 왔다.

영화에 등장하는 ‘존 도’는 미국에서 신원 미상자에게 붙이는 가명이기도 하다. 존 도가 했던 대사는 의미심장하다. 원하는 걸 갖지 못하는 인간보다 더 위험한 게 원하는 대로 다 갖는 인간이라는···.

욕망에 욕망을 덧칠한 인간들은 비탈에 다다르게 마련이다.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