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풀 인풀’ 첫방] 주말극 맞아? 긴장감+속도감 있는 전개

[텐아시아=우빈 기자]

사진=KBS2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방송화면 캡처

KBS2 새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하 ‘사풀인풀’)이 속도감 있는 전개와 비극적인 사건으로 첫 회부터 눈길을 끌었다. 흔하진 않지만 주변에 있을 법한 가족의 형태, 꿈 없는 10대와 더 높은 곳을 꿈꾸는 청춘 등 현실적인 모습들을 모나지 않게 극적으로 표현했다.

지난 28일 방송된 ‘사풀 인풀’은 일상과 다름없는 아침이었지만, 뭔가를 계획한 김청아(설인아 분)의 2009년 아침으로 시작됐다.

잠에서 깬 김청아는 ‘디데이, 1시 구둔역’이라는 알람을 확인하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거실에서는 청아의 아버지 김영웅(박영규 분)과 선우영애(김미숙 분)의 대화가 이어졌다. 전직 프로농구 선수이자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였지만 지금은 백수인 김영웅은 맨손 운동을 하다 아내를 불렀다. 선우영애는 노동을 기피하는 남편 대신하는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자 아내이자 엄마였다. 선우영애는 김영웅에게 잔소리를 하면서도 남편을 챙겼다.

김청아는 새벽부터 엄마의 치킨 가게 일을 도왔다. 아나운서인 언니 김설아(조윤희 분)는 김청아를 보고 “고3인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뭐가 될 거냐”며 답답해했다. 그러자 김청아는 “이번 생은 나 아무것도 못 될 거다. 다시 태어나면 그때는 꼭 근사한 사람 되겠다”고 말했다. 김설아는 “아나운서는 목표일 뿐 꿈은 아니다. 내 꿈은 재벌가 입성이다. 상속녀가 되는 게 꿈”이라고 야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동생에게 오늘 목표만이라도 세우라고 조언했고, 김청아는 “오늘 목표는 세웠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설아는 재벌집 입성을 위해 연회비가 300만 원이 넘는 헬스장을 다녔다. 지갑 사정은 넉넉지 못 했지만 노는 물부터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열심히 운동했고, 그런 김설아의 모습을 인터마켓 대표인 도진우(오민석 분)가 눈여겨봤다.

사진=KBS2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방송화면 캡처

엄마의 일을 도운 김청아는 티격태격하는 부모님을 보다 “사랑해”라고 고백했다. 어린 막내에게도 “사랑해. 네가 사랑하는 것보다 많이”라고 따뜻하게 말했다. 선우영애는 김청아가 써놓은 “엄마에게 나는 치킨 냄새가 좋아”라는 쪽지를 보며 “하트가 7개네. 착하고 예쁜 것”이라며 행복해했다.

하지만 김청아의 속마음은 달랐다. 느닷없는 사랑고백은 작별인사였다. 2년 넘게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던 청아는 자살을 결심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만난 구준겸(진호은 분)과 동반 자살을 계획하며 수면제를 준비했다. 약속 장소인 구둔역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김청아는 군인인 구준휘(김재영 분)와 마주 앉게 됐다.

잠이 든 김청아가 먹던 젤리가 구준휘의 군화에 떨어지고, 머리카락이 구준휘의 가방에 걸리는 등 묘한 인연이 지속됐다. 구준휘에게 첫눈에 반한 김청아는 “아저씨, 다음 생에 만나자 우리. 이번 생은 여기까지니까.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해달라. 목소리 기억이 안 난다”라고 했다. 구준휘는 “잘 가 학생”이라고 대답했다. 김청아는 구준휘에게 걱정인형을 선물했고, 구준휘는 인형을 보며 미소 지었다.

김청아와 구준겸은 예약해둔 숙소에 도착해 자살을 결심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구준겸은 김청아에게 “난 사람을 잡아먹어. 엄마까지 3명”이라고 말했다. 김청아는 “식인종 이야기는 뭐냐. 김청아도 추가해라”라면서 “떡볶이 먹으러 가자”라고 했다.

같은 시각, 구준겸 엄마 홍유라(나영희 분)는 연락이 닿지 않는 아들을 걱정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오려놓은 ’10대 무면허 뺑소니 80대 할머니 치고 달아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견했고,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자동차 열쇠를 찾았다. 열쇠가 제자리에 있어 안도했지만, ‘미안하다’는 구준겸의 문자에 홍유라는 학교로 달려갔다. 하지만 어디에도 구준겸은 없었다.

사진=KBS2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방송화면 캡처

다음날 새벽, 김청아는 서늘한 기분에 눈을 떴다. 옆에서 자던 구준겸은 없었고 그가 남긴 편지뿐이었다. 구준겸은 “떡볶이 하나에도 행복하면서, 바람에도 고마워하면서 내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줘. 넌 이제 혼자가 아니다. 내가 항상 지켜줄게. 또 지켜볼게”라는 유서를 남겼다. 김청아는 구준겸을 찾기 위해 땀나도록 뛰었지만 구준겸은 강에 투신해 이미 숨진 뒤였다.

강에 들어가 구준겸의 시신을 건진 김청아는 벌벌 떨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랑 같이 죽기로 했는데 혼자 죽었다”는 딸의 말에 엄마는 달려갔다. 선우영애는 죽은 구준겸을 보고 “쟤처럼 안돼서 다행이야. 감사합니다”라고 오열했다. 정신을 차린 선우영애는 딸을 자살 방조범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펜션에서 동반 자살을 준비한 흔적을 지웠다. 선우영애는 김청아에게 ” 아들이 자살로 죽었다고 하면 얘 엄마 못 살아. 엄마까지 평생 죄인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 아이는 사고로 죽은 거다. 사고사다”라고 설득했다. 선우영애는 “엄마는 오늘 여기 안 왔어. 경찰에서 연락 오면 경찰서로 갈 거니까 어서 사고 신고해”라고 말했고, 청아는 넋이 나간 채 경찰에 전화했다.

◆ 주말극 맞아? 속도감 있는 전개

‘사풀인풀’ 제작진은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막장으로 억지 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가족의 행복을 주로 이야기한 기존 드라마들과 달리 ‘사풀인풀’은 자아 찾기, 자존감 회복 등 ‘나’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사풀인풀’ 첫 회는 확실히 기존 주말드라마와 달랐다. 가족 이야기, 일상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기존 주말드라마와 달리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주인공 김청아가 자살을 결심하며 이야기가 전개됐다. 보통 주말극의 경우 초반이 지나야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사풀 인풀’은 첫회부터 비극적인 사건을 던지며 몰입도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특히 이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펼쳐질 인물 간의 관계와 갈등 등을 예고하며 “한 회라도 놓치면 후회할 것”이라던 김미숙(선우영애 역)의 자신감에 힘을 보탰다.

◆ 설인아X조윤희X김미숙, 강렬한 女캐릭터

김청아는 꿈도 미래도 없는 외로운 10대이자 학교 폭력의 피해자다. 밖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가족들에겐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모습, 괴롭힘을 당해도 가족들 앞에선 웃으려는 노력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김청아를 연기한 설인아는 전보다 늘어난 연기력과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눈길을 끌었다.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답답한 발성과 뭉개는 발음 등을 고친 모습이었고, 극의 가장 중심이 되는 사건의 주인공으로서 제 몫을 다 해냈다.

김설아는 재력과 권력을 탐하는 야망가다. 그 야망을 위해 분수에 맞지 않은 비싼 운동을 하고, 좋은 평판을 얻기위해 뉴스에서 ‘정의’로운 척 멘트로 한다. 야망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밉지 않은 건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조윤희는 김설아가 가진 솔직한 감정들을 가감 없이 표현하며 캐릭터의 설득력을 더했다.

드라마의 시작을 딸 김청아가 알렸다면 끝은 엄마인 선우정애가 맺었다. 선우영애는 가장의 역할을 다하지 않은 남편을 대신해 경제 활동을 하는 가장이다. 이름을 잃어버리고 엄마로 아내로 사는 모습은 주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무엇보다 가슴을 아리게 하는 모성애 연기는 짧지만 강렬했다. 딸의 동반 자살 계획을 듣고 충격을 받지만 딸이 죽지 않았다는 안도감, 딸을 지키기 위해 사고사로 위장하려는 마음, 죽은 아이 엄마의 마음까지 생각하는 모습 등으로 강렬한 인상을 안겼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