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 체질’ 종영] 마지막까지 따뜻하고 유쾌하게…’이병헌표 코믹’의 묘미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JTBC ‘멜로가 체질’ 방송화면. /

서른 살의 여자친구들은 처음처럼 라면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고민도 걱정도 다 내려놓고, “만회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며 서로를 향해 활짝 웃었다.

지난 28일 막을 내린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극본 이병헌 김영영, 연출 이병헌 김혜영)의 마지막 장면이다. 지난 8월 9일 시작한 이 드라마는 최종회인 16부 내내 유쾌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때로는 누구나 공감할 법한 상황과 대사로 코끝을 시큰하게 만들기도 했다.

‘멜로가 체질’의 마지막은 ‘그렇게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식의 뻔한 결말은 아니었다. 이은정(전여빈 분)의 집에 모여살던 임진주(천우희 분), 황한주(한지은 분), 이효봉(윤지온 분) 등이 모두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구해 나가는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은정은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상수(손석구 분)와 아프리카로 떠나기로 했고, 자신이 집필한 드라마를 내보내고 일희일비하는 진주,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 한주까지 다채로운 일상을 보여줬다.

헤어진다고 해서 눈물을 흘리거나, 진지한 표정과 말로 무게를 잡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톤을 유지했다. 영화 ‘스물’ ‘극한직업’ 등 코믹극에서는 인정받은 이병헌 감독은 첫 드라마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맛깔나는 대사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게 만드는 ‘이병헌표 코믹’의 묘미는 마지막 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JTBC ‘멜로가 체질’ 방송화면. /

불꽃 튀는 대본 회의를 하다 결국 언성을 높이고 마는 진주와 범수는 퇴근 시간 이후 다시 연인으로 돌아갔다. 금세 날카로운 눈빛은 거두고 천연덕스럽게 “오늘은 어땠느냐”고 묻는 식이다. 대망의 첫 회를 내보내고 시청률 1%가 나오자 범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진주를 위로한다. 마치 실제 ‘멜로가 체질’의 상황을 연상하게 만들며 뜻밖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결 편안해진 은정과 상수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보육원에서 같이 밥을 먹고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상수는 은정에게 “같이 아프리카에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면서 ‘다큐멘터리 제작’도 요청했다. 은정은 시큰둥하게 받아 들이는 듯했지만 이후 전쟁과 관련된 다큐멘터를 찾아봤고, 새로운 작품을 위해 아프리카행을 선택했다.

한주의 연애 고백은 뜻밖이었다. 전(前) 남편인 노승효(이학주 분)가 찾아와 “제주도에서 같이 살자”고 하자 한주는 잠깐 고민하는 척하더니 친구들에게 “만나는 사람 있다”고 털어놨다. 상대는 앞서 진주, 은정과 클럽에 놀러 갔을 때 연락처를 물어본 남성이었다. 추재훈(공명 분)과 연인으로 발전할 줄 알았으나 나름의 반전이었다. 반면 재훈은 한주의 진심 어린 조언 덕분에 어렵게 헤어진 하윤(미람 분)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은정의 집에서 떠나기 전날 밤,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웃는 세 친구들 위로 진주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흘렀다. “무언가 시작하기에 노련하면서도 애매한 어느 지점에 있지만, 곁에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에 회복할 수 있고, 다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한계에 부딪히고 때론 좌절하는 30대, 하지만 “만회할 시간이 있어 만족한다”며 마침표를 찍었다. 크고 작게 웃기며 달려온 ‘멜로가 체질’은 모두의 마음을 보듬으며 막을 내렸다.

대본을 집필한 이병헌 감독과 김영영 작가의 섬세함 덕분에 어느 캐릭터 하나 묻히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분량과는 상관없이 모든 인물이 극에 생기 있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건 대본의 힘이다. 여기에 연기 변신을 시도한 천우희를 중심으로 안재홍과 전여빈, 한지은, 공명 등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살린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멜로가 체질’은 한층 더 빛났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