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열두 번째 용의자’ 허성태 “악역은 그만···정의로운 역할 맡고 싶어요”

[텐아시아=박창기 기자]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에서 다방 주인 노석현 역으로 열연한 배우 허성태. /사진제공=한아름컴퍼니

OCN 드라마 ‘왓쳐’에서 광역수사대 반장 장해룡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배우 허성태가 데뷔 7년 만에 첫 주연작을 맡았다. 내달 10일 개봉하는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에서다.
허성태는 극 중 오리엔타르 다방 주인 노석현으로 분해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에 몰입감을 더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다룬 이 영화를 찍으면서 “역사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전 작품들에서 일본인 역할을 맡았던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 ‘이몽’, 영화 ‘말모이’에서 악랄한 일본인의 모습을 선보였다. 앞으로는 악역보다는 정의로운 역할을 맡고 싶다는 허성태를 서울 한강로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10. 데뷔 7년 만에 첫 주연작을 맡았다. 감회가 남다르진 않은가?
허성태: 주연이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하진 않았다. 사실 주연은 따로 있다. 바로 김상경 선배님이다. 나는 거기에 받쳐주는 조연이었다고 생각한다. 말은 이렇게 해도 막상 주연을 맡았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은 좋다.

10. 손에 상처가 있던데, 어떻게 하다가 다쳤나?
허성태: ‘왓쳐’에서 배우 서강준과 촬영하던 중 중지를 다쳤다. 생각보다 상처가 심해서 2주 전에 수술했다. 평소에 불면증이 있어 잠을 못 자는 편인데, 수술을 받을 때 수면 마취를 한 뒤로 누우면 바로 잔다.

10.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허성태: 평소 캐릭터의 심리나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영화 ‘큐브’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재밌게 봤다. 한국에서도 (제한된 공간에서 펼치는)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때 (비슷한 소재를 가진) 이번 영화의 출연 제의가 들어와서 잘해보고 싶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독님에게 ‘내가 악연인가?’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감독님이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10. 작품을 촬영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허성태: 이전 작품에서 맡았던 역할들이 악역이다 보니까 나를 볼 때 셀 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아마 작품 초반에 많은 분이 허성태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거다. ‘왓쳐’ 때도 그랬다. 깊게 박혀버린 악역 이미지 때문에 작품에 이용 아닌 이용을 당하고 있다. 내가 범인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게끔 연기에 신경 쓰고 있다. 감독님과도 관객들이 뻔한 추리를 하지 않게 하려고 상의를 많이 했다.

10. 극 중 노석현을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허성태: 김상경 선배님과 대립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연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대사에 몰입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내가 (벅차오르는) 그런 감정을 느끼면 안 된다고 했다. 텐션과 감정은 잃지 말되 선은 넘지 말라고 조언했다. 배우는 영화 속에 있는 메시지를 전할 뿐이지, 스스로가 연기에 젖어 들면 그건 관객의 몫을 뺏는 것이라고 했다.

허성태는 평소 낯 가리고 쑥스러움이 많은 성격이라고 했다. /사진제공-한아름컴퍼니

10. 배우 박선영과는 극 중 부부로 열연했다.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나?
허성태: 평소에 여자 배우들을 되게 어렵게 생각했다. 근데 박선영이 전혀 거리낌 없이 대해줘서 편했다. 촬영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을 때 졸기라도 하면 박선영이 몰래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서 메신저로 보내기도 했다. 또 박선영이 1977년생으로 나와 동갑으로 알고 있는데, 촬영 내내 오빠라고 불렀다. 내 나이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사실대로 말해야 되나 고민했다. 한동안 지켜보다가 미안한 마음에 솔직하게 1977년생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선영이 불같이 화를 냈다. 당연히 외모로 봤을 때 내가 더 나이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박선영이 그냥 오빠라고 부르겠다고 하길래, 나도 박선영을 누나라고 부르겠다고 했다.

10. 작품을 봤을 때 김상경과 호흡하는 장면이 많았다. 옆에서 봤을 때 김상경은 어떤 배우인가?
허성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많은 대사량을 소화해야 되는 역할임에도 대부분 NG없이 한 번에 간다. 한 번은 나와 연기를 주고받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나와 장난도 치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러다 촬영에 들어가면 사람이 확 돌변해서 연기에 몰입한다. 같이 연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10. 영화가 흥행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허성태: 흥행에 대한 욕심은 없다. 또 흥행이 될 수 있는 성격의 영화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한정적인 공간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어 아쉽다. 배우들도 이런 부분을 알고 있어서 연기로 무마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이번 작품을 학생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역사에 미숙한 학생들에게 이 영화가 과거부터 시작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통찰력을 키울 기회가 됐으면 한다.

허성태는 쉬는 날에 MBN ‘나는 자연인이다’를 계속 돌려볼 정도로 광팬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한아름컴퍼니

10. 여러 작품에서 악역이나 일본인 역할을 많이 했다. 이번 작품에 출연할 때 그전 이미지 때문에 걱정이 되진 않았나?
허성태: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에 대한) 이미지를 따졌으면 ‘이몽’ ‘말모이’ ‘밀정’에 출연하지 않았을 거다. 작품의 뜻이 좋으면 악역이 됐건 뭐가 됐건 간에 그냥 해왔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일본인 역은 못 할 거 같다. 다른 생각이 있다기보다는 더 이상 (일본인) 그쪽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연기 색깔이 없다. 일본어나 한국어로 말하고, 토종 일본인이나 앞잡이 역할도 했다. 또 장발이나 올백까지 다 보여줬다. 내가 느끼기에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다 보여줬기 때문에 이제는 (일본인 역이) 안 들어올 거 같다.

10. 배우로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허성태: 옛날부터 하고 싶다고 느꼈던 장르가 하나 있다. 바로 전쟁 영화다. 최근 들어 전쟁 영화를 많이 본다. 엊그제는 ’12 솔져스’라는 영화를 재밌게 봤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전쟁 영화만큼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배우가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그 작품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거다. 남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전우애를 직접 느낄 수 있는 현장이 전쟁 영화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전쟁이 나지 않는 이상 전우애를 경험하긴 힘들 거 같다. 만약에라도 전쟁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면 감동이 밀려올 것 같다.

10. 앞으로 관객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허성태: 지금까지 노출된 작품들에서 센 역할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코믹한 모습을 많이 보게 될 거다. 지금부터 시작해 내년 여름까지 총 일곱 작품이 나올 예정이다. 다행히 일곱 작품 중에는 센 역할만 있는 게 아니라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

10. 얼마 전에 원룸에서 투룸으로 이사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배우 허성태가 아닌 인간 허성태의 목표는 무엇인가?
허성태: 요즘에 경기도 양평 쪽에 땅을 보러 다닌다. 50대에 들어서면 조그만 개를 키울 수 있는 마당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방도 많은 곳으로 이사 가서 매니저 방도 하나 놓고, 스케줄이 바쁠 때는 매니저가 방에서 하루 자고 출근할 수 있게끔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열심히 일해야 할 거 같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