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퍼펙트맨’ 조진웅 “원맨쇼라고요? 멍석 깔아줘서 놀 수 있었죠”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퍼펙트맨’에서 ‘꼴통 건달’ 영기로 분한 배우 조진웅./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조진웅이 ‘똘끼’ 충만한 꼴통 건달로 돌아왔다. 자신이 태어난 부산에서 물만난 고기마냥 펄떡펄떡 뛰었다. 맛깔나는 사투리부터 표정, 말투, 모든 행동까지 건달 연기의 1인자로 거듭났다. 롤모델 설경구와 ‘진한’ 브로맨스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긴다. 인생 한방을 노리는 건달 영기(조진웅)와 시한부 삶을 사는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가 사망 보험금을 두고 벌이는 영화 ‘퍼펙트맨’에서다. “가볍게 찍었는데 ‘진함’이 있는 영화”라며 애정을 드러낸 조진웅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원래 ‘한 연기’하지만 이번엔 ‘원맨쇼’ 수준으로 극을 이끌었다.
조진웅: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이 멍석을 깔아줘서 놀 수 있었다. 다들 내가 마음껏 놀 수 있게 놔뒀다. 원래 나는 미리 계산해서 애드리브 할 줄도 모르는 배우다. 흥이 나니까 저절로 나오더라. 구치소를 나와서 순두부를 발로 차는 장면, 어묵꼬치를 다트 던지듯 자동차 창문 안으로 집어 던지는 장면 등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왔다.

10.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 같았다. 평소에 흥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
조진웅: 흥이 전혀 없다. 그래서 힘든 부분이 많았다. 촬영장에 오기 전부터 촬영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음악을 들었다. ‘신명 나게 놀아보자’라며 찍은 영화다. 에너지를 분출하지 못하면 망할 것 같아서다. (웃음) 참 재미있게 찍었다. 또 찍으라면 찍고, 2년 동안 찍자고 해도 했을 것이다.

10. 자신이 연기한 영기는 어떤 캐릭터인가?
조진웅: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땐 ‘얘, 도대체 뭐야?’라고 생각했다. 무식한 건지, 순진한 건지 헷갈렸다.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누군가를 배려하기보다 자신 위주로,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여러 사람이 있을 때 탁자에 음료수가 놓여 있으면 보통은 ‘죄송한데 마셔도 되겠느냐’고 묻지 않나. 영기는 그냥 ‘음료수네’라며 마신다. 인물을 연기하면서 때로는 이렇게 행동할 필요도 있겠다 싶었다. 현명해야 하지만 어떨 때는 진심만 있다면 무작정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 주관을 드러낼 기회가 적어지고, 저절로 위축되기도 했다. 집에 와서 혼자 운 적도 있다. 그래서 주위 눈치 안 보고 가고 싶은 대로 가는 영기가 더 반가웠다. 배우로선 굉장히 흥미로운 캐릭터다. 그래서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10. 투블록 헤어, 용무늬 점퍼 등 외형적인 모습부터 영기 그 자체가 됐다. 기존에 보였던 이미지가 아닌데 어땠나?
조진웅: 사실 (그런 옷은)줘도 안 입는 스타일이다. (웃음) 나는 민망하다. 평소에도 튀는 건 자신이 없어 단색만 입는다. 처음엔 굉장히 부담이 됐는데 어느 순간 조금씩 익숙해지더라. 이상하게 자신감도 생겼다.

10. 데뷔작 ‘말죽거리 잔혹사’부터 ‘비열한 거리’ ‘범죄와의 전쟁’ ‘퍼펙트맨’까지, 이른바 ‘건달 연기’의 1인자가 된 듯한데 비결이 뭔가?
조진웅: 하하. 그런가? 예전에 ‘비열한 거리’를 찍을 때 실제로 그쪽 세계에 있는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 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된 건 아닐까? ‘범죄와의 전쟁’ 때 내가 연기한 판호는 나쁜 놈이라 결국 몰락했다. 영기도 어쨌든 건달인데 조금이라도 미화된다면 아무리 캐릭터가 매력적이어도 연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영기가 변화하는 과정이 나름 이해가 갔다. 관객들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영화 ‘퍼펙트맨’의 조진웅은 ‘원맨쇼’ 급 열연을 펼친 것에 대해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이 멍석을 깔아줘서 놀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쇼박스

10. 설경구의 출연을 직접 제안했다고 들었는데 맞나?
조진웅: 내가 먼저 캐스팅된 상태에서 장수 역을 맡을 배우가 마땅치 않아 1년 동안 촬영을 시작하지 못했다. 감독에게 ‘경구 형님께 책 드려보고 안 되면 (영화) 접자’고 했다. 다행히 형님이 일주일 만에 하겠다고 답을 줘서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10. 설경구와의 첫 호흡은 어땠나?
조진웅: 처음 만난 날부터 ‘선배님 좋아합니다’라며 무작정 안겼다.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영광입니다’ 이렇게 시작하면 함께 호흡할 때 죽은 연기가 될 것 같아서다. 형님이 처음에는 적잖게 당황하더니 나중엔 안아주고 막내 동생처럼 대해주셨다. 한 장면 한 장면 함께 연기할 때마다 서랍 안에 있는 맛있는 알사탕을 꺼내먹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진하게 만났는데 언제 또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냥 순간마다 좋았다.

10. 오래전부터 설경구의 팬이었다던데. 어떤 계기로 좋아하게 된 건가?
조진웅: 1998년에 군복 입고 휴가 나와서 연극 ‘지하철 1호선’을 봤다. 그때 설경구 형님을 처음 봤다. 군대에 가기 전 소극장에서 연극을 시작했을 때 연출자가 항상 ‘넌 덩치가 크니까 뒤쪽에 있어라’라고 했다. 설경구 형님은 나랑 덩치가 비슷한데도 맨 앞에 나와서 노래하고 연기하면서 날아다니더라. 연극이 끝난 후 형님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다 나를 보고 ‘군인이네요. 파이팅 하세요’라고 말해줬다. 형님은 기억 못 하실 것이다. 그때부터 형님에게 감동 받았고, 영화 ‘박하사탕’을 보면서 롤모델이 됐다.

10. 설경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조진웅: ‘박하사탕’ 때부터 설경구 형님이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봤다. 형님을 보면서 배우가 됐고, 여기까지 오면서 영향을 받았다. 연기할 때 내가 봐도 ‘이런 면에선 형님이랑 비슷하네’라고 느낄 때가 있다. 사실 잘 들어보면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이재한 형사의 톤이 경구 형님 톤이다.

10. 최민식, 송강호 등 다른 ‘형님’들이 서운해 하는 거 아닌가?
조진웅: 하하. 그분들이 롤모델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안 했다. 난 최민식, 송강호 형님들이 칫솔질은 어떻게 하는지까지 보고 싶은 사람이다. 그분들과 술 한 잔 할 때면 연극영화과는 왜 나왔나 싶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연기 교본이 떡 하니 존재하고 계시지 않나.

10. 극 중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허준호도 대선배인데 연기할 때 무섭진 않았나?
조진웅: 허준호 형님도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셨다. ‘하고 싶은 대로 해’ 이런 식이었다. 부담을 전혀 안 주는 분이다. 형님이 술을 안 드신다. 배우, 스태프들끼리 회식하다 숙소에 쳐들어가면 사이다로 ‘짠’ 해주고 옛날얘기도 들려주셨다. 특히 허준호, 설경구 형님은 (영화) ‘실미도’ 동기이지 않나. 두 사람은 아날로그 세대로, 그 세대가 가지는 진함이 있다. 멋있다. ‘모래시계’와 ‘박하사탕’을 보며 자랐던 나에게 형님들은 너무 멋있고 부러운 존재다.

10. 배우들과 아주 돈독해 보인다.
조진웅: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다는 건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모든 걸 내려놓은 상태로 작업하는 거라 촬영하며 더 돈독해진다. 이런 조우를 통해 서로 마음을 여는 것 같다.

영화 ‘퍼펙트맨’의 조진웅은 설경구를 롤모델로 꼽았다./ 사진제공=쇼박스

10. 선 굵은 연기를 주로 해오다 이번 영화에선 ‘웃음’을 책임졌다. 코미디에도 관심이 많았나?
조진웅: 코미디가 너무 좋다. 원래부터 희극을 사랑한다. 그런데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칼, 총, 피 등이 나오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사실 ‘퍼펙트맨’도 세상 진지하게 연기했는데 왜 코미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하하. 경구 형님도 코미디를 잘 하는 배우인데 시종 앉아만 있어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때로는 ‘내가 다 하잖아’ ‘아무것도 안 하잖아’ 라고 생각했는데, 누가 그러더라. ‘좌식 연기’ ‘동공 연기’라고. 진짜 그랬다. 절제된 연기를 보이다가 슬쩍 웃는데 거기서 끝났다. 그 웃음 하나로 모든 걸 다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10. 출연한 모든 작품이 흥행하진 않았다. 최근에도 그랬고. 그럴 땐 어떤 생각이 드나?
조진웅: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다기보다 많은 분들하고 소통을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배우들 대부분이 ‘재미없어서 안 됐겠지’라고 생각 안 한다. 소통이 안 된 부분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많은 관객이 모였다고 해서 자만하는 배우는 없다. 영화가 잘 안 되면 부담감과 책임감은 더 커진다. 반면 함께했던 배우, 스태프들끼리는 더 돈독해진다. (웃음)

10. 기사 댓글을 보나? 악플을 보면 어떤가?
조진웅: 스스로 찾아보진 않는다. 아내가 ‘이런 기사들이 있어’ ‘이런 댓글이 있어’라고 알려줄 때가 있는데 흥분하진 않는다. 맞는 말을 할 때가 더 많다. ‘나도 저 때는 창피했다’ ‘냉정하게 잘 보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마음이 편하진 않지만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정한다. 숨긴다고, 부정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10. 2004년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데뷔해서 15년째 연기하고 있다. 배우로서 어디쯤 와 있는 것 같나?
조진웅: 출연한 작품 편 수는 늘어나는데 아직도 전세 살고…하하. 가끔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지금의 위치를 고민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

10. ‘퍼펙트맨’을 꼭 봐야 하는 이유를 말해달라.
조진웅: 인생의 무엇을 느끼게 하는 굉장히 깊이 있는 영화는 아닐지도 모른다. 영기라는 인물이 퍼펙트한 삶을 살기 위한 과정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상황을 경구 형님과 내가 어떻게 우당탕탕 하면서 전달할지 궁금하지 않을까? (웃음) 영화 작업은 늘 행복하다. 이것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될 때 흥망에 상관없이 쾌감이 있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가볍게 찍었는데 ‘진함’이 있다. 영화를 본 뒤에 소주 한잔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뇌어 볼 수 있는 진한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10. 흥행을 예상하나?
조진웅: 올해 유일하게 극장 의자에서 튕기면서 웃은 영화가 있다. ‘극한직업’이다. 진선규의 기운이 있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흥행을 예상해본다. 하지만 겸손하겠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