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 “나는 외로워야 하는 사람인 것 같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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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스크린은 성격 자체가 달라서, 노래할 때 세상에서 가장 멋있어 보이던 가수가 배우들과 섞이면 갑자기 너무나 평범해져 버리는 마술이 일어나곤 한다. 하지만 최승현(T.O.P)은 다르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묵직한 저음이 스크린 안에서도 근사하게 빛난다. 깊은 눈빛은 ‘뭔가 있어 보이는’ 아우라를 풍기기도 한다. 아직까지 무겁고 진지한 캐릭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보여줄 게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크린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는 ‘동창생’을 통해서도 충분히 보여줬으니 이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연기 보폭을 넓혀나가면 된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그걸 원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앞으로가 궁금하고 기대되는 이유다.

Q. 지금 금요일 오후 4시다. 토요일을 기다리는 직장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최승현: 그럴 것 같다. 술자리 약속도 있을 테고.

Q. 최승현에게 금요일 4시는 어떤 시간인가. ‘동창생’ 찍을 때는 월화수목 밤샘 촬영하고 금토일은 월드 투어를 했다고 들었는데.
최승현:
비행기에서 잘 시간이다. ‘동창생’ 촬영하는 반 년 정도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날짜와 요일에 워낙 무딘 직업이어서 딱히 선호하는 구체적인 시간은 없다. 그러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소중하게도 생각하고.

Q. 원래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했나? 아니면 이 일을 하면서 좋아하게 된 건가.
최승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는데, 지금은 소중하게까지 느낀다. 머릿속을 비우는 시간이 없으면 결국 자기 세계에 갇힌다. 그러지 않으려면 나를 들여다 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Q. 최승현으로 불릴 때와 T.O.P으로 불릴 때 마음가짐이 달라지나?
최승현:
가수일 때도 배우일 때도 나는 T.O.P이라고 생각한다. 둘 다 원래의 내 모습은 아니니까. 사적일 때는 최승현이지만 일할 때는 T.O.P이다.

Q. 그런데 왜 T.O.P이 아닌, 최승현이라는 이름으로 배우 활동을 하나.
최승현:
나는 T.O.P으로 활동하고 싶었다. 그런데 영화사 식구들도 그렇고 주위 분들이 배우일 때는 최승현으로 활동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름이 영문이면 크레딧 올라갈 때 이상하기도 하고. 그래도 T.O.P이라는 이름을 쓰고 싶은 마음에 크레딧 올라갈 때 넣어 달라고 했다. 자세하게 보면 최승현 옆에 괄호 열고 T.O.P이라고 쓰여 있다.

Q. 일과 일상을 분리해 두나보다.
최승현:
그렇기도 하고… 사실, 연기할 때 최승현이라고 하는 게 별로 안 쿨하게 보일까봐 걱정했다.

Q. 무슨 의미지?
최승현:
그러니까 이름을 바꿔서 배우활동을 하는 게 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중들이 나를 볼 때 “T.O.P이다!” 이러지 “최승현이다!” 하지는 않잖아. 내가 직업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배우로 완전하게 전향하려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름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아티스트로서 활동할 때는 그냥 T.O.P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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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은 최승현보다 T.O.P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빈도가 더 많을 것 같다.
최승현:
맞다. 그런데 인간관계는 최승현의 입장에서 쌓으려 한다. 나는 비즈니스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스타일은 아니다. 사업가도 아니고, 야망에 갇혀 있는 스타도 아니기 때문에 영감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최승현으로 다가간다.

Q. 스스로의 야망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나.
최승현:
조바심이 별로 없다. 보통 야망이 큰 사람들을 보면 조바심이 많고 어딘가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잖아. 그에 비해 나는 상당히 느긋하다. 뭔가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기다리는 스타일이랄까. 운명을 기다리고 그 운명에 맞서려고 하는 편이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피해야 할 건 피하면서.

Q. 운명의 순간들을 만났을 때 어땠나. 선택을 잘 해 온 것 같나?
최승현:
실패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아쉬운 건 많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긴장했더라면’, ‘저때는 조금 더 긴장을 풀었더라면’ 하는 순간들이 많다.

Q. 그런데 빅뱅의 멤버가 되고, 배우가 되고. 결정적인 순간 운명은 대부분 당신의 편이었다.
최승현:
그랬던 것 같다. 당시엔 몰랐다. 밤샘 촬영과 콘서트를 오가는 상황에서는 행운인지 몰랐다. 모든 게 너무 힘들고 지쳤으니까.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월드투어를 그렇게 큰 규모로 할 수 있는 팀이 오피셜하게 따지면 빅뱅 외에는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 나를 기다려 주는 영화 스태프들까지 있고. 그렇게 두 가지를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축복이다.

Q. 그런 상황에서는 자부심도 느낄 테고 책임감과 부담감도 느낄 텐데, 활동하는데 어떤 것이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하나.
최승현:
책임감이다. 책임감을 갖기 위해 자부심을 가지려고 하고, 자부심이 너무 크면 나태해지니까 부담감을 억지로라도 가지려고 하다. 그런 것들을 항상 염두에 두고 밸런스를 맞추려 노력한다.

Q. 방금 실패를 해 본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 사실을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승현:
항상 실패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상처받을까봐.

Q. 실패가 오면 상처받을 것 같나?
최승현:
아니. 그걸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상처받지 않을 것 같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에서만큼은 실패하고 싶지 않은 게 있다면.
최승현:
음……(한참 생각하더니)사랑. 사랑에서만큼은 실패하고 싶지 않다. 연애를 안 한지 너무 오래 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 사랑에서 실패하면 상심이 굉장히 클 것 같다. 자괴감이 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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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맨티스트 최승현이네.
최승현:
쑥스러움이 많아서 그 정도는 아닌데, 나름 동화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산다. 현실적이지 못하고, 망상도 많고. 혼자만의 생각에 깊게 빠져드는 스타일이다. 짐작하건대, 그렇게 살라고 지시를 받은 삶인 것 같다.(웃음) 왜 팔자 같은 거 있잖아. 고뇌하는 사주를 가지고 태어난 것 같다.

Q. 외롭나?
최승현:
외롭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그런데 나는 외로워야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상하게 외롭지 않으면 에너지가 안 생긴다. 풍족했을 때, 그러니까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나는 굉장히 불안해진다.

Q. 저런. 그 행복이 끝날까봐?
최승현:
그것도 그렇고. 나는 내가 행복한 게 너무 싫다. 안정돼 있는 것도 싫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항상 그랬던 것 같다. 가령 여자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으면서도 불안했다. 일이든 뭐든 뭔가를 빨리 찾아서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괜히 안절부절못했다. 편하게 있는 내 자신이 그냥 싫었다.

Q. 왜 행복을 즐기지 못할까?
최승현:
흠… 나중에 편하게 살기 위함일까? 아직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 같기도 하고. 성격상 편안한 것, 행복한 것들을 즐기지 못하는 편이다.

Q. 무대에서 노래할 때는 행복해 보이고, 그걸 또 즐기는 것 같은데.
최승현:
그때가 가장 편하다.

Q. 그럼 연기할 때는?
최승현:
연기할 때도 카메라 앵글 앞에 있을 때 가장 편하다. 연기라는 행위에 집중하고 있을 때가 가장 좋다.

Q. 얘기를 들어보니 행복이 불안한 게 아니라, 스스로가 뭔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느낄 때 마음의 안정을 얻는 스타일 같다.
최승현:
아, 맞다! 정말 그런 것 같다.

Q. 영화 ‘동창생’ 얘기를 해보자. 오랜 시간 앨범을 준비해서 컴백 무대를 갖는 것과 오랜 기간 공들인 영화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는 많이 다른가?
최승현:
일단 무대에서 노래할 때는 지치지 않는다. 관객들과 호흡하며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까. 관객들 반응이 없으면 ‘어? 반응이 없네? 그럼 바꿔볼까?’, ‘어! 이렇게 하니까 터지는 구나!’ 그에따른 카타르시스가 엄청나다.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마치 말을 타는 조련사 같은 느낌도 든다. 그에 비해 영화는 도를 닦는 느낌이다. 즉각적인 호응이 없기때문에 지치지 않으려면 자기암시가 필요하다. 수개월 동안 쌓아 올린걸 내놓았을 때 엄청난 질타를 한 번에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굉장한 박수를 받을 수도 있고. 성취감을 얻는 방법이 많이 다르다.

Q. 허망하기도 하겠다, 영화는.
최승현:
지금은 조금 화가 난다. 시사회 날 아침부터 그러더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화가 난다. 왜 화가 나는지 이유도 잘 모르겠다. 1년 넘게 고생하며 찍은 영화여서 그럴까? 예민하게 날이 서 있는 느낌이다.(Q. 영화를 보기 전부터 화가 났던 건가?) 보기  전부터. 영화를 보면서는 더 화가 났다.

Q. 영화를 볼 땐, 어떤 게 당신을 그토록 화나게 한 건가?
최승현:
상영 중에 핸드폰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있나 신경 쓰는 내 모습이 화났다. 누군가가 팝콘을 먹고 있는데, 그 사람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라 그걸 신경 쓰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나고. 모든 게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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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포화 속으로’ 때는 어땠나?
최승현:
그때는 지금보다 맑았던 것 같다. 커다란 스크린 속에 있는 나를 보는 게 마냥 신기했다. 부끄럽기도 했고, 쑥스럽기도 했고. 그런데 ‘포화 속으로’로 상을 여러 개 받고 나니 책임감이 생겼다. 더 신중하게 작품에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오래 고민해서 어떤 인물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근사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예민해 지는 구석이 있다.

Q. ‘이 작업이 나에게 행복을 주나?’라는 생각은 안 하나? ‘왜 나를 예민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법하다.
최승현:
그 질문, 너무 잘 해줬다. 그런 생각을 요 며칠 정말로 했다. 결론은 내가 행복하지 않더라고. 부담도 부담이지만, 이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아올린 인물이다 보니 애착이 크다. 내 자식 같은 인물을 발가벗겨서 길거리에 내던지는 느낌이 든다. 만감이 교차한다.

Q. 영화에 대한 평가들은 찾아봤나?
최승현:
찾아봤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영화의 퀄리티가 어떻다고 얘기하는 게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장기간 내 모든 열정과 혼을 바쳐서 준비한 것을 한 번에 평가받는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사실 나는 ‘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싫어한다. 선배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니 이런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그게 내 솔직한 마음이다. 가수가 되기 위해 몇 년을 준비해 온 사람들을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 물론 프로그램에서 강하게 요구해서 그러겠지만,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본다. 조언은 좋지만 질타는 정말 위험하다. 그 도전자들이 나중에 어떤 예술가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잖아. 그런 사람들의 재능을 개인의 주관으로 평가한다는 게 나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된다.

Q. 당신도 그런 과정을 거쳐 빅뱅이 됐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 수도 있다.
최승현:
맞다. 그 고통과 아픔을 너무 잘 아니까. 그런 게 분명 있다.

Q. 영화를 보면서 ‘최승현이 정말 작정을 했구나’ 생각했다. ‘저 배우가 저렇게 욕심이 많았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매사에 자신을 던지는 스타일인가, 아니면 ‘동창생’이라는 작품이 당시에게 뭔가 특별한 게 있어서 그랬던 건가.
최승현:
이번 영화는 안 그러면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시나리오로 리명훈(최승현)을 처음 만났을 때 자칫 잘못하면 ‘멍’하니 서있는 애로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가 별로 없고, 대부분이 지문이었으니까. 그래서 눈빛에 더 많은 걸 담으려고 노력했고 그만큼 더 예민해졌다. 어떨 때는 반주만 틀어놓고 가사 없이 콘서트를 하는 느낌도 들었다. 대사가 많지 않은 리명훈으로서는 리액션이 중요했는데,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절제하지도 않은 밸런스를 맞추는 게 필요했다. 그게 상당히 힘들었다.

Q. 영화에서 당신이 나오지 않는 장면이 거의 없다. 그래서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최승현:
사실 그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 시나리오 상으로는 리명훈의 비중이 60-70% 정도였거든.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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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T.O.P과 인간 최승현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빙구탑’의 모습. 이날 사진 촬영에서 최승현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연신 ‘빙구탑’으로 빙의됐다.

Q. 감독이 최승현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멋들어진 액션만 나열하기보다, 리명훈에게 감정을 많이 부여하려고 애쓴 티가 났거든.
최승현:
‘동창생’은 박홍수 감독님의 데뷔작이다. 본인의 첫 연출작이고, 첫 배우이고, 첫 인물이기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배우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애착이 크다는 건, 그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최승현에게는 굉장한 부담이었다.(웃음) 리명훈은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관객들에게는 어린 애 같은 모습이 보였으면 했다. 강인한 척 하지만 슬픈 아이. 그게 리명훈의 매력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관객들만이 볼 수 있는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Q. ‘동창생’ 제작사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가 “최승현은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 배우에 비해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능력이나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그 얘기를 한 이유를 오늘 보니 알 것 같은데,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그런 방법은 어디에서 얻은 건가.
최승현:
음악을 해온 감성을 무시 못 하는 것 같다. 나는 테크닉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기보다 감성으로 움직이는 쪽이다. 음악 할 때 감성을 표현했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워낙 영화를 좋아했다. 무대에서 사용할 제스처를 영화 장면에서 따오기도 하고, 영화 속 명 캐릭터들을 연구해서 노래하는 내 자신에게 접목시키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분석 능력이 조금 키워진 게 아닌가 싶다.

Q 당신에 대한 인상에는 눈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실제로 ‘동창생’ 시사회가 끝나고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최승현의 눈빛’이었다. 배우에게 눈빛 말고 중요한 게 뭐가 있을까. 보기를 줄까? ‘발성’, ‘감성’, ‘진정성’, ‘연기력’, ‘작품 해석 능력’ 이 중에 고르자면?
최승현:
그 중에서는 진정성인 것 같다. 작품 해석 능력도 굉장히 중요한데, 그건 어떻게 보면 연출자가 가지고 가야 하는 몫이다. 배우에게도 필요하지만 연출자에게 더욱 필요한 덕목이니 그건 빼고. ‘나는 가수다’에서 노래하는 가수를 보며 시청자들이 눈물 흘리는 건 진정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SBS ‘인기가요’나 MBC ‘쇼! 음악중심’을 보면서 울지는 않잖아. 그 차이인 것 같다. 이 사람이 어떤 테크닉을 가지고 있든 진심만 있다면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고 본다.

Q. ‘동창생’에서 그 진심을 얼마나 표현한 것 같나.
최승현: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서는 100프로 하려고 했던 것 같다.

Q 리명훈은 감정을 발산하는 것보다는 절제하는 것이 더 요구되는 인물이다. 평소의 당신은 어떤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편인가.
최승현:
나는 굉장히 솔직하다. 얼굴 표정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잘 못 숨긴다. 거짓말도 잘 못하는 편이다.

Q. 가끔은 너무 솔직한 게 타인에게 불편을 주기도 한다.
최승현:
항상 불편함을 준다.(웃음) 티 내지 않으려 해도 티가 나니까. 가령 술자리에 가면 사람들이 그런다. “편하게 있어요!”, “저, 지금 편하게 있는 건데요”, “불편해 보이는데요?”(웃음)

Q. 어떤 것들이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나.
최승현:
낯선 상황. 낯선 상황에서 나는 공황상태가 된다. 일할 때 만나는 낯선 상황은 괜찮다. 일할 때는 거기에 딱 에너지를 집중해서 쓰면 되니까. 문제는 일상에서 만나는 낯선 상황인데, 그 상황에 당황하지 않으려고 내 에너지를 쓰는 게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조금 더 효율적인 곳에 사용하고 싶다. 혼자 있는 시간을 그래서 좋아하는 거다.

Q. 최근 종영한 ‘WHO IS NEXT:WIN’을 보면서 과거의 빅뱅을 떠올렸다. 도전자들이 “지금의 우리 마음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던데, 사실 이 바닥에서 초심을 지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당신은 어땠나? 당신도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최승현:
변한다. 시야가 넓어질수록 더 변한다. 일단 최승현이라는 인물은 더 어린아이가 됐다. T.O.P으로 살아가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최승현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거다. 그러다보니 괜한 투정도 부리고 감정기복도 생기고. 반면 T.O.P의 시야는 넓어졌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음악적으로는 성장한 거다. 결국은 일상의 나와 무대 위의 나를 얼마만큼 조율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고, 그게 실력 같다. 우리는 결국 자기를 경영하는 직업이니까. 최승현 3

Q. 올해 스물일곱이다. 스물일곱이란 나이는 어떤 나이 같나?
최승현:
더 용감해지는 나이 같다. 흔히들 20-21살 때 가장 용감하다고 하는데 그때는 들끓는 날것의 용감함이고. 지금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알고 움직이는 용감함 같다. 어떻게 보면 빅뱅 데뷔부터 지금까지는 워밍업이었다. 이제야 나만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눈을 뜨는 것 같다. 내게 스물일곱은 그런 나이다.

Q. 기다려지는 나이가 있나?
최승현:
마흔. 그때 거울을 보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한 번에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얼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보고, 이 일을 계속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생각이다.

Q. 엇! 이 일을 그만 둘 생각도 있다는 건가.
최승현:
있다. 나는 멋있게 늙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마흔에 내 몸과 정신 상태가 피폐해져 있다면 더 이상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을 것 같다.

Q. 만약 그때 진로를 바꾸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할지 생각해 둔 게 있나.
최승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공부하고 싶다. 가구 디자인이나 건축 같은 것들. (그는 건축가 ‘장 푸르베’를 좋아한다고 했다.)

Q. 그것도 멋있긴 한데, 이왕이면 뮤지션과 배우로서 행복해하는 T.O.P을 보고 싶다. 그나저나, 눈을 잘 못 마주치네?
최승현:
하하. 내가 원래 그렇다. 친한 사람들 눈도 제대로 못 쳐다본다. 노력은 하는데 잘 안 된다. 왜 그런 거 있잖아. 상대방 눈을 쳐다보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들킬 것 같은 느낌. 아, 내가 생각이 너무 많다.(웃음)

글,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