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와킨 피닉스의 ‘조커’···비명처럼, 탄식처럼, 울음처럼 터지는 웃음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조커’ 포스터./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981년 고담시. 슈퍼쥐떼가 도시를 점령하고, 장티푸스가 돌고, 몇 주째 미화원들은 파업 중이다. 심각한 빈부 격차로 양극화된 고담시의 시민들은 분노로 끓어오른다. 고담의 토박이인 광대 아서 플렉(와킨 피닉스 분)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꿈꾼다. 밤마다 노쇠한 어머니 페니 플렉(프랜시스 콘로이 분)과 함께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 분)의 TV 토크쇼를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리고 아서는 같은 아파트, 같은 층의 복도 반대쪽에 사는 싱글맘 소피(재지 비츠 분)에게 자꾸 마음이 끌린다.

페니는 30년 전 토마스 웨인(브래트 컬렌 분)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했던 인연으로 편지를 보낸다. 자신의 초라한 삶을 알면 도움을 줄 거라고 기대하지만 답신이 있어야 할 우편함은 텅 비어있다. 페니는 아서를 ‘해피’라고 부른다. 너는 웃음을 주려고 태어났다고, 늘 웃으라고 하면서. 정작 아서는 거리에서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지하철에서는 직장인들에게, 직장에서는 동료 광대에게 놀림감이나 웃음거리의 대상일 뿐이다. 우연히 그에게 쥐어진 총 한 자루가 살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코미디 클럽의 스탠드 코미디 동영상 덕분에 토크쇼에 출연하게 된 아서는 머레이에게 부탁한다. “무대에서 나를 ‘조커’로 불러줄래요?”

영화 ‘조커’ 스틸컷./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조커’는 코믹스 영화로는 최초로 제76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더 행오버’(2009) ‘듀 데이트’(2010) ‘행오버 2’(2011)의 토드 필립스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았다. 토드 필립스는 “원작에서도 공식화된 탄생 이야기가 없고 그 기원을 다룬 영화도 없었기 때문에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어떻게 그가 진화했고 퇴화했는지를 그렸다. 조커 이야기가 아니라, 조커가 되어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조커’는 DC 유니버스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영화이자, 희대의 악당 조커의 탄생을 그린 작품이다. 그렇지만 만화와 영화 속에서 거의 80년 가까이 유지된 교집합인 ‘믿을 수 없는 화자’를 반영했다. 또한 DC 시리즈의 연결고리인 고담시, 토마스 웨인, 알프레드 집사, 아캄 주립병원 등이 등장한다. 로렌스 셔 촬영감독은 65 알렉사 카메라로 음울한 풍경의 고담시와 그 안에서 침잠하는 조커를 담아낸다. 힐드루 구드나도티르 음악감독은 음악의 중심에 첼로를 둔 관현악으로 조커의 조마조마한 감정선을 건드린다.

연민, 공감, 배려가 사라진 사회에서 도시의 축축한 습기를 온몸으로 먹은 듯한 조커 역의 와킨 피닉스는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발한다. 살면서 단 1분도 행복하지 않았던, 비극인 줄로만 알았는데 코미디로 점철된 아서의 삶에서 조커로 태동하는 과정을 처연하고 서늘하게 풀어냈다. 하루에 사과 하나로 23kg을 감량한 그는 조커의 메마른 외양을 빚어냈다. 와킨 피닉스는 천진한 어린아이와 주름진 노인의 표정이 오르내리는 얼굴에도, 찰나의 눈 끔벅거림에도, 앙상한 뼈마디에도, 거리를 펄럭이며 질주하거나 냉장고 안으로 온몸을 욱여넣는 순간에도 불룩거리는 감정을 심어 놓았다. 특히 정신 질환으로 인해 참으려고 해도 기분과 상관없이 터지는 웃음은 굉장했다. 마치 비명처럼, 탄식처럼, 울음처럼 다층적으로 다가온다.

‘조커’를 삼킨 와킨 피닉스의 비감 어린 연기가 스크린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10월 2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