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장사리’ 김성철 “전쟁 같았던 촬영 덕분에 전우애 생겼죠”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 학도병 기하륜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성철.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김성철은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의리 있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법자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KBS 뮤직드라마 ‘투 제니’에서는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송을 부르는 다정한 모습으로 미소를 자아냈다. 노래 실력마저 뛰어난 김성철은 사실 뮤지컬계에선 소문난 실력자다. 최근 tvN ‘아스달 연대기’에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배신을 서슴지 않는 잎생 역을 맡아 이 드라마의 파트3에서 사건을 이끌고 가는 주요 인물로 활약했다. 김성철은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 학도병 기하륜으로 분해 강한 투지를 지닌 모습을 보여준다. 잊혔던 역사인 장사상륙작전을 다룬 이 영화를 찍으며 “아팠고 감사했다”는 김성철을 만났다.

10. 이 영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김성철: 지난해 초 대본을 받았고 곽경택 감독님이 합류하면서 각색된 대본으로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

10. 이 역할을 맡긴 이유는 뭐라고 하던가?
김성철: (미팅 자리에서 감독님이) 나와 몇 마디 나눠볼 때 내 눈빛이 ‘뭐든 줘보세요’라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내가 그렇게 자신감 있었나보다.(웃음) 그 모습이 하륜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10. 하륜의 어떤 점에 끌렸나?
김성철: 분대장 최성필(최민호 분)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밉상 캐릭터인데 내게는 미워 보이지 않았다. 분명 어떤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사연에 대해 알게 됐을 때 하륜의 행동에 납득하게 됐고 더 애정이 갔다.

10.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전쟁영화에 출연하는 마음가짐은 어땠나?
김성철: 아마 이 작품을 하겠다고 했던 다른 친구들도 처음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 같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전쟁영화이니 잘 해보자고… 촬영 도중 휴일이 생겨 영덕 장사해변에 가게 됐다. 지금은 (부산에서 학도병을 실어나른 수송함인) 문산호 모형이 완성돼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만 해도 공사 중이었다. 거기에 당시 참전 학도병들의 이름이 비석에 새겨져 있고 학도병들의 모형도 있다. 그걸 보면서 다들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때부터 다들 마음가짐이 무거워졌을 것이다. 나 또한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0. 차가운 바다와 모래사장에서 촬영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김성철: 상륙해서 모래를 헤집고 기어 나와야 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촬영 후 모니터링을 하는데 너무 추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손을 모래바닥에 짚으면서 손가락은 위로 올리고 기어가고 있더라. 전쟁통에 춥다고, 모래가 손에 묻는다고 나처럼 저랬을까 생각하게 됐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감독님께 다시 찍자고 말씀드렸다. 물론 촬영은 힘들고 카메라 앞에선 긴장된다. 연기지만 사명감을 가진 학도병으로 전쟁을 해야 하고 살아남아야 한다. 옆에선 사람이 쓰러지고 포탄과 총알이 날아다니면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어려움이 몸으로 직접 느껴졌기 때문에 그 상황들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나는 몸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군에 입대했을 때 훈련소에서 훈련 받으면서 내가 이렇게 약했나 싶었다. 이번에 촬영하면서도 그런 신체적 한계를 느꼈다.

10. 혹독한 촬영에 배우들의 관계는 더 끈끈해졌을 것 같다.
김성철: 서로 으쌰으쌰하면서 힘을 냈다. 그런 상황에도 우리를 챙기는 선배들은 대단해 보였다. (김)명민 선배님은 회식도 시켜주시고 제작사에서도 맛있는 걸 많이 사줬다.(웃음) 전우애 같은 것도 생겼다. 다 지방촬영이라 합숙하면서 지내서 군대에 있는 느낌이었다.

10.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도 출연했는데 두 작품을 비교하면 뭐가 더 힘든 촬영이었나?
김성철: ‘아스달 연대기’에선 숨을 곳도 없었다. 브루나이 정글에 가서 숲을 뛰어다녔다. 햇빛을 피할 곳도 없고 추울 때는 너무 춥고 더울 때는 너무 더웠다. 극 중 돌담불은 세트에 실제로 진흙을 채워넣어 만들었다. 습한 환경에 몇몇 배우들은 두드러기가 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나는 더 생동감 있게 하고 싶어서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온몸에 더 흙칠을 했다.(웃음)

김성철은 “내 인지도를 쌓는 것보다 작품 속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데 더 관심이 있고 보상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0. 하륜을 연기한다고 결심했을 때 염려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김성철: 우선 사투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걱정됐다. 어떤 역할을 맡든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하지만 사투리 연기는 또 다른 문제였다. 뮤지컬, 연극 등으로 무대에 서왔고 발음과 발성 등도 고등학생 때부터 차근차근 연습해왔다. 말과 행동이 자연스러워야 관객들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데 내가 사투리를 하는 모습이 마치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됐다. 사투리는 엄두도 못 냈던 영역이었지만 하륜이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전쟁영화도 찍어보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

10. 사투리 연기가 많이 어려웠나?
김성철: 하륜을 잘 연기하고 싶었고 사투리도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서 극도로 예민했던 상태라 다른 배우들에게 좀 피해를 줬던 것 같다.(웃음) 하루 종일 사투리를 했다. 잠꼬대도 사투리로 할 정도였다. 한번은 온몸이 물에 젖어 모래가 잔뜩 묻은 채 컨테이너 박스에서 잠이 들었는데 만득 역을 맡은 지건 형이 내가 잠꼬대를 대사로 하면서 사투리로 했다더라. 그 모습이 짠했다고 했다. 그래도 중반부터 사투리에 대해 감이 왔다. 사투리로 애드리브로 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하라면 못 한다.(웃음)

10. 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도 이 캐릭터가 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김성철: 나는 처음과 끝이 다른 캐릭터를 좋아한다. 성장하는 캐릭터 말이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 성필과 친구가 되고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한다. 내가 봤을 때 하륜은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아이다. 그런 아이가 ‘미안하다’고 할 수 있게 됐다는 건 성장한 것이다. 어떤 책에서 봤는데 사과가 제일 어려운 것이란다. 하륜이 진심을 다해서 사과하는 모습, 성장해가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김성철은 오는 12월 4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빅피쉬’에 출연한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0. 살면서 이번 촬영에 버금가는 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면?
김성철: 난 항상 치열하게 열심히, 또 발전하기 위해서 살아왔다. 대학생 때 연기공부를 하고 무대에 서면서 시행착오도 겪었고, 주차장 안내 알바, 택배 상하차 알바 등도 땀을 뻘뻘 흘리며 했다. 지난 6월쯤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 이유를 찾아보게 됐다. 내 만족이었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나의 열의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투리로 잠꼬대를 할 정도로 예민한 모습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좀 내려놓게 됐다. 지나치게 열심히 살다가는 내가 무너지게 될 것 같다.

10.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김성철: 중학생 때 기술가정 과제로 대학로에 가서 연극 ‘라이머’를 보게 됐다. 공연을 보면서 관객들이 왜 웃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대에 선 배우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어느 날 영화감독이 꿈인 친구가 연기학원에 같이 가자고 했다. 해보니 재밌었는데 (이 길로 가겠다고 하니) 처음엔 부모님이 반대하셨다. 산만했던 내가 ‘인서울’할 수 있는 방법은 연기뿐이라고 설득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출발해 입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10. 배우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 먹었던 건 언제였나?
김성철: 고3 때 연기 과외 선생님이 나에게 내공이 없다는 말로 나를 자극했다. 내공을 쌓고 싶어서 책도 엄청 읽었다. 선생님이 배우라는 직업은 묵언수행과 같다, 도를 닦는 것과 같다, 폭포 밑에서 수행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묵묵히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묵언수행’의 의미를 이해했다.

10.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김성철: ‘김성철’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법자(슬기로운 감빵생활)라고 하면 아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좋고 그걸 바란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지만 나는 작품마다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점점 소비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걸 채우기 위해선 휴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