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양자물리학’ 박해수 “배우로서 뚜렷한 색깔 없는 게 내 매력…어떤 역할이든 OK죠”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영화 ‘양자물리학’에서 정의로운 클럽 사장 이찬우를 연기한 배우 박해수./사진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10년 간의 무명생활을 거쳐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로 이름을 알린 배우 박해수가 첫 스크린 주연으로 나섰다.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양자물리학’에서다. 박해수는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양자물리학적 신념을 가진 클럽 사장 이찬우를 연기했다. 그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의 과묵한 야구선수와 영화 ‘페르소나’에서 떠나려는 여자를 붙잡는 집착남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작품마다 카멜레온 같은 매력으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그는 “뚜렷한 색깔이 없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나가듯 수많은 색깔로 변화하고 흡수하며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는 박해수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영화를 본 소감은?
박해수: 재밌게 봤다. 이야기를 다 알고 있는데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게 볼 만했다. 배우들 간에 호흡도 좋았던 것 같다. 관객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앞으로 몇 번은 더 봐야 할 것 같다. 하하.

10. 극중 의상이 굉장히 화려하다. 강렬한 빨간색 슈트를 입고 처음 등장했는데.
박해수: 촬영 전에 의상을 먼저 봤는데 경악했다. 내가 입으면 산타 할아버지 느낌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고 찬우라는 인물에 녹아든 뒤에 입어보니 영화가 주는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너무 만족스러워서 촬영이 다 끝나고 집에 가져갔다. 이제와 다시 보니 일상생활에서는 절대 못 입을 것 같다. 기념으로 잘 걸어둬야겠다.

10.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부담감은 없었나?
박해수: 부담도 되고 긴장도 됐다. 시사회 때도 엄청 떨렸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배우들, 스텝들과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들이 화면에 잘 담겼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컸다.

10.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박해수: 부모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너무 수고했다고 말씀하셨다. 연극배우 때부터 알았던 선·후배들도 많이 울컥해하면서 꼭 안아줬다. 이제훈 배우도 잘 봤다고 문자를 보내며 토닥여주더라.

10. 찬우는 어떤 인물인가?
박해수: 찬우는 불법 없이 떳떳하게 자신의 가족을 만들고 싶어 하는 친구다. 찬우가 원하는 건 클럽을 운영하는 것도 있지만, 집과 같은 울타리를 만들어서 동료들과 함께 지내고, 번 돈을 나누고 싶었던 거다. 그렇기에 불법과 탈세는 용납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의 업소에서 마약을 한 연예인을 형사에게 제보하고, 클럽을 지키기 위해 수사에 나서는 거다.

영화 ‘양자물리학’ 스틸./사진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10. ‘이빨액션’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사량이 많았다. 힘들지는 않았나?
박해수: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대사가 많아서 놀랐는데, 속도감 있게 읽혀서 지루하진 않았다. 연극을 오래 했기 때문에 긴 대사를 외우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대사들을 완전히 익혀서 내 것으로 흡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또, 말이 많으면 자칫 사기꾼처럼 보일 수도 있지 않나. 찬우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고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 신경을 많이 썼다.

10. 양자물리학만이 가진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해수: 보통의 범죄오락물들은 사건에 집중하는데 ‘양자물리학’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들의 모습에 집중한다. 이들은 모두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치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한다. 찬우도 정의를 위해 악의 무리에 맞서기 보다는 클럽을 지키기 위해, 살기 위해 분투한다. 이런 인물들의 현실적인 설정과 물고 물리는 관계성이 다른 범죄액션물과는 극명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10. 제목만 보고 어려운 과학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박해수: 접근하기 쉽지 않은 제목과 느낌이라는 생각은 든다. 양자물리학이라는 것 자체가 관객들한테는 호감보다는 낯섦이 클 거다. 그러나 찬우가 말하는 양자물리학은 과학적 개념보다 철학적 느낌이 강하다. 세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생각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 양자물리학에 대해 전혀 몰라도 보는 데 지장은 전혀 없다.

10. 서예지와의 호흡은 어땠나?
박해수: 드라마 ‘감자별’(2013) 때부터 팬이었는데, 실제로 만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털털하고 멋있었다. 연기 호흡은 서로가 워낙 많이 준비해서 문제 없었는데, 예지와 한 화면에 비쳤을 때 어울릴까 하는 걱정은 많았다. 나이 차이도 있고, 예지 얼굴은 천상 연예인이지만 나는 다큐멘터리지 않나. 하하. 다행히 스텝들이 외모보다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고 해줘서 안심했다. 파동이 잘 맞는구나 생각했다.

10.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박해수: 클럽 장사가 끝나고 혼자 술 마시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다 춤추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찬우의 입장에서는 그 순간이 엄청난 감격의 순간이었을 거다. 밑바닥에서부터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열게 된 클럽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거니까. 그 장면을 찍으면서 캐릭터에 훨씬 몰입하게 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춤 실력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웃음)

박해수는 ‘양자물리학’이 재밌고 유쾌하지만 그 안에 좋은 메시지가 있는 영화로 기억되길 소망했다. /사진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10. 극중 찬우는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라는 대사를 반복한다. 이 대사에 어느 정도 공감하나?
박해수: 많이 공감한다. 찬우는 생각이 현실이 된다는 걸 믿기 보다는 그 과정과 노력을 믿는 인물이다. 결국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거다.

10.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
박해수: 그런 건 없다. 나를 필요로 하거나 내가 쓰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 나는 아직 배우로서 뚜렷한 색깔이 없다. 그렇기에 어떤 역할이든 잘 흡수할 수 있다. 앞으로도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색깔을 입고 싶다. 그게 내 매력이니까.(웃음)

10. 다음 작품 계획은?
박해수: 현재는 드라마 ‘키마이라’를 촬영 중이다. 이희준, 수현과 호흡을 맞추고 있고 섬세한 형사 역할을 맡았다. 영화 ‘사냥의 시간’도 올해 개봉한다.

10. ‘양자물리학’은 자신에게 어떤 영화로 남을 것 같나?
박해수: ‘양자물리학’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첫걸음이었다. 좋은 배우들과 감독님들이 진정성 있고 따뜻하게 만든 작품인 만큼 나에게도 그 에너지가 전해졌다.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10. 관객들에게는 어떤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나?
박해수: 재밌고 유쾌하지만 그 안에 좋은 메시지가 있는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