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메기’ 구교환 “오해하고 의심하고 다시 믿고…‘전복’의 재미”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메기’에서 임시직 근로자 성원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사진제공=엣나잇필름

영화 ‘메기’에서 구교환이 연기한 성원은 도시에서 생기는 싱크홀을 메우는 일을 하는 임시직 청년이다. 이 시대 청년의 애환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의 연기는 생활밀착형이다. 자연스럽고 개성 넘친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주연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각본, 편집까지 맡아 다재다능한 면모를 자랑한다. 구교환은 단편영화 ‘연애다큐’(2015),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5), ‘걸스온탑’(2017) 등에서도 연기는 물론 감독, 대본까지 맡았다. 구교환을 ‘배우’로만 규정할 수 없는 이유다. 독립영화계에서 스타로 꼽히지만 구교환은 “노력형 인간”이라며 겸손했다. 흥미롭고 독자적인 예술인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구교환을 ‘메기’의 개봉을 앞두고 만났다.

10. 영화제에선 이미 여러 차례 공개됐는데 극장에서 개봉하는 기분은?
구교환: 설렌다. 고백하는 기분이다. 혼자 가지고 있으려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다. 관객과 만나는 건 언제나 기대하고 있던 일이다. 어떻게 봐주실지 기분 좋게 긴장하고 있다.

10. 이옥섭 감독과는 ‘연애다큐’ ‘플라이 투 더 스카이’ ‘걸스온탑’ 등 이미 여러 차례 작업했다. 이번 영화에도 초반부터 참여했나?
구교환: 시작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제의를 받게 되면서다. 이옥섭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고 나는 연기를 하면서 프로듀서로서 감독의 대본이 스크린에서 잘 구현되도록 도왔다. 이 감독과는 오래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남들보다 그래도 내가 더 잘 도와줄 수 있겠다는 자만심이 있었다.(웃음)

10. 대본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
구교한: 이 감독의 색을 워낙 좋아한다. ‘이옥섭 월드’라고 불러도 손색없다고 생각한다. 그 세계관이 온전히 잘 드러났다. 더할 나위 없는 장편 데뷔작이다. 이옥섭 감독에게도 좋은 기회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고 재밌는 시나리오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낯설 순 있어도 재미없진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낯선 거라고 생각한다. 호감이 있는 낯섦. 그렇지 않나. 메기가 그런 영화였으면 좋겠다.

10. 이옥섭 월드라···. 그의 세계는 어떤 색인가?
구교환: 어렵다.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다. 뭔가를 왜 좋아하느냐고 하면 명확히 이유를 대기 어렵지 않나. 글쎄···. 이 감독 영화만의 분위기랄까. 그 분위기는 한 단어나 문장으로 잘 담아지지 않는다. 이 감독의 영화에는 다른 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것 같다. 같은 공간도 이 감독은 다르게 본다. 파란 방수포를 덮어둔 재개발 현장, 그 블루를 이 감독은 바다로 봤다. 영화 속 그곳의 사람들은 마치 휴양지에서 피서를 즐기는 듯한 모습으로 시위한다. 그런 표현이 흥미롭고 그의 시선이 재미있다. 아이디어에 정서까지 담아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잘 해내는 감독이다.

10. 이옥섭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구교환: 이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에 출연했고 그 작품을 같이 편집하게 됐다. 좋아하는 건 다른데 싫어하는 게 같은 친구. 싫어하는 게 같으면 참 잘 맞다. 지금까지 작업해올 수 있었던 것도 서로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얘기할 수 친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영화 ‘메기’의 한 장면. /사진제공=엣나잇필름

10. 영화 속 인물끼리 오해로 의심하기도 하고 오해가 풀리게 되기도 한다. 오해일 거라며 부정했던 사실이 진실로 밝혀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감독이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 인물에 대해 의심할지 말지를 시험하는 기분도 들었다.
구교환: 나도 그런 관객의 마음으로 영화 촬영에 임했다. 의심이 드는 대목에서 (진실일지 거짓일지) 질문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윤영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물인 성원이라는 캐릭터의 개연성은 뭘까 생각해봤다. 불균질이었다. 성원은 등장할 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엔딩 즈음엔 완전히 처음 보는 얼굴이 드러난다. 실제로 우리도 계속 같은 얼굴을 하진 않는다. 인간은 여러 얼굴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전복되는 재미가 있다.

10. 성원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나갔나?
구교환: 나에게 성원은 끝까지 질문 투성이인 인물이다. 엔딩에 가서는 명확해지는 부분이 있지만 연기하는 과정에선 계속 궁금증이 있었다. 거창하게 꾸미기보다 대본에 충실하고 직관적인 연기가 좋다고 생각했다. 거짓 없이 내가 느낀 대로 연기했다.

10. 그렇다면 인물의 전사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연기하는 편인가?
구교환: 연기를 위해 어느 정도 배경에 대해 유추하는 건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현재의 상황이 더 중요하다. 과거 시점마다 사람은 다른 형태로 존재했을 테니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 성원과 윤영은 연인이고 성원은 취직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몇 번의 직장생활을 했을지보다 성원이 직업을 갖고 싶어한다는 현재가 중요하다.

10. 임시직으로 일하며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성원의 상황에는 공감했나?
구교환: 물론이다. 나도 배우로서 구직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건 여느 직업의 공통점인 것 같다.

영화 ‘메기’의 구교환. /사진제공=엣나잇필름

10. 영화에서 성원은 동료를 도둑으로 의심하게 된다. 영화처럼 주변의 누군가를 오해하고 의심한 적 있나?
구교환: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지 않겠나. 그래서 웬만하면 의심을 안 하려고 한다. 의심을 안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

10. 그런데도 의심을 하게 되는 게 사람인 것 같다. 그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
구교환: 내가 이 영화에 참여했다고 해서 답을 명확히 내리긴 어렵다. 관객들과 이 질문을 나누려고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그 과정이 재밌다. 그래도 말해보자면 극 중 이경진 부원장(문소리 분)의 말처럼 오해가 생기기 전에 미리 물어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오해가 쌓여 감정이 터지기 전에 해결하는 게 좋다. 다만 그게 어려워서 다들 힘들어하는 거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걸 고민해보라는 의미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진 건가 싶기도 하다.

10. 함께 연기한 이주영은 어떤 배우인가?
구교환: 유연하고 프레임 안에서 힘이 느껴진다. 이옥섭 감독은 현장성을 중요시한다. 현장의 변화에 대해서도 잘 대응하고 적응하는 배우다.

10. 감독으로도 활동하는데, 감독일 때와 배우일 때 당신의 다른 점은?
구교환: 감독일 때는 선택해야 하는 게 더 많다. 배우일 때는 온전히 하나,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더 좋아한다고 꼽긴 어렵다.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영화에 참여할 때 각각 다른 매력이 있다. 지금은 연기하는 게 좀 더 재밌어서 당분간 연기를 많이 할 생각이다.

구교환은 “지금은 (연출보다) 연기가 더 재밌다”면서도 “금세 바뀔 수 있는 게 사람이기에 나에 대해서도 쉽게 확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엣나잇필름

10. 영화를 만들 때 어떤 것에 영감을 받나?
구교환: 사소하지만 마음이 동하고 내게 호기심을 주는 것들이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이야기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가 아직 영화를 못 만들고 있는 것 같다.(웃음)

10. 그렇다면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 걸 좋아하나?
구교환: 그런 소재로 아주 리얼한 영화를 만들 수도 있고 장르를 SF로 바꿀 수도 있다. 때론 인스타그램의 사진 한 장으로 출발할 때도 있다. 아, 나는 ‘감정’에 관심이 있다. 연출작인 단편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노량진역 앞의 육교가 사라진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 3년 정도 그 근처에서 살면서 자주 오갔기 때문에 나한텐 그 육교가 의미 있는 곳이다. 사물이지만 없어진다고 했을 때 마치 사람이 어딘가로 떠나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육교가 사라지는 걸 아쉬워하는데 그 둘의 하는 일이 뭔가를 부수는 일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출발점이었다. 거창하진 않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담는 게 좋다.

10. 요즘 관심이 가는 감정이 있나?
구교환: 행복이다.

10. 그와 관련된 작품을 구상해둔 게 있나?
구교환: 아니, 없다. 요즘엔 연기가 더 재밌다.(웃음)

10. 행복을 느낄 때는?
구교환: 엄청 졸릴 때 스르륵 잠이 드는 게 행복하다. 행복은 3초 정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집에 들어갔을 때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강아지를 보고 좋아하는 것도 3초쯤 될 것 같다.(웃음) 행복이란 게 그렇게 원초적인 감정인 것 같다.

10.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꼽힐 만큼 많은 독립영화에 출연했는데 상업영화는 일부러 지양한 것인가?
구교환: 아니다. 단지 하고 싶은 역할이 독립영화에 많았다. 지금은 ‘부산행’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반도’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10. 영화를 만든다는 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구교환: 내가 재밌어 하는 걸 남들도 재밌길 바라며 하는 일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