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장사리’, 전쟁의 민낯을 마주하고 스러진 학도병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포스터./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950년 9월 14일. 이명준 대위(김명민 분)와 유격대, 그리고 열흘 남짓한 훈련을 거친, 군번조차 받지 못한 평균 나이 17세의 학도병 772명을 태운 문산호가 부산항을 떠나 동해안의 장사 해변으로 향한다. 학도병에게 주어진 것이라고는 낡은 장총과 탄약, 사흘치의 미숫가루 뿐이다. 태풍을 뚫고 위태로이 나아가는 문산호 안은 여기저기서 뱃멀미에 꺼억 토하느라 소란스럽다. 가까스로 상륙을 시도하는 학도병들에게 인민군의 총탄이 빗발친다.

종군기자 매기(메건 폭스 분)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양동작전으로 펼쳐진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어린 학도병들이 총알받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분투한다. 그러나 부하를 신경 쓰지 않는 한국군의 지휘관 임춘봉(동방우 분)과 한국군을 신경 쓰지 않는 미군 대령 스티븐(조지 이즈 분) 모두에게 절망한다. 이명준 대위와 학도병들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엄습해 온다.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스틸컷./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이하 ‘장사리’)은 곽경택·김태훈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친구’(2001) ‘똥개’(2003) ‘극비수사’(2015)의 연출과 ‘암수살인’(2018)의 각본을 맡았던 곽경택 감독은 6.25 전쟁 중 기울어진 전세를 단번에 뒤집은 인천상륙작전 뒤에 가려진, 기밀에 부쳐진 장사상륙작전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전쟁 영화치고는 러닝타임 104분으로 짧다. 대신 극 초반부터 강렬한 전투 장면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영화는 장사리의 잊혀진 영웅들, 즉 학도병에게 오롯이 집중한다. 한민족인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들은 매양 씁쓰름하다. 그래서 어린 학도병에게 쥐어진 총이 더욱 비감하다. ‘장사리’는 반전(反戰)이라는 메시지가 쏙 들어오는 영화다. 반면 이야기의 짜임새로는 아쉽다. 종군기자 매기를 포함한 미군 쪽의 서사와 학도병들 개개인의 서사가 전체 서사와 물리는 지점들이 성글다.

학도병을 이끄는 이명준 대위와 학도병 최성필(최민호 분), 기하륜(김성철 분), 이개태(이재욱 분), 국만득(장지건 분), 문종녀(이호정 분)가 극의 중심축이다. 김명민은 실존인물 이명흠 대위를 모델로 한 이명준 대위를 묵직하게 빚어낸다. 또한 박찬년 중위 역의 곽시양, 일등상사 류태석 역의 김인권도 학도병들을 감싸는, 책임질 줄 아는 진짜 어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긴 인생에서 채 타오르지도 못한 학도병의 얼굴로 등장한 배우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뭉클하게 다가온다. 인민군 쪽의 학도병이라고 할 수 있는 최재필 역의 김민규도 짧은 등장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장사리’는 전쟁의 민낯을 마주하고 하나 둘 스러진 학도병들의 모습이 내내 따라붙는 영화다.

9월 25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