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림>│‘루저’는 오늘도 달린다

스포츠는 그 자체로 드라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훈련 과정과 찰나의 승부는 그동안 수많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장치로 활용되었지만 정작 94년 MBC <마지막 승부> 이후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스포츠 드라마는 없었다. 그래서 7월 27일 첫 방송되는 SBS <드림>(극본 정형수, 연출 백수찬) 역시 2년 이상의 기획 기간을 거치며 스포츠 드라마에서 스포츠 에이전트와 선수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휴먼 드라마로 방향을 선회한 작품이다.

‘루저’들의 진정성 있는 도전

23일 오후 목동 SBS 본사에서 진행된 <드림> 1부 시사회에서는 국내 굴지의 스포츠 에이전시 소속 에이전트 남제일(주진모)이 사장 강경탁(박상원)의 견제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잃는 과정이 전개되었다. 또한 부산 기장에서 소매치기의 아들로 자라다가 훗날 남제일을 만나 이종격투기 선수가 되는 이장석(김범), 운동 밖에 모르는 체육관장 아버지 때문에 태보 강사로 일하며 체육관을 운영해 나가는 스포츠과학과 대학원생 박소연(손담비) 등도 등장했다. 21일 기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백수찬 감독은 “<드림>은 뭔가를 갖지 못한 자, 꿈을 잃고 살아가는 자 등 ‘루저’들의 진정성 있는 도전에 대한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이 각자 핸디캡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엮이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는 설명과 함께 “시청자들을 한 회 동안 꼭 한 번은 웃기고 한 번은 울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선수를 키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에이전트 남제일, 주진모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던 투수 유망주였지만 혹사당한 어깨 때문에 프로 생활 두 시즌 만에 은퇴하고 에이전트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강경탁(박상원) 밑에서 일을 배우며 스캔들 폭로 협박, 약물 복용 권유 등 비열한 방식으로 선수들을 관리하게 되었지만 결국 강경탁에 의해 추락한 뒤 맨손으로 선수들을 모아 키우기 시작한다. “3년 만에 하는 드라마라 기대가 크다. 남제일은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톰 크루즈 같은 캐릭터인데 그동안 내가 해온 역할이 대개 무겁고 각 잡힌, 다가가기 힘든 스타일이었던 데 비해 이번에는 경쾌하고 친근감 있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 보겠다.”

‘짱돌’에서 보석으로 변신하는 이종격투기 선수 이장석, 김범
부산 기장에서 자랐고 소매치기인 아버지 영출(오달수)에 의해 소매치기로 키워졌다. 얼굴 한 구석 닮은 데 없는 영출을 친아버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아버지 대신 마지막으로 소년원에 다녀온 뒤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취직한다. 하지만 남제일이 영입하려던 선수와 시비가 붙었다가 KO승을 거두는 바람에 억지로 이종격투기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서 그의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이 시작된다. “이장석은 어려서부터 가정환경과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힘들고 외롭게 자란 친구다. 본성은 굉장히 착하고 여린 인물인데 그 착한 심성을 보호하기 위해 겉으로는 일부러 거칠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캐릭터다”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한 스포츠과학도 박소연, 손담비
복싱 동양챔피언이었던 박병삼(이기영)의 딸로 스포츠과학과 대학원에 다닌다. 야구, 축구, 격투기 등 모든 스포츠의 이론은 물론 실전에도 강한 데다 생계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태보 강사로 일하며 체육관 월세와 운영비, 등록금을 충당할 정도로 생활력이 강하다. 남제일이 이장석을 트레이닝 시키기 위해 체육관에 데려온 이후 세 사람 사이에는 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연기를 처음 시작하게 되어 부담이 상당하다. 하지만 원래 성격이 털털한 편인데 박소연의 털털하고 활발하고 경쾌한 성격과 비슷한 데가 많다. 그리고 우리 둘 다 가슴 속에는 은근히 여리고 여성스런 모습도 있다. (웃음)”

관전 포인트
전작 <자명고>가 시청률 저조로 조기종영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 MBC <선덕여왕>이 시청률 30%를 넘긴 월화 밤 10시 대는 타사 드라마들의 무덤에 가까운 시간대다. 기획과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SBS의 야심작인 <드림>은 일단 MBC <다모>와 <주몽>을 집필한 정형수 작가가 1년 동안 K-1 주관사인 FEG 사무실로 출퇴근하며 얻어낸 현장의 이야기들이 어떤 식으로 드러나느냐가 관건이다. 박상원, 오달수 등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는 뛰어난 편이고, 1회에 카메오 출연하는 레미 본야스키를 비롯해 업계 유명인들의 깜짝 출연도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연령대와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남자 주인공 사이에서 멜로 라인을 형성해야 하는 손담비의 연기 도전에 대해서는 아직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