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미스터 기간제’ 이준영 “연기·노래·예능 다 하는 아티스트로 살고 싶죠”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OCN 드라마 ‘미스터 기간제’에서 유범진으로 열연한 배우 이준영./ 사진=서예진 기자 yejin@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키, 공부 잘하고 돈 많은 부잣집 아들로만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내면에 숨기고 있던 악(惡)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진실이 밝혀질수록 폭주했고, 추악한 모습으로 현실을 부정했다.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최근 종영한 OCN 수목 오리지널 ‘미스터 기간제’에서 끝까지 자신이 살인자임을 숨기고 주변 사람들을 덫에 빠트린 유범진 이야기다. 이처럼 유범진 캐릭터의 변화하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열연한 이준영을 한경 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10. ‘미스터 기간제’가 OCN 수목 오리지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드라마의 주역으로서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이준영: 오디션까지 합치면 5개월 정도 ‘미스터 기간제’와 함께했다. 첫 장르물이었는데 그래도 잘 해낸 것 같아 후련하다. 하지만 배우, 스태프들과 정이 많이 들어서 헤어지는 게 아쉬웠고 아직까지 여운이 많이 남는다.

10. 김명지, 정다은, 병헌, 권소현, 예원 등 학생으로 출연한 배우들 대부분이 자신처럼 아이돌 출신이다. 함께 출연하니 어땠나?
이준영: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만큼 뜨거운 열정을 가진 친구들이다. 각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동질감을 느꼈고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10. 이번 드라마의 최고 수혜자는 이준영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인정하나?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인 유범진을 연기하며 마지막까지 강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준영: 내가 잘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균상이형, 새록이 누나를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유범진’이 돋보일 수 있게 많이 도와줬다. 배우들 각자 자신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한 장면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형, 누나들이 배려해줘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

10. 결말을 궁금해하는 시청자가 많다. 누가 유범진을 죽인 건가?
이준영: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대본에서도 범인의 존재는 밝혀지지 않았다. 내 생각엔 태라 엄마 같다. 시청자들도 그렇게 추측하시더라. 배우들끼리는 준재(신재휘 분)가 아닐까 생각했다. 유범진이 학교 다니게 해준다고 했는데, 결국 못 다니게 됐으니까. (웃음)

10.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결말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자신은 어땠나?
이준영: 인간 이준영이 생각했을 땐 통쾌했다. 극 중 유범진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벌여놓은 일을 처리하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 눈물이 맺혔다.

10. 유범진은 철저하게 악한 내면을 숨기다가 모든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폭주한다. 맨 처음 역할을 맡았을 때 연기에 대해 고민은 없었나?
이준영: 처음엔 범인인지 몰랐다. 그저 조용하고 공부 잘하고, 반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결하려는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했다. 회가 거듭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일이 커지기 시작했고, 유범진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되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맨 처음 생각했던 대로 캐릭터에 접근했다가, 반전이 있는 인물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그럴 때마다 균상이 형이랑 감독님이 많이 도와줬다. 대화를 많이 하면서 캐릭터를 다시 구축해 나갔다. 후반부에 유범진이 폭주하기 시작할 땐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다.

10. 가장 어려웠던 건 뭔가?
이준영: 죄책감 같은 감정이 들었다. 유범진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죽이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연기 하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었다. 무섭다는 생각도 들더라. 역할에 빠져 있으면서 감정을 컨트롤 하는 게 힘들었다.

10. 결과적으론 시청자들의 칭찬이 많았다. 댓글을 봤나?
이준영: 사실 안 봤다. 전작 ‘이별이 떠났다’를 할 때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 나 자신에게도 아쉬운 게 많았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시작할 때 이를 갈고 했다. ‘모방’이 아니라 진짜 유범진이 되려고 했다.

OCN ‘미스터 기간제’에서 유범진으로 열연한 배우 이준영. 그는 “후련하면서도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사진=서예진 기자 yejin@

10. 윤균상과 가장 많이 부딪혔다. 호흡은 잘 맞았나?
이준영: 형이 처음부터 선후배 생각하지 말고 기강제 vs 유범진으로, 배우 vs 배우로 생각하라고 했다. 그렇게 벽을 허물어줬다. 내가 의견을 낼 수 있게 열린 마음으로 받아줬다. 대본을 보면서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다, 이렇게 하면 좋겠다 하면서 소통을 많이 했다. 키도 크고 카리스마도 있어서 처음엔 다가가기 힘들었다. 오히려 형이 먼저 다가와서 친해졌다. 항상 ‘내 새끼’라며 챙겨 줬다. 특히 여러 작품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스킬을 알려줬다. 잘 써 먹었는지 모르겠다. 하하.

10. 금새록, 최유화 등 여배우들과는 어땠나?
이준영: 새록 누나가 너무 잘 챙겨 줬다. 사석에서 만나도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서 배우로서 몰랐던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최유화 선배는 정말 멋진 배우다. 10년 가까이 연기를 했는데, 한 분야에서 그렇게 꾸준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균상이형, 새록·유화 누나 모두 존중하는 마음으로 바라봤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현장이 제일 좋은 학교이자 학원이라고 생각했다. 전작을 할 때 연기 수업을 다섯 번 정도 받아봤다. 그런 수업보다 현장에서 느끼고 배우는 게 훨씬 많다.

10.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이준영: 가장 중요한 건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다는 것이다. 전작들보다 분량이 많았기 때문에 처음엔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셨을까’ 하며 걱정도 했는데 함께 한 사람들 덕분에 걱정과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촬영장에 가기 전날에는 걱정했다가도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고, 리허설 하면서 풀어지고 잊혀졌다.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다.

10. 비슷한 시기에 ‘미스터 기간제’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에도 출연했다. 끝마친 후엔 곧바로 SBS 드라마 ‘굿캐스팅’에 출연하게 됐다. 연이어 캐스팅 된 비결이 뭘까?
이준영: 내가 특출나게 잘하는 게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해서인 것 같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나를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스터 기간제’ 오디션 때 감독님께서 ‘유범진이 어떤 캐릭터 같으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좋아하시더라. 분석해서 세세하게 말씀드린 게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했다. (웃음)

10. ‘굿캐스팅’에서는 톱스타 강우원을 연기한다. 어떤 역할인가?
이준영: 부귀영화를 온전히 누리는 이른바 재수 없는 인물이다. 겉멋이 잔뜩 들었고 허세도 있다. ‘미스터 기간제’의 범진처럼 재수 없는데 뭔가 다른 재수 없음이 있다.

10. 계속해서 선한 이미지와 반대되는 역할을 하게 됐다. 실제로 보면 악한 이미지는 아닌데 뭔가 반전 있는 인물과 잘 어울린다. 평소엔 어떤 사람인가?
이준영: 표현을 잘 안 하고 화를 안 낸다. 담아두는 스타일이다. 스태프들이나 회사에도 큰 소리 내 본 적이 없다. ‘미스터 기간제’ 때 돌아이처럼 소리 지르고 미친 사람처럼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체력 소모도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이상해지는 기분이었다. 화내고 나면 사람이 멍해지더라.

10. MBC 파일럿 예능 ‘언니네 쌀롱’에도 출연했다. 어땠나?
이준영: 예능을 무서워하는 편이다. 인터뷰하는 건 좋아하는 데 카메라 앞에만 서면 말도 조리 있게 못 하겠고, 들어가고 빠지는 타이밍도 잘 모르겠더라.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으로 넘어간다. (웃음) 이번에도 걱정이 많았는데 조세호 형이 챙겨 줬다. 말도 많이 걸어줬다.

10. 한예슬과 방송한 소감은?
이준영: 매체를 통해서만 보던 선배였다. 함께 있는데도 TV를 보는 느낌이었다. TV에서처럼 요정 같았다.

10. 한예슬이 이상형인가?
이준영: 고양이상을 좋아한다. 워낙 대선배님이셔서… (웃음)

배우 이준영이 MBC 파일럿 예능 ‘언니네 쌀롱’에 함께 출연한 한예슬에 대해 “TV에서처럼 요정같았다”고 밝혔다./사진=서예진 기자 yejin@

10. 특별히 출연하고 싶은 예능이 있나?
이준영: ‘삼시세끼’다. 꼭 한 번 출연해보고 싶다.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집에서 웬만한 종류의 스파게티는 다 만들어 먹는다. 지인들에게 대접하는 것도 좋아한다. 된장찌개, 부대찌개도 문제없다. (웃음)

10. 꼭 한번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는?
이준영: 황정민, 조진웅 선배님이다. 생활연기를 너무 잘 하시지 않나. 캐릭터에 따라 확확 바뀌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시그널’에서처럼 조진웅 선배와 브로맨스 형사로 호흡해보고 싶다.

10. 맡고 싶은 역할은?
이준영: 회사원인데 밤에는 킬러? 그런 반전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평상시에는 그냥 나 자체로, 나와 성격이 같은 그런 사람이다가 확 바뀌는 그런 역할에 욕심이 난다.

10. 아이돌 그룹 유키스, 프로젝트 그룹 UNB를 거쳐 배우로 전향했다. 배우로 활동하는 현재에 만족하나?
이준영: 배우로 활동한 지 3년 됐다. 올해만 봤을 땐 큰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뮤지컬과 드라마 두 분야에서 칭찬을 받았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연기에 대해 더 진지해졌고,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 올해는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 이대로 ‘굿 캐스팅’까지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10. 배우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는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했나?
이준영: 작년이 제일 힘들었다.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노력한 만큼 될 거야’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대가를 바라면서 했다. 과거에 온전히 내 노력으로 타고 난 걸 이겨 본 적이 있기에 더 그랬다. 노력에 대해 믿음이 컸다. 하지만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마다 낙심했다. ‘왜 안돼’라며 속상해했다. 어느 순간 내려놓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자작곡을 썼다. 대가를 안 바라고 노력을 하니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10. 가수로서 무대에 설 생각도 있나?
이준영: ‘배우’로 한정 짓고 활동하고 싶진 않다. 나는 아티스트로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 음악,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10. 배우로서 꿈은 뭔가?
이준영: 최근에 마친 뮤지컬과 드라마 모두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것들을 꼬집는 등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어떤 방대한 꿈보다는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