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예스터데이’, 비틀스의 울림통에서 방긋 피어나는 사랑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예스터데이’ 포스터./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영국의 소도시 서퍽. 창고형 할인매장 직원 잭(히메시 파텔 분)은 텅 빈 객석이 익숙한 무명가수이기도 하다. 잭은 부푼 가슴으로 래티튜드 페스티벌에 참여하지만, 그의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지 못한다. 잭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자 매니저인 엘리(릴리 제임스 분)에게 가수의 꿈을 이제 그만 접겠노라 한다.

전 세계에서 일시에 12초간 정전이 된다. 그 순간 잭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앞니 두 개가 쑥 빠진다. 퇴원한 잭은 엘리와 친구들이 건넨 기타 선물에 노래 선물로 답을 한다. 그런데 친구들은 비틀스의 명곡 ‘Yesterday’를 잭의 신곡으로 받아들인다. 심지어 비틀스가 누구냐고 되묻는다. 정전 이후 전 세계에서 비틀스가, 비틀스의 노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잭은 ‘듣보잡’ 밴드가 되어버린 비틀스의 주옥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조금씩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영화 ‘예스터데이’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예스터데이’는 비틀스가 사라진 세상에서 비틀스의 노래를 기억하는 단 한 사람이라는 시작점부터가 눈길을 끄는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이 제작한 영화답게 뜨듯한 감성도, 톡 쏘는 유머도 놓치지 않았다. ‘러브 액츄얼리’(2003) ‘어바웃 타임’(2013)의 각본 및 감독을 맡았던 리처드 커티스의 손에서 태어난 작품답다.

감독은 ‘트레인스포팅’(1996)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의 대니 보일이 맡았다. 대니 보일은 “누군가 말했다. 비틀스 노래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횟수와 성경에 나오는 횟수를 비교해 본 적이 있냐고.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기록하며 비틀스가 완벽하게 이긴다. 나는 이 대목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느꼈으면 하는 부분이다. 이것이 바로 인생이자 사랑 이야기라는 것”이라고 했다.

히메시 파텔은 인생 자체가 거짓말이 된 기분에 젖어든, 무명 가수에서 슈퍼스타가 된 잭이라는 인물의 감정의 높낮이를 잘 그려냈다. 릴리 제임스 역시 서퍽 토박이 엘리의 수수한 매력을 잘 담아냈다. 그리고 ‘Shape of You’의 에드 시런이 자신의 이름 그대로 영화에 출연한다. 실제 서퍽 출신이기도 한 그는 이 작품과 어울림이 두루 좋다. 또한 에드의 매니저 데브라 역으로 등장하는 케이트 매키넌은 특유의 활력으로 존재감을 빛낸다.

비틀스의 명곡은 시종여일 화면에서 흘러내린다. ‘Yesterday’부터 ‘She Loves You’ ‘I Want to Hold Your Hand’ ‘I Saw Her Standing There’ ‘In My Life’ ‘Back in the USSR’ ‘The Long and Winding Road’ ‘Penny Lane’ ‘Eleanor Rigby’ ‘Strawberry Fields Forever’ ‘Here Comes the Sun’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Hey, Jude’ ‘Help!’ ‘All You Need Is Love’까지. 극 중에도 나오는 대사지만 비틀스가 없는 세상은 너무 슬픈 세상이다. 마치 지구의 전원이 일시적으로 내려갔다 올라온 것 같은, 정전 이후의 세상에서 비틀스 외에도 자취를 감춘 것들이 몇몇 있는데 누군가에게는 상상만으로도 슬플지 모르겠다.

‘예스터데이’는 비틀스의 팬이어도, 비틀스의 팬이 아니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비틀스의 울림통에서 방긋 피어나는 사랑이 꽤 따사롭다.

9월 18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