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이병헌 감독, ‘극한직업’과 ‘멜로가 체질’의 온도차…”우리에게 뜨거운 1%”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이병헌,멜로가체질

이병헌 감독. / 이승현 기자 lsh87@

1626만 명이 선택한 영화 ‘극한직업’의 감독, 시청률 1%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드라마의 연출가. 성적의 차이가 뚜렷하지만 모두 한 사람의 이야기다. 바로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의 각본가로 영화계에 뛰어든 이병헌 감독이다.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영화 ‘써니’와 ‘타짜:신의 손’의 각색을 맡았고, 2014년 감독으로 나선 영화 ‘스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1월 개봉한 ‘극한직업’은 160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1000만 감독’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누구나 공감하고 웃음을 터뜨릴 만한 기가 막힌 대사로 주로 코믹극에서 빛을 발했다.

그런 그가 드라마에도 손을 뻗쳤다. 지난 8월 9일 처음 방송을 시작한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 드라마 연출로 활동 범위를 넓힌 것.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직접 극본까지 맡았다. 이 감독은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10년간 써놓은 메모장을 털어서 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극한직업’이 성공해서 드라마로 진출한 건 아니다. 드라마 제작은 7, 8년 전부터 해왔다고 한다.

‘멜로가 체질’은 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 고민 등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스물’이 20대 청춘들의 이야기로 호응을 얻었다면 ‘멜로가 체질’은 한층 깊어진 분위기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첫 회부터 이 감독 특유의 현실적인 대사와 우스운 상황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3월부터 촬영을 시작한 덕분에 16부작 중 8회를 내보낸 상황에서 촬영을 모두 마쳤다. 이 감독은 촬영을 마치고 홀가분한 상태에서 출연 배우들과 더불어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이 감독은 “며칠 전 촬영이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엔딩이었다. 배우, 스태프들의 분위기가 좋아서 더 즐겁고 행복했다. 시청률이 이런 상황에 좋아해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촬영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그 역시 ‘멜로가 체질’의 아쉬운 시청률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시청률이 낮은 이유를) 심층 분석 중”이라며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지만 ‘왜 덜 볼까’를 고민하는 것 자체로도 공부가 된다”고 했다.

JTBC ‘멜로가 체질’의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 / 제공=JTBC

‘멜로가 체질’은 첫 회 시청률 1.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8회까지 줄곧 1%대에 머물고 있다. 촬영장 분위기는 시청률과 관계없이 화기애애하고 따뜻하지만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이 감독의 중간 점검으로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이상의 공감은 이끌었으나, 10대와 20대 초중반의 마음을 움직이진 못했다는 나름의 분석이 나왔다.

그는 “어린 사촌들과 드라마를 같이 봤는데, 이해를 못 해서 질문을 하더라. 그 지점까지 헤아리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포용력이 좁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1%가 그래서 더 뜨겁고 섹시하다”고 강조했다.

‘멜로가 체질’의 극본과 연출까지 도맡은 그는 스스로도 “모험”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모험 끝에 너덜너덜해졌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더 계획적으로 영리하게 에너지를 나눠서 쓸 수 있지 않을까”라며 위안을 삼았다.

‘극한직업’으로 정점을 찍고 야심 차게 도전한 ‘멜로가 체질’로 짧은 시간에 온탕과 냉탕을 경험한 이병헌 감독. “뜨거운 1%”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1000만’이라는 황홀경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낮은 시청률을) 반성도 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멜로가 체질’이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고 기획한 건 당연히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네요. 아침에 시청률을 확인하는데 오타인 줄 알고 휴대폰을 흔들어봤어요. 몰랐는데 저한테도 적지 않은 부담과 압박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10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로 인해 저 자신도 모르는 흔들림, 내 안의 불손함을 잠재울 수 있는 시간이 됐습니다.”

이 감독이 ‘멜로가 체질’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는 “30대를 다 지나고 돌아보는 나이인데, 지금 이 드라마를 보면 ‘왜 그때 행복하지 못했을까? 다시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일이든 사랑이든, 다시 시작하기 직전에 놓여 있다. 그 시작 앞에 있는 이들에게 가볍게라도 용기를 던져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