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탐정’ 종영] 고발성 짙었지만 재미는 반감…그래도 고마웠던 드라마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SBS ‘닥터탐정’ 방송 캡처

SBS 수목드라마 ‘닥터탐정’은 산업재해, 근로자에 대한 부당 대우 등 산업현장의 부조리를 드라마로 풀어내겠다며 과감한 시도를 했다. 의도는 좋았으나 드라마로서 안겨줘야 할 재미는 놓쳐버렸다. 그래도 잊지 말아야할 사회 이슈들을 끄집어내고 되새기게 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지난 5일 ‘닥터탐정’이 종영했다. 도중은(박진희 분)은 납치당한 딸 최서린(채유리 분)을 겨우 찾아냈다. 차 안에 갇힌 최서린은 에어컨에서 나오는 가습기 살균제를 그대로 마셔야 했다. 도중은은 창문을 깨 최서린을 구해냈다.

TL오쉠의 모성국 본부장(최광일 분)은 메탄올 실명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의 책임자로 재판정에 섰다. 도중은은 증인으로 나서 TL그룹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상품을 출시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 실험에 참가한 김양희(노행하 분)가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자 모성국이 살해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모성국에게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TL의료원 이사장 최민(류현경 분)은 사람을 시켜 모성국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미확진질환센터(UDC)에는 새로운 의뢰인이 찾아왔다. 동생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는데 사측에서는 동생이 비만이라는 이유를 들어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UDC의 도중은, 허민기(봉태규 분), 변정호(이영진 분)는 조사 중 의뢰인 동생의 증상이 심근경색이 아니라 심근허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현장 조사를 통해 이는 열사병에 의한 것임을 밝혀냈다.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기 위해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출퇴근 카드를 시간에 맞춰 찍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카페에서 야근까지 하고 있었다. 의뢰인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쓰러진 날에는 낮 시간 과도한 신체 노동, 수면 부족, 음주 등으로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회사의 창고에서 눈을 붙였기 때문에 열사병을 앓은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실험 조작 의혹을 받다 풀려난 최태영(이기우 분)은 최민을 만나 TL을 박수 받는 기업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최민은 일말의 반성도 없었고 들은 체 만 체 했다.

사진=SBS ‘닥터탐정’ 방송 캡처

공일순(박지영 분)은 산업안전보건국장에 임명됐다.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던 그는 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일 때문에 다치고 아프지 않는 세상이 와서 직업환경의학과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도중은은 UDC 소장이 됐고 연구팀장으로는 윤시월(윤소이 분)이 새롭게 왔다. UDC에는 라돈이 검출된 침대로 인한 피해자 사건이 접수됐다. 직원들은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도중은은 현장에 나가다 스크린도어 사고로 인해 죽은 정하랑(곽동연 분)의 동료 김도형(권혁범 분)을 만나게 됐다. 김도형은 “회사가 많이 변했다. 나도 정직원이 됐고, 요즘은 2인1조도 잘 지킨다. 하랑이 덕분”이라고 고마워하면서도 씁쓸해했다. 김도형으로부터 정하랑 어머니(황정민 분)의 소식도 들었다. 하랑의 어머니는 광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도중은은 어머니 옆에 섰다. 그리고 ‘죽음의 외주화를 멈춰라’라는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함께 들었다.

사진=SBS ‘닥터탐정’ 방송 캡처

‘닥터탐정’에서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메탄올 실명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잊지 말아야할 사회적 이슈를 다뤘다.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맡았던 박준우 PD가 연출을 한 만큼 깊이 있고 전문적인 내용이 기대됐다. 예상대로 이야기는 탄탄하게 진행됐지만 시사 프로의 드라마화라는 점에서는 미미한 성과를 거뒀다. 진지하고 어려운 내용은 시청 피로도를 높였다. 이는 낮은 시청률로 이어졌고 사회적 이슈를 돌이켜보며 개선해 나가자는 드라마 의도의 파급력도 떨어졌다.

그러나 메시지만은 강렬하게 남겼다. 메탄올 실명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건 등을 에필로그로 소개해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각성하게 하고 관심을 유도했다. 배우들은 안정적인 연기로 이야기를 끝까지 힘 있게 끌어가며 우리가 지향해야할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