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60일, 지정생존자’ 이준혁 “오영석이라는 친구가 말을 걸어왔죠”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에서 무소속 국회의원 오영석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준혁./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배우 이준혁은 호평 속에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지정생존자)’의 숨은 기둥 같은 존재였다. 이준혁은 극의 중심축이 된 사건인 국회의사당 테러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테러의 공모자 오영석 역을 맡았다.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지진희 분)과 대립하며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준혁은 “오영석이라는 친구와 6개월 이상을 살고 그가 하는 얘기를 깊숙이 들었다”고 했다. 맡은 캐릭터의 다채로운 면모를 연기로 녹여내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끈 이준혁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오영석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했나?
이준혁: 대본에 내가 직접 채워갈 수 있는 여백들이 있어서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같이 만들어갔다. 감독님하고 내가 오영석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는 것들이 일치했다. 오영석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이 존재한다는 점 또한 재밌었다. ‘지정생존자’는 미묘함이 많은 드라마여서 리뷰도 관심있게 봤다.

10.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태도가 유연해 보인다.
이준혁: 드라마를 하면 새로운 친구가 생기는 기분이 든다. 6개월 이상을 같이 살아야 하는 오영석이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거다. 오영석의 말이 궤변일지라도 나는 그의 이야기를 깊숙이 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 오영석의 생각이 갈등하게 되고, 그 두 가지가 섞여서 나오는 것이 결과물이다. 그 부분이 재밌다. 특히 오영석은 서브 텍스트가 많은 캐릭터라 더 소통하고 합의점을 찾으려고 했다.

10. 감독과의 소통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준혁: 감독님은 나의 첫 번째 시청자다. 내 연기를 최초로 본 사람이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감독님의 의견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내가 연기를 했을 때 감독님이 오케이를 주는 대신 시계를 보고 있으면 애매한 느낌이 든다.(웃음) 내가 연기를 잘 했다면 감독님이 제일 보고 싶을 테니 말이다.

10. ‘지정생존자’는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도 봤나?
이준혁: 원작은 캐스팅 된 다음에 봤는데 다 보지는 않았다. 오영석을 원작 캐릭터보다 더 묘한 인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오영석을 마치 100여년 전 죽어있는 상태의 유령처럼 몇 살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게 보이도록 노력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오영석이 과연 싱글일까? 부모는 있을까? 보이는 대로의 나이가 맞을까?’라고 고민할 수 있도록, 인간 같지 않은 느낌으로 존재하기를 바랐다.

10. 본인이 생각하는 오영석은 어떤 인물인가?
이준혁: 오영석은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끝까지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드라마에도 오영석이 가질 수 있는 예민함을 보여주는 장치를 많이 넣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모차르트의 일생을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1984)를 본 적이 있다. ‘아마데우스’에서 천재(모차르트)가 멍석에 말려 죽는 장면에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오영석도 그렇게 천재적으로 시작하지만 욕심의 끝과 허무함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느낀다.

연기는 캐릭터와의 대화를 통해서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는 오영석./ ./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10. ‘지정생존자’는 자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가?
이준혁: 일단 이런 인터뷰를 하게 해줬다.(웃음) 또 시청자들이 작품을 보는 취향이 정말 다양해졌다고도 느꼈다. 정치를 다루는 드라마인데도 ‘사람들과 작품으로 소통할 수 있구나’, 그리고 ‘이 소통도 괜찮은 일이구나’라고 깨닫게 해줬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타인이 만든 영화를 2000편 넘게 보면서 남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고 생각했다. 반면 ‘지정생존자’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었다.

10. 실제 성격은 내향적인 성격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이준혁: 완전 내향적이다.(웃음) 그래서 요즘 유행어인 ‘핵아싸'(핵 아웃사이더의 줄임말. 혼자 지내는 걸 선호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란 단어가 너무 좋다. 나를 하나로 지칭할 수 있어서다. 하하. 연기를 할 때의 나도 진정한 ‘핵아싸’인 것 같다. 나는 없고 오로지 오영석만 있기 때문이다. 도망감의 끝이 아닌가.(웃음) 낯가림이 심해 시상식에서 공포스러운 기분을 느낀 적도 있다.

실제 성격은 내향적이라고 밝힌 ‘핵아싸’ 오영석./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10. 큰 야망보다는 소소한 행복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
이준혁: 내가 올라가고 싶은 위치에 대한 마음을 잃었다고 본다. 지금은 TV에 나오는 것만으로 너무 복받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만나는 캐릭터들과 온전히 대화를 나누는 것에 집중한다. 허황된 욕심이 없고 ‘할 일 잘 하자. 주변을 잘 챙기자’란 생각으로 산다.(웃음)

10. ‘지정생존자’ 종영 이후 네이버 V앱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소소하게 가지기도 했다.
이준혁: V앱 라이브 방송은 정말 신기하다. 이러한 신기술이 나오기 전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하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이젠 기술력 하나로 그 바람이 이뤄진 거다. 또 팬들이 팬레터 등을 보내주셔도 개인 SNS를 안 하니까 답할 데가 없었던 터라 정말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내 채널이 개인적인 공간이기도 하니까 이젠 팬들과 같이 소통할 수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 개인 SNS보다는 V앱 등으로 소통할 예정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