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김고은X정해인 ‘유열의 음악앨범’, 아날로그 감성의 멜로 속으로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포스터.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방송, 사랑, 그리고 비행기.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출발할 때 에너지가 가장 많이 든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음악앨범’의 진행을 맡은 새로운 DJ, 유열입니다.”

1994년, 라디오 프로그램 ‘음악앨범’의 DJ가 유열로 바뀌던 날, 미수(김고은 분)의 제과점에 귀엽고 잘생긴 청년 한 명이 ‘따릉’ 초인종 소리와 함께 들어온다. 제과점에서 뜬금없이 두부를 찾는 이 청년의 이름은 현우(정해인 분). 그는 라디오 DJ의 멘트에 꽤 놀라는 듯하다.

현우에게 그날은 특별했다. 소년원에서 자신이 나갔을 때 세상이 단 하나라도 달라져 있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년원에서 매일 아침 듣던 ‘음악앨범’의 DJ가 바뀐 것이다. 그걸 알게 된 곳이 미수의 제과점이다. 그래서 현우에게 우연히 들른 제과점은 필연처럼 특별한 곳이 됐다. 아르바이트생을 찾는 공고를 본 현우는 제과점에서 일하겠다고 한다.

제과점 주인인 미수와 직원이자 미수에게는 친언니와 마찬가지인 은자(김국희 분)는 편견 없이 현우를 대한다. 현우는 미수에게 ‘사장님’이라고 꼬박꼬박 존댓말을 했는데 알고 보니 동갑내기. 둘은 함께 일하고 같이 웃으며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둘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현우가 다시 과거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주인공 미수와 현우가 만나고 엇갈리기를 반복하는 순간을 담은 멜로다. 영화는 마치 수채화 같다. 팔레트의 물감에 붓을 찍어서 살짝 물에 담갔다가 도화지에 그리면 종이에 닿는 순간 물감이 퍼져나가면서 끝부분은 살짝 번지는 것처럼. 스펙터클한 액션,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했던 최근 영화들에서 보지 못한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엄청난 반전이 없다는 점은 심심할 수 있지만 고전은 영원한 법. 멜로의 정석을 보여주는 영화가 늦여름과 초가을 언저리에 있는 관객들의 가슴을 아련하고 촉촉하게 적신다.

둘은 그저 사랑하게 된다. 왜 사랑하게 됐냐고? 이 질문에 명확한 이유를 꼽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두 사람이 왜 사랑하게 됐는지 논리적인 이유는 따지지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사랑해 가느냐를 보게 된다. 둘을 따라가면서 함께 행복하고 함께 아프게 된다.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해서, 사랑하는 이에게 만큼은 치부를 보이고 싶지 않아서, 나의 아름다운 모습만 봐주길 원해서. 둘의 사랑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주변 인물들은 아주 보조적인 역할만 하고 영화는 내내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미수와 현우를 연기한 김고은과 정해인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말간 김고은과 해사한 정해인의 멜로는 일단 비주얼부터 보는 재미가 있다. 김고은은 자존감을 잃기도 하고 되찾기도 하며 꿈을 향해 한 단계씩 성장해나가는 미수의 모습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정해인은 극복하기 힘든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불안하고 흔들리는 현우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 보는 이들을 아릿하게 만든다. 미수와 현우는 큰 명성과 돈이 따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아주 평범하기에 이 시대 청춘들에게 더욱 깊은 공감을 불러낼 법하다.

라디오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시대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다이얼을 돌려 ‘지지직’ 소리를 들으며 직접 주파수를 맞춰야 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인터넷 라디오에 익숙한 세대에게도 서정적인 사랑과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로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의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영화의 또 다른 묘미다. 감독의 원픽 노래는 핑클의 ‘영원한 사랑’.

28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