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AN09│조코 안와르 감독 “악마의 침? 원한다면 사다 줄 수 있다”

1999년 당시 1년에 한 편이 만들어졌던 인도네시아 영화는, 2008년 81편이 만들어지는 급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에서만 4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네시아 영화를 대표하는 젊은 감독인 조코 안와르 감독이 2007년 제11회 PIFAN의 폐막작이었던 <칼라> 이후, 두 번째로 부천을 찾았다. 21일 밤 8시, 부천시청 상영관을 채운 관객들 중에는 특별히 외국인이 눈에 많이 띄어, 인도네시아 영화와 조코 안와르 감독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증명했다.

영화 <포비든 도어>는 성공한 조각가인 감비르의 삶 뒤에 숨겨진 비밀을 ‘금지된 문’으로 은유하는 작품으로,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 없이도 주인공의 심리적 상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완벽하게 성공한 삶으로 보이지만,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과거가 몸에서 절대 떨어뜨릴 수 없는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와 가족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의 충격도 놀랍지만, ‘금지된 문’이 열린 이후의 반전은 한층 더 높은 강도로 관객들의 뒷통수를 친다.

영화 상영을 마치고 시작된 관객과의 대화는 조코 안와르 감독의 재치 있는 언변 덕에,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덜어내며, 진지하지만 즐겁게 진행되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누구나 10분 동안 마비가 되는 ‘악마의 침’에 대한 질문에 “원한다면 자카르타에서 사다 줄 수 있다”고 응수했고, 마지막에 영화에 관한 퀴즈를 맞힌 관객에게 포스터를 선물하는 등 이벤트까지 준비해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켜준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조코 안와르 감독은 인도네시아 영화의 성장과 관련한 질문에 “현재의 인도네시아는 서양에서 들어온 것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편협한 사고방식이 만연해있다”며 자국의 상황을 비판한 뒤, “국수주의나 종교적인 내용에만 몰입하지 않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1년, 혹은 2년 뒤 PIFAN을 찾기로 약속한 그의 다음 작품이 얼마나 자유로운 상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 부천=윤이나 (TV평론가)
사진. 부천=이진혁 (el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