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 “힙합을 연주하는 밴드 중 우리와 루츠가 최고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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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의 내한공연(5월 17일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을 봤던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국내에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들은 최근 트렌드이기도 한 재즈와 힙합의 만남에 있어서 현재 첨단을 달리는 밴드였기 때문이다.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의 연주는 힙합과 재즈의 만남이 어디까지 유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창의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줬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는 작년 초에 발매된 앨범 ‘블랙 라디오(Black Radio)’로 그래미 어워즈에서 R&B 부문을 수상하면서 명실상부한 최고의 흑인 아티스트로 떠올랐다. 이제 서른다섯 살인 로버트 글래스퍼는 몇 장의 재즈 피아노 앨범을 발표하며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다. 자신의 밴드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로는 ‘재즈+소울+힙합’의 방식을 통해 그래미상까지 거머쥐면서 카니예 웨스트, 자넬 모네, 존 레전드, 프랭크 오션 등과 함께 흑인음악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내달 5일 국내에 발매되는 새 앨범 ‘블랙 라디오 2(Black Radio 2)’가 전작의 영광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로버트 글래스퍼와 서면으로 나눈 인터뷰를 공개한다.

Q. 지난 5월 한국 첫 내한공연을 잘 봤다. 한국에서 첫 공연을 한 소감이 어땠나? 더불어 한국에 대한 인상도 궁금하다.
로버트 글래스퍼: 관객들 반응이 아주 좋았다. 한국은 첫 방문이라서 백스테이지에 나가 좀 구경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갔었는데, 갑자기 관객들에 나를 발견하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 200명쯤 몰린 것 같았는데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같이 찍고 그랬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나의 팬이 있다는 걸 알게 돼 기분이 좋았다. 공연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관객들은 나의 음악에 집중하고 또 즐겼다. 호텔에서 바로 공연장에 갔다가 다시 바로 호텔로 돌아왔기 때문에 한국을 제대로 체험해볼 기회는 없어 아쉽긴 하다. 딱 하루 밖에 없어서 한국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없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국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

Q. 지난 앨범 ‘블랙 라디오(Black Radio)’에서는 힙합과 소울, 그리고 재즈의 만남을 멋지게 해냈다. 이러한 방식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로버트 글래스퍼: 그러한 시도가 처음에 하나의 아이디어로서 시작된 건 아니다. 내가 음악을 듣는 방식이 그랬다. 나는 음악을 일일이 구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구분을 하려면 의식적으로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재즈 밴드에서 재즈를 연주를 하면 의식적으로 음악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밴드가 연주를 할 때 우리는 재즈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단 음악적 배경 자체도 다 다르다. 지난 앨범 ‘캔버스(Canvas)’의 앨범 어레인지를 맡은 베이시스트 같은 경우는 런던에서 클래식 음악 콘서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나의 경우에는 큐팁(Q-Tip), 맥스웰, 빌랄, 카니예 웨스트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했다. 드러머 크리스 데이브도 색소폰 연주자 케니 가렛 등과 함께 작업했고, 케이시 벤자민은 록밴드 연주 경험이 많다. 우리는 모두 다양한 음악의 경험을 많이 갖고 있고, 다른 방식으로 음악에 접근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의 음악을 대하는데 완전히 열려있다. 여러 장르가 섞이고 새로운 게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Robert Glasper Experiment_Black Radio 2

Q. ‘재즈+소울+힙합’의 방식은 전에도 있었다. 약 10년 전에는 로이 하그로브가 주도한 RH FACTOR의 음악이 있었고, 그 전에 구루(Guru), 더 루츠(The Roots) 등이 있었다.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의 음악이 선배들의 시도와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로버트 글래스퍼: 사실 내 첫 투어는 RH Factor와 함께했다. 하지만 음악을 자세히 들어보면 우리 밴드와 RH Factor, 그리고 또 다른 비슷한 밴드들 간의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RH Factor는 두 명의 드러머가 있었다. 한 명은 재즈 드러머 윌리 존스였고, 다른 드러머는 좀 더 펑크(Funk) 쪽에 가까운 달라스 출신 JT였다. 둘 다 내가 잘 아는 친구다. 또한 RH Factor는 키보드나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스페셜 게스트들이 앨범에 많이 등장했었다. 하지만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는 하나의 밴드다. 나는 재즈를 연주하는 드러머와 펑크를 연주하는 드러머를 따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최고 수준으로 연주하는 하나의 밴드다. 힙합을 연주하는 밴드 중에서 우리와 루츠보다 뛰어난 밴드는 없다. 재즈에서도 우리는 최고 수준이다. 그게 사실이다. RH Factor는 펑크와 재즈 쪽에 가까웠다. 힙합 쪽하고는 거리가 좀 있었다. 나는 그들이 힙합 쪽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차이점은 그들이 메인스트림에 어필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인지도는 재즈 쪽에만 국한돼있다. 물론 그들의 앨범은 좋았다. 여러 장르를 섞고, 뭔가 할 말이 있었던 최초의 앨범들 중 하나였다. 또한 로이 하그로브는 이러한 흐름을 처음에 시작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대단한 재즈 뮤지션이고 힙합-소울 신에도 깊게 연관돼 있었다. 그는 중요한 사람이다. 그가 있었기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을 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Q. 이전 앨범에서 너바나의 곡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irit)’을 커버해서 화제가 됐다. 이 곡은 어떻게 커버를 하게 됐나?
로버트 글래스퍼: 나는 너바나를 좋아했고, 특히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에 오랫동안 빠져있었다. 그 앨범을 만들던 당시에 커버 곡을 하나 하려고 했는데, 그 노래가 유명한 록 넘버라서 커버한 것이다. 백인이든, 흑인이든, 아시아인이든, 어디에 살 든, 록 음악을 듣든 안 듣든, 이 노래는 다 알고 있다. 많이 알려져 있고, 동시에 훌륭한 곡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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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앨범 ‘Black Radio 2’

Q. 새 앨범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전작과 다르게 새롭게 시도한 부분이 있다면?
로버트 글래스퍼: 가장 큰 차이는 이번 앨범이 전작에 비해 조금 더 힙합, R&B쪽의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다. 재즈의 영향은 조금 더 줄어들었다. 지난 앨범 ‘블랙 라디오’는 재즈적인 느낌이 강했다. 물론 이번 앨범도 근본적으로는 재즈의 느낌이 있고, 핵심적인 요소들은 느껴지지만, 기본적으로는 R&B 힙합 앨범이다. 프로듀싱도 더 강화했고, 오리지널 곡도 더 많이 수록했다. 작곡에 더 많이 신경을 썼다. ‘블랙 라디오’는 전체 중 절반이 커버 곡이었지만, 이번 앨범은 딱 한 곡만 커버 곡이고, 디럭스 에디션에 커버 곡이 하나 더 있다. 총 16곡 중에 2곡만 커버 곡인 셈이다.

Q. 전작에 이어 참여한 게스트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전작에 이어 다시 참여한 라라 해서웨이를 포함해 커먼, 페이스 에반스, 노라 존스, 스눕 독, 에밀리 산데 등이 참여했는데, 이들과 앙상블은 어땠나?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린다.
로버트 글래스퍼: 스페셜 게스트의 75% 정도는 내가 직접 섭외했다. 나머지 25%는 우연히 참여하게 됐다. 그 25% 역시 좋은 결과를 낳았다. 그런 우연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가령 노라 존스는 원래 우리 앨범에 참여할 계획이 없었따. 않았었다. 난 그녀가 이 앨범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노라 존스는 항상 바쁘니까. 하지만 작업 막바지에 나는 그녀가 참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맙소사! 당장 해야지!”라고 소리를 지르며 작업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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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 앨범을 내면 다시 한국에 공연을 하러 올 계획은 없나?
로버트 글래스퍼: 새 앨범이 나오면 한국에서 꼭 공연을 하고 싶다. 에이전트한테 한 번 말해봐야겠다. 내 생각에는 아마 한국에서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번에 한국에 갔을 때, 한국에서 다시 공연을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Q.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의 음악은 최근 등장한 뮤지션 중 자넬 모네 등과 함께 블랙뮤직의 첨단에 서 있는 음악이 아닌가 생각된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로버트 글래스퍼: 맞는 말이다. 받아들이겠다.(웃음) 거기에 카니에 웨스트도 포함시키겠다. 나는 자넬 모네와 카니에 웨스트 모두 만나본 적이 있다. 카니에 웨스트는 가끔씩 우리 밴드와 같이 연습을 하곤 한다. 자넬은 한 번 만나봤다. 그녀는 정말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너무나도 창의적이다. 다른 어떤 사람도 아닌 자신만의 음악을 한다. 카니에 웨스트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들과 같이 설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유니버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