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스타] ‘TEN Star 커버스토리’ 이시언 “예능 아닌 연기로 최우수상 받아야죠”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텐스타’ 8월호 표지를 장식한 이시언./ 사진=텐스타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이시언. 이제야 연기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단다. 그동안 드라마 ‘응답하라 1997’ ‘W(더블유)’ ‘플레이어’ 등에서 코믹한 연기로 신스틸러 역할을 했던 그는 지난 6월 종영한 ‘어비스’를 통해 다채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며 주연급 배우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최근에는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아내를 죽였다’ 촬영도 마쳤다. 웃음기 하나 없는 스릴러물이다. 이시언의 목표는 연예대상이 아니라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거다.

10.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이시언: 이제야 연기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다. 하하. 10년을 해도 연기는 항상 어렵다. 올해 드라마 ‘어비스’랑 영화 ‘아내를 죽였다’로 연기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여러 모로 의미 있는 10주년이다.

10. ‘어비스’에서는 코믹 연기 뿐 아니라 형사로서의 날카로운 카리스마, 순정남의 로맨스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시언: 감독님과 작가님 덕이다. 연기를 폭넓게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고, 편하게 해줬다. 그래선지 연기를 정말 재밌게 했다. 안 해본 장면들이 많아서 연기할 때마다 걱정 반 설렘 반이었는데, 다행히 좋게 나온 것 같다. 수염이 한몫했다. 하하.

10. 박보영, 송상은과 로맨스 연기를 펼쳤는데 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이시언: 두 사람 모두 연기를 워낙 잘해서 힘든 점은 없었다. 다만 연기 호흡을 잡아가는 게 조금 힘들었다. 극 초반에는 전 여자친구인 미도의 얼굴로 환생한 박보영 씨를 미도로 착각하고 좋아하고, 나중에는 성형 수술로 얼굴이 바뀐 진짜 미도 송상은 씨를 좋아하게 된다. 이야기 진행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이해하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감정 변화를 빨리 받아들여야 했던 게 조금 아쉽다.

10. 덥수룩한 머리 스타일과 수염은 원래부터 의도했던 건가?
이시언: 드라마와 영화 촬영이 맞물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영화 속 모습으로 촬영하게 됐다. 근데 생각보다 주위 반응이 나쁘지 않더라.(웃음)

10. 촬영이 겹치지 않았다면 외적인 모습에 변화가 있었을까?
이시언: 수염은 똑같이 길렀을 것 같다. 머리 스타일은 조금 깔끔하게 바꾸지 않았을까.

10. ‘어비스’가 2%대 시청률로 막을 내려서 아쉽지 않나?
이시언: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결과도 좋으면 좋지 않나.(웃음) 영혼의 모습으로 환생한다는 소재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열심히 촬영했고,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보여줄 수 있었던 작품이어서 후회는 없다.

10. 시청자들 반응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이시언: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시고 응원해주는 글도 많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네가 뭔데 수염을 길러?’였다. 수염을 기르는 데도 자격이 필요한 건가 싶었다. 하하.

“이제야 연기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다”는 11년 차 배우 이시언./사진=장한 작가

10. 악성 댓글에 신경을 많이 쓰나보다.
이시언: 굉장히 동요한다. 특히 ‘나 혼자 산다’에 관한 악플이 가장 많다. 예능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악플들을 보다 보면 ‘나를 잘 모르시는구나’라고 느낀다. 특히 내가 기안84를 엄청 싫어한다는 글들이 많더라.

10. 방송에서 기안84에게 툴툴거리는 모습 때문이지 않을까?
이시언: 난 정말 기안이를 좋아한다. 매주 만나서 밥도 먹고, 거의 매일 통화한다. 좋아한다는 감정을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방송에서 보이는 단면들만 가지고 판단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기안이에게 짜증을 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줬으면 한다. 정말 싫어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았을 거다. 댓글들 하나하나에 다 상처 받거나 신경 쓰지는 않지만 마치 그것들이 사실인 것 마냥 부풀려서 말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심지어는 우리 부모님이 중고차 사업을 해서 부자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게 사실이었으면 얼마나 좋겠나. 내가 그 댓글에는 직접 글도 남겼다 ‘진짜요?’라고. 하하. 아쉽게도 답은 없었다.

10. 이런 루머들이 사실처럼 퍼져나갈 때 억울하진 않나?
이시언: 연예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것도, 욕을 먹은 것도 처음이다.

10. ‘나 혼자 산다’에서 많은 별명을 얻었다. 대배우, 1얼, 얼장 등. 가장 맘에 드는 별명은 뭔가?
이시언: 사실 얼장은 내가 만든 거다. 이왕이면 얼간이 중에 1등인 얼장으로 불러 달라고 했다. 왠지 얼짱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웃음) 대배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세상에 대배우가 어디 있고 소배우가 어디 있겠나. ‘대(기)배우’로 잘 포장돼서 다행이다.

10. 얼간이 이미지를 얻을 거라고 예상했나?
이시언: 전혀 몰랐다. 처음에는 얼간이라는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얼간이 삼형제라는 별명이 내가 헨리를 두 번째로 본 날 붙여졌다. 아직 친한 사이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얼간이로 묶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그래도 그 덕분에 더 빨리 친해진 것 같다. 이제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10. ‘나 혼자 산다’는 인기만큼 위기도 많았다. 전현무, 한혜진이 하차한 이후 부담감도 컸을 것 같은데?
이시언: 책임감이 생기더라. 그만큼 멤버들에 대한 사랑이 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빠졌을 때 제일 슬펐던 건 스튜디오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녹화를 핑계로 일주일에 한 번씩 무조건 만나던 사람들을 이제는 시간을 내서 만나야 하지 않나. 그게 가장 마음 아팠다.

이시언은 “악성 댓글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밝혔다./사진=장한 작가

10.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2017년 신인상, 2018년 최우수상을 받았다. 배우로서 예능 최우수상 까지 받은 소감이 어떤가?
이시언: 양날의 검인 것 같다. 너무나 감사하지만 내가 최우수상을 받을 만큼 예능에 소질이 있지 않다. 내가 이런 상을 받을 만한 역량을 지닌 사람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상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거 같아 마음이 많이 무겁다. 사실 나는 한 게 없다. 멤버들의 재밌는 멘트들과 편집으로 완성된 거다. 가끔 방송을 보노라면 ‘편집을 이렇게 한다고? 저렇게 재밌게 살린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10. 연기대상에서는 한 번도 상을 받지 못했다. 받고 싶은 상이 있다면?
이시언: 최우수상이다. 하하. 희망사항이고 목표이지 않나. 크게 생각하고 싶다.

10. 10년간 비중에 상관없이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
이시언: 데뷔작인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다. 이 작품을 통해 이시언이라는 예명을 얻었다. 드라마 연출을 맡았던 곽경택 감독님이 직접 지어주신 이름이라 더욱 뜻깊다.

10. 이시언이라는 이름의 뜻이 궁금하다.
이시언: 베풀 시(施), 선비 언(彦)이다. 뜻을 물어보니 ‘아무 말 없이 많이 베풀라’라고 하더라. 하하.

10. 1600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됐다고 들었다. 뽑힌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시언: 나도 너무 궁금해서 감독님께 물어봤다. 감독님이 ‘어머니, 아버지한테 감사해’라고 하더라. 입꼬리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10. ‘응답하라 1997’ 촬영 당시 30대였는데 고등학생을 연기했다. 스스로 동안이라고 생각하나?
이시언: 어릴 때는 동안이라고 확신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하하. 30대 후반이 되니 내 나이처럼 보이더라. 이제 학생 연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데뷔 10년 만에 영화 ‘아내를 죽였다’에서 첫 주연을 맡게 된 이시언./사진=장한 작가

10. 데뷔 10년 만에 영화 ‘아내를 죽였다’에서 첫 주연을 맡게 됐는데.
이시언: 지난 2월 초에 제의를 받았다. 주연이라는 사실보다 평소 내가 보여드린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웃음기 전혀 없는 내용과 캐릭터라 놀랐다. 감독님이 내가 이런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걸 아셨던 걸까, 도박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10. 주연 배우로서 부담스럽지 않나?
이시언: 그런 건 없다. 주연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래도 아무나는 아니지 않나. 하하. 조연이나 주연이나 뭐가 다르겠느냐는 식으로 편하게 생각하려 했다. 다르다고 생각하는 순간 멘탈이 무너질 것 같아서다. 부담은 없었지만 고민은 많았다.

10. 일본에 이어 국내서도 팬미팅을 열었다. 인기를 실감하나?
이시언: 가까이서 팬들을 만나면 확실히 사랑받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나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팬미팅을 하기 전에는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다. 지하철을 타고 다녀도 별로 관심들을 안 보이셔서. 하하.

10. 팬미팅에서 ‘연기하는 이시언’으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던데.
이시언: 예능으로 이름을 알리다 보니 사람들이 내가 배우라는 걸 잘 모르더라. 배우 입장에서는 조금 속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예전부터 배우라는 말보다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더 좋았다. 배우라고 하면 왠지 나를 포장하는 것 같아서.

10.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이시언: ‘해운대’ 같은 재난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재난은 정말 비극이지 않나. 너무 무섭고 안 좋은 일이지만 영화로 경험해보고 싶다. 도망가는 건 자신 있다.(웃음)

10. 올해 작품 계획은?
이시언: 이번 여름은 잠시 쉬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너무 달렸다. 9월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때까지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매주 인사 드릴 예정이다.

10. 10년 차 배우 이시언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시언: 10년 동안 잘해왔다. 앞으로 100년 간 더 잘해 보자. 그리고 무탈하자. 하하.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