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변신’ 배성우 “연기는 재밌는 취미생활…그게 쉬지 않는 원동력”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영화 ‘변신’에서 구마 사제 중수 역을 연기한 배우 배성우./ 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배성우가 영화 ‘변신’으로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섰다. 지난 21일 개봉한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담은 공포 스릴러. 배성우는 형 강구(성동일 분)의 가족을 위해 악령과 마주하는 구마 사제 중수를 연기했다. 그는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모습부터 강렬한 카리스마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과거 실패한 구마 의식으로 인해 인간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의 죄의식과 연약함, 깊은 내면의 심리도 섬세하게 담아냈다. 데뷔 21년 차 배우의 농밀한 연기가 빛을 발했다. 연기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는 배성우를 만났다.

10.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배성우: 언론 시사회 때 완성본을 처음 봤다. 잘 나온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다.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걱정과 기대도 크다.

10. 성동일은 시나리오보다 풍부하게 나와서 좋다고 했는데.
배성우: 나는 작년 초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때는 감독님도 안 계셨다. 소재가 뜬금없기도 했지만 신선한 부분도 있었고, 그걸 잘 활용했다는 느낌이 들어 재밌게 읽었다. 감독님이 정해진 뒤 각색이 많이 들어갔다. 그전에는 사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훨씬 인물 중심이다. 정서도 더 뜨거워졌다. 그런 부분에서 좀 더 풍부해진 것 같다.

10. 각색된 방향과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의 차이는 없었나?
배성우: 감독님과 촬영 전부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런 장르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보다 목적을 향해 몰아가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감독님의 스타일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각색 전과 후를 비교하면 뭐가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결정을 내리고 나서부터는 열심히 달렸다.

10. 중수 캐릭터의 변화도 있었겠다.
배성우: 각색 전에는 냉소적이고 감정의 낙차가 있는 인물이었다. 지금은 훨씬 고뇌하는 캐릭터다. 영화 자체가 죄책감이라는 감정에서 서스펜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고뇌하는 캐릭터를 하게 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기대도 됐다.

10. 정작 본인은 공포영화를 잘 못 본다고 들었다.
배성우: 어릴 때는 많이 봤는데 영화 ‘엑소시스트’ 감독판을 보고나서 후유증이 컸다. ‘링’을 봤을 때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하. 영화 자체의 공기나 괴소문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컸던 것 같다. 그 이후로 공포영화를 안 봤는데 이번 작품을 위해 최신 오컬트물 영화들을 찾아봤다. 근데 생각보다 무섭지 않더라. 확실히 예전 공포영화와는 느낌이 달라졌다. 유머도 있고, 장르들이 섞여있어서 훨씬 재밌게 봤다.

10. 연기할 때 참고한 공포영화가 있나?
배성우: 특별하게 참고한 작품은 없다. 전체적인 목소리 톤이나 몰입해야 하는 부분들을 참고하려고 했다.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마음은 편해진 거 같다.(웃음)

영화 ‘변신’ 스틸컷./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10. 스크린 첫 주연 작이다. 연기하는 데 부담은 없었나?
배성우: 부담감은 있었지만 연기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진 않았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연기하는 건 똑같다. 지금까지 했던 대로 설득력 있게 인물을 연기하고자 했다. 다행히 이번 작품은 나 혼자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극을 끌고 가는 거라 부담감은 덜했다.

10. 구마 사제보다 삼촌이라는 역할에 더 중점을 맞췄다고 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배성우: 중수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죄책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게 영화상에서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이 인물의 정서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가 구마 의식이다. 중수에게 구마 의식은 악마와 싸우고 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의 정서를 보여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10. 구마 의식에서 라틴어로 기도문을 외우는 게 어렵진 않았나?
배성우: 외우는 게 어렵거나 발음이 어렵다는 생각은 안했다. 오히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하다 보니 재밌더라. 발음이 뭔가 멋있지 않나. 하하. 근데 중간에 라틴어를 거꾸로 외우는 장면이 있다. 내가 선우(김혜준 분)를 회초리로 때리는 장면에서였는데, 그건 정말 어려웠다. 무조건 한 글자 한 글자씩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촬영 전까지도 잘 안 외워져서 힘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자고 나니까 외워지더라. 아무래도 수면 학습법이 효과를 본 것 같다. 하하.

10. 회초리 장면은 실제로 때린 건지?
배성우: 혜준이가 보호복을 입고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를 때린다는 게 미안하고 힘들더라. 물론 나보다 혜준이가 훨씬 힘들었다. 묶여있는 것도 힘든데 계속 맞아야 하니까. 많이 괴로웠을 거다. 다행히 혜준이가 성격이 능글맞고 재밌다. 나한테 ‘화끈하게 해주세요’ 라고 했다.

배성우는 “연기가 취미생활”이라며 “현장에 가는 게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10. 성동일과는 tvN 드라마 ‘라이브’(2018)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는데.
배성우: 이번 작품에서는 형제 사이고, 훨씬 극한의 상황이라 정서적으로 더 애틋했다. 성동일 선배님도 본인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데도 감정 연기를 다 받아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내가 강구(성동일 분)에게 속내를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그 때 성동일 선배님도 많이 우셨다. 남자들끼리 뜨거운 연기를 하는 맛이 있는 것 같다.

10. 공포 영화지만 정서적인 부분이 강한 것 같다.
배성우: 성동일 선배님은 ‘변신’을 오컬트 새드 무비라고 할 정도였다. 가족 간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그들 간의 오해와 의심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마음이 많이 아파지더라. 악마의 실체가 무서운 것 보다 가족이 더 걱정되고, 혹여나 내가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진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10.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뭐였나?
배성우: 내가 벌레를 정말 무서워한다. 그건 정말 타고나는 것 같다. 하필 이번 작품에 지네와 쥐가 가득한 방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다행인 건 세트장 안에 벌레들을 풀어놓은 거라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공포는 없었다. 그래도 문을 열었는데 쥐가 막 돌아다니고 지네가 보이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특히 벌레들은 전문 배우가 아니라서 애드리브가 강했다. 자꾸 나한테 다가왔다. 하하. 계속 촬영하다 보니 쥐는 익숙해졌는데, 지네는 끝까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복잡한 심정을 가진 상태로 담담하게 바라보는 연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10. 다음 작품 계획은?
배성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올해 안에 개봉한다. 영화 ‘출장 수사’는 현재 촬영 중이고, 내년에 관객들을 찾아뵙게 될 것 같다.

10. 많은 작품을 쉬지 않고 꾸준히 하는 이유는?
배성우: 나는 연기가 취미 생활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라 아무리 힘들어도 재미있다. 현장에 가는 게 즐겁고, 스트레스도 없다. 그게 원동력이지 않을까.(웃음)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