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중훈, “남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어야 진짜 필름메이커”

박중훈
누가 뭐래도 그는 ‘톱스타’다. 영화 ‘깜보’(1986년) 데뷔한 이래 줄곧 톱스타였다. 흥행을 책임졌고, 트로피도 숱하게 수집했다. 오래 전 할리우드에도 진출했다. 지금이야 여러 배우가 할리우드에서 활약하지만, 그가 할리우드에 건너갈 때만 해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를 동경해 배우가 되겠다고 충무로를 두드린 이들도 많았으리라. 그는 스타, 그리고 톱스타였으니까. 30여 년 가까이 한국 영화계의 ‘희로애락’을 경험한 박중훈이다.

그가 영화 ‘톱스타’를 들고 왔다. 주연 배우가 아니라 감독으로 대중을 찾았다. 톱스타였던 그가 톱스타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한다. 누구보다 그 감정과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그가 말이다. 자신이 걸어왔던 과거에 대한 반성문이자 회고록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팀을 위해 뛰겠다던 그가 직접 팀을 꾸린 이유를 전했다.

Q. 배우일 때보다 더 긴장되나 보다.(인터뷰는 개봉을 앞두고 진행됐다.)
박중훈 감독 : 초조해서 죽겠다.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감독이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니까 성공하면 좋겠다. 개인 돈으로 얼렁뚱땅 찍은 것도 아니고, 수십억이 들어간 영화이지 않나.

Q. ‘해운대’ 당시 팀을 위해 뛰겠다고 비유를 했는데 아예 팀을 꾸렸다. (웃음). 그리고 첫 연출인데 워밍업도 없이 너무 세게 나가는 거 아니냐.
박중훈 감독 : 글쎄. 이야기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지금 ‘톱스타’의 이야기를 찍기엔 맞는 예산이다. 그리고 감독은 아니지만, 영화 쪽으로 오래 했으니 리더로서, 기술적 공정에 대한 신뢰는 좋지 않았겠나 싶다. 좋은 퀄리티와 완성도 있는 영화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다른 문제다. 쉽게 말해, 맞춤법을 틀리지 않고 글을 완성하는 건 믿어주는 것 같다. 그 글을 통해 감동을 주고 안 주고는 두 번째 문제다.

Q. 배우로서 처음일 때가 있는데 그때와 비교를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나.
박중훈 감독 :
신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오랜만에 가슴 설레면서 영화를 찍어봤고, 현장을 느꼈다. 다만, 신인 배우 때는 영화도 신인이었고, 배우도 처음이었다. 지금은 영화가 처음은 아니니까 ‘첫’ 자가 비슷할 뿐이지 실질적 내용으로는 다르다. 홍명보 감독이 선수로 첫 A매치를 뛰는 것과 국가대표 감독으로 첫 A매치를 치르는 건 분명 다른 기분일 것이다.

Q. 수많은 감독과 함께 해왔는데 처음 연출을 하면서 같이 작업한 감독들이 떠올랐을 것 같다.
박중훈 감독 :
40편 정도 했으니까 40명에 가까운 감독하고 영화를 한 셈이다. 그중에는 유능한 감독도 있고, 반대도 있다. 또 원만한 리더도 있고, 강압적인 리더도 있다. 이 모두가 나한테 스승이다. 어떻게 했을 때 불편해했고, 아닌가를 몸으로 학습하면서 지내왔다. 잘하면 잘한 대로, 못하면 못한 대로 스승이었다.

Q. 구체적으로 꼽자면.
박중훈 감독 :
임권택 감독의 확신, 강우석 감독의 빠른 판단 그리고 조나단 드미 감독의 배우 감정 컨디션을 잘 유지해주는 기술 등 무수히 많다. 대중이 알 만한 유명한 감독을 언급해서 그렇지 이 외에도 정말 많다.

박중훈
Q. 영화 ‘톱스타’를 보고 있으면 자신에 대한 반성문이나 회고록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뭐래도 박중훈은 톱스타였으니까. 동시에 지금의 후배 톱스타에게 충고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박중훈 감독 :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 자신에 대한 반성 등은 당연히 들어갔다. 그리고 후배한테 충고한다거나 그런 이유로 찍진 않았다. 소재는 배우였지만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자기 일로 받아들인다면 성공한 거다. 그리고 그 범주 안에 후배 배우가 있다면 말이 되지만, 후배 스타를 타깃으로 한 건 아니다. 20~30대 때는 성취하는데 모든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살았던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적대시한 적도 없는 것 같다.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니 나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었겠구나 싶다. 그런 반성이랄까 회고를 하는 거다. 또 대화할 때 피곤한 사람 중 하나가 관심이 남에게 없고, 자기한테만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원활하게 대화를 하려면 그 사람 위주로 해야 하는데 그러면 대화가 매력 없다. 피곤하고 힘들고. 혹시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나? 나 중심으로, 내 생각을 많이 했던 사람이니까. 그런 것에 대한 부끄러움 같은 것들이 이 영화를 만들게 한 동기 같기도 하다.

Q. 이번 영화에 자신의 과오나 부끄러움 등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과거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거 아닌가.
박중훈 감독 :
가지고 있는 게 더 힘들었다. 뱉어내지 않고,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이렇게 오픈하고, 드러내고, 내 성찰을 하는 게 좋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박중훈 전기나 실화를 쫓아가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구성도 오차 범위 내에서는 가감을 시켰다. 영화 속 상황과 사건에 정확하게 처해본 배우라기보다 그 감정을 알기 때문에 내 이야기라는 거다. 약간 다른 지점인 것 같다.

Q. 박중훈이 생각하는 톱스타는 무엇인가. 정의를 내린다면.
박중훈 감독 :
대중의 사랑을 오랜 시간, 일정 기간 이상으로 받아온 사람 아닐까. 대중의 사랑을 아무리 폭발적으로 받아도 기간이 너무 짧으면 톱스타라고 하기에 어려운 것 같다. 규정 타석 미만이면 타율로 인정을 안 해주는 것과 같다. 몇 년이라고 규정짓지 않더라도 십수 년은 지나야 할 것 같다. 김혜수, 장동건, 이병헌, 정우성 등 많이 있지 않나.

Q. 흔히 ‘스타와 배우 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이란 말을 농담처럼 하지 않나. 스타와 배우를 구분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나.
박중훈 감독 :
연기자나 배우보다 스타가 훨씬 큰 의미다. 왜냐면, 진정한 배우인데 스타가 아닌 경우는 많다. 반대로 진정한 스타는 진정한 배우를 포함하는 것 같다. 진정한 스타치고 진정한 배우가 아닌 사람이 누가 있을까. 얼핏 진정한 배우가 더 순수해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 월급 많이 받는 직장 다닐래,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직장 다니겠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그런데 보통 월급 많이 받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긍지를 갖는 경우가 많다. 말은 다르게 할지라도. (웃음). 물론 많이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말장난하는 것 같고, 저항감이 아무래도 있다. 굳이 얘기하자면 이 같은 생각이다.

Q. 그렇다면 톱스타가 갖춰야 할 덕목이 있을까.
박중훈 감독 :
배우로만 국한하면 톱스타는 주연 배우다. 그런데 주연 배우를 영어로 하면 메인 액터라고 하지 않고 리딩 액터라고 한다. 리딩 액터는 자기 것을 물론 잘하거니와 전체를 아우르면서 리드해야 한다. 그런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톱스타 또한 자기 것만 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선장 또는 공동선장 같은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Q. 영화 제목이 ‘톱스타’다. 그리고 극 중 톱스타와 톱스타 자리에 오르는 배우는 김민준과 엄태웅이다. 두 배우가 톱스타라고 생각해서 캐스팅한 건가.
박중훈 감독 :
자칫 잘못하면 미안한 말이 될까 조심스러운데 톱스타 역에 진짜 톱스타를 썼을 때 잃게 되는 것과 얻게 되는 게 있다. 만약 제목이 ‘국민배우’고, 안성기 선배가 주연했다고 치면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다. 배우 본인에게 무엇보다 치명적이고, 덜 신선할 것 같다. 자기 검열도 있을 것 같고.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연기할 때는 좀 더 자유롭지 않을까 싶다. 민준 씨가 톱스타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렵지만 편하게 한 것도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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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래도 뭔가 두 배우에게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캐스팅한 것 아닌가. 더욱이 김민준 씨는 연기 중단하겠다고 선언 아돼닌 선언을 한 뒤 다시 스크린으로 불러낸 건데.
박중훈 감독 :
(김민준은) 외형이 내가 생각하는 톱스타에 가깝다. 굉장히 멋있지 않나. 그리고 가지고 있는 매력이 덜 소개된 배우 같다. 없는 걸 만들어내는 건 힘들지만 소개하는 건 흥미로운 작업이다. 엄태웅은 ‘노바디’가 ‘썸바디’가 되는 거다. ‘썸바디’가 돼도 뭔가 결핍이 있어 보인다. 실제 뭔가 조금 부족해 보이지 않나. 상업적인 면을 떠나 작품 안에서는 최상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면 더 보람 있을 것 같다.

Q. 꽤 오래전부터 이 이야기를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중훈 감독 :
막연하게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구상한 건 5년쯤 됐다. 치열한 준비를 하기 시작한 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다. 그렇게 보면 2년 반 정도 된 것 같다.

Q. 이야기만 하고, 감독은 다른 사람한테 맡길 수도 있는 일인데 왜 감독까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나.
박중훈 감독 :
내 지나간 시절의 부끄러움부터 해서, 어떻게 보면 성장통 같은 영화일 수도 있다. 이건 다른 감독이 알 수가 없을 거다. 그런 걸 왜 맡기겠나. 안 하고 말지. (웃음). 남이 할 수 있는 성격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Q. 감독이기 전에 베테랑 배우다. 그 때문에 배우들을 잘 보듬을 수도 있지만, 배우이기 때문에 고차원적으로 괴롭힐 수도 있는 거다. 아주 기술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 거 아니냐.
박중훈 감독 :
왜 그렇게 (괴롭히고) 하나. 이 영화를 찍으면서 누구한테든 화를 한 번도 안 냈다. 배우의 감정이나 몸 컨디션을 보듬어 담기도 바쁜데 괴롭힐 이유가 전혀 없다. 리더가 팀과 소통할 때 제일 쉬운 방법이 화내는 거다. 동시에 가장 효과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화를 내면 지위 때문에 효과 있는 태도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가장 효과가 없다. 미워죽겠더라도, 이 프로젝트가 잘 가기 위해서라도 화를 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화를 내지 않더라도 원하는 걸 뽑아내면서 개선하는 방법도 많이 있다. 또 배우로서 능력은 인정되지만, 감독으로서는 의심이 있을 텐데 (참여) 결정을 해준 후배들한테 기본적으로 고마움이 있다.

Q. 끼워팔기(논란이 됐던 부분), 스태프 폭행, 음주 뺑소니 등 실화적인 부분이 많다. 언론을 통해 접해왔으니까. 그보다 영화에 담지 못한, 박중훈만이 아는 톱스타의 생활이나 이면이 있을까.
박중훈 감독 :
SNS 등 인터넷 환경이 발달해 있고, ‘찌라시’까지 도는 마당이다. 연예계의 비밀은 없다고 본다. 이 때문에 사건 자체가 충격적인 건 없을 것 같다. 연예계의 또 다른 사건이 아니라 그 상황에 부닥친 내면이 바로 ‘이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게 어필된다면 경쟁력을 가질 거라 본다. 모르는 사건이나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가 어필되면 효과적인데 그런 건 없다는 거다. 다만 그 상황에 부닥친 감정이 뻔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Q. 어떻게 보면 박중훈이기 때문에 첫 연출 도전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투자나 제작 과정 등에서 말이다. 그리고 분명히 이 같은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할 것 같다.
박중훈 감독 :
물론 있지만,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 투자사에서는 철저하게 감독의 능력과 시나리오를 평가하지 연공서열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거 때문에 오는 마이너스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엄격했고, 배우생활을 하지 않고 여기에 ‘올인’했다. 분명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는 것은 이해되는데 그거 때문에 능력 외에 특수를 누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연예부 기자 10년 하다 처음으로 야구 기자 하는 사람과 처음 기자해서 야구 기자 하는 사람과 같을 수 있나? 당연히 다르다. 다만 박중훈에 대한 심리가 있다면 배우로 오랜 시간 지내왔는데 또 하나를 가지려고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본능적 저항감은 있을 수 있다. 보는 사람의 시선이 삐딱해서가 아니라 나도 나 같은 사람이 나타나면 달갑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숙성된 생각이나 표현을 남들의 시각 때문에 안 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박중훈
Q. 혹시 작은 역할이나 카메오라도 출연할 생각은 안 해봤나.
박중훈 감독 :
장난스럽게 보일까 봐 (출연 생각은) 안 해봤다. 감독 이름만 가지고 나가도, 2시간 동안 박중훈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데 모습까지 보이면 안될 것 같았다. 첫 작품이라 여유도 없었다.

Q. 연출에 처음 발을 담갔는데 앞으로도 연출을 계속 할 계획인가.
박중훈 감독 :
첫 작품이 상식적인 결과를 낳아서 연출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하고 싶다. 지금 당장 구상한 건 없고, 앞으론 남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럼 진짜 필름메이커가 되는 거다. ‘라이프 오브 파이’나 ‘브로크백 마운틴’ 같이 원작을 체화시켜서 해야 하지 않을까.

Q. 그렇다면 앞으로 감독 겸 주연을 할 수도 있겠다.
박중훈 감독 :
작품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단, 주연 및 감독을 위해 찾진 않을 거다. 찾다 보니 주연, 감독이 가능하겠다 싶으면 그땐 하겠지만.

Q. 공교롭게도 하정우의 첫 연출작이 ‘톱스타’ 보다 한 주 앞서 개봉됐다. 그리고 하정우는 벌써 ‘허삼관 매혈기’ 주연 및 감독으로 낙점되지 않았나. 그래서 비교 아닌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중훈 감독 :
내심 반가운 것은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배우가 더 있다는 거다. ‘더 테러 라이브’를 보면서 배우로서 재능이 있구나 싶었다. 그 재능이 감독한다고 어디 가겠나. 잘하리라 믿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Q. 자신의 첫 연출작에 대해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이나 주겠나.
박중훈 감독 :
불가능하다. 자기가 자기를 객관화시킬 수 있다면 그건 천재다.

Q. 그러면 대중이 ‘톱스타’를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나.
박중훈 감독 :
확고한 신념인데 영화는 만든 사람의 것이지만 공개되는 순간 관객의 것이다. 그래서 뭔가를 말한다는 게 지침 같아서 지극히 경계하는 편이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재밌게 봐줬으면 한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