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서예지X진선규의 ‘암전’, 욕망이 빚어내는 광기…참혹하고 허무하다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암전’ 포스터./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잘 만든 단편 공포영화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미정은 8년째 장편 데뷔를 준비 중이다. 머리를 싸매고 공포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지만 좀처럼 진도는 나가지 않고, 영화사의 압박은 점점 더 심해진다. 스트레스는 꿈으로도 이어진다. 쪽잠을 청할 때면 귀신 꿈을 꾼다. 눈을 뜨면 놀라는 대신 얼른 노트북 앞으로 가 꿈에서 본 장면을 타이핑한다.

후배와 편의점 앞 노상에서 맥주 한 캔 마시며 신세를 한탄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마저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뿐이다. 어느 날 미정은 후배로부터 ‘귀신이 찍었다’는 괴소문의 영화가 있다는 이야길 듣게 된다. 영화를 본 일부 관객은 심장마비로 죽었단다. 사실이라면 섬뜩한 일인데도 미정은 동요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마음만이 앞섰다.

미정은 영화가 10년 전쯤 만들어졌다는 것과 부천영화제에 출품됐다는 것, 영화를 연출한 인물이 대전대학교 영화학과 출신이라는 단서를 알아내고 본격적으로 그 실체를 찾아 나선다. 그러던 중 괴소문의 영화인 ‘암전’을 연출한 재현(진선규)을 만나게 된다. 그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죽음보다 끔찍한 인생을 살기 싫으면 영화를 찾지 말라”며 경고한다.

영화 ‘암전’ 스틸컷./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미정의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기가막힌 소재를 찾을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였다. 비로소 8년 동안 질질 끌어오던 입봉작을 완성 시킬 수 있겠다는 믿음에 휩싸였다. 데뷔에 대한 욕망이 활활 타올랐다. 그는 재현의 경고를 무시한 채 더욱 영화에 집착했다. 이후 소름 끼치도록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암전’은 이른바 액자식 구성이다. 공포영화 안에 공포영화가 또 있다. 원한을 가진 귀신이 있고, 귀신에 의해 사람이 죽는 등 일반적인 공포물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 나타나지만 여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미정이라는 인물이 ‘공포’의 실체를 알고 귀신과 맞닥뜨릴 때까지의 과정이 생동감 있다. 호기심이 욕망으로, 그리고 광기로 변할 때까지 한 인간의 실체가 귀신보다 무섭고 끔찍하다는 걸 보여준다.

‘암전’은 상영관 불이 꺼진 이후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다. 신선한 구성이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특히 미정을 연기한 서예지는 ‘공포’를 마주했을 때의 목소리와 몸의 떨림 등을 미세한 부분까지 표현해내며 감탄을 유발했다. 손가락을 물어뜯거나 안경을 머리에 올렸다가 다시 썼다가 하는 버릇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연기해 극 중 인물과 혼연일체가 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광기를 표출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영화 ‘암전’ 서예지 스틸컷./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범죄도시’ ‘극한직업’ 등을 통해 대세 배우로 우뚝 선 진선규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미스테리한 인물인 재현이 타락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담아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두 배우의 열연은 공포영화라해서 단순하게 놀라고 소리지르는 연기만 잘해선 안 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눈썹 하나의 움직임부터 미세한 감정변화까지, 연기로 관객을 설득해야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극 중 미정이 영화 속 영화 ‘암전’의 실체와 마주하기까지 시종 긴박감이 넘친다. 그에 반해 끝은 다소 허무하다. 순간적으로 불을 껐다 켠 것처럼 상반된 분위기는 공허함을 안긴다. 제아무리 억만장자가 된 들,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위치에 선들, 욕망에 사로잡혀 미쳐 날뛰고 정당하지 못하게 그 자리에 섰을 때 허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암전’은 15일 개봉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