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YG JYP 긴장시킬 신승훈의 청사진? “밴드음악 키울 것”(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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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은 의연해보였다. 4년 만에 새 앨범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로 돌아와 타이틀곡 ‘소리(Sorry)’로 음원차트 정상에도 올랐지만, 그것이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 눈치였다. 한국 가요계가 음반판매량 면에서 정점을 찍었던 90년대에 가장 많은 앨범을 팔았던 그 아닌가? 과거와 같은 가요계 호시절이 다시 오지 않는다면, 신승훈과 같은 국민가수도 다시 나오기 힘들 거다.

“앨범으로 승부를 하던 시절이었죠. 예전엔 음원이 아닌, 음반시장이라고 말했잖아요. 음원차트 1위가 무슨 의미인지 가늠이 잘 안 돼요. 음원 단곡으로 인기를 얻는 것은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이 아니고 일부만 보고 점수를 매기는 것 같아요. 비틀즈, 김현식은 1번부터 마지막 곡까지 스토리가 있고, 삶이 묻어나잖아요. 앨범이라는 것이 그 안에 기승전결, 희로애락이라 것이 있는 것인데….”

하지만 신승훈도 변해가는 시대에 적응 중이다. “그래도 이렇게 오랜만에 나왔는데 사랑해주시는 팬들에게 고마워요. 지금 제 팬들은 나이가 들어 음악 듣기 바쁜 세대니까요.”

1집부터 7집까지 연속으로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한 전무후무한 기록도 가지고 있는 신승훈은 데뷔 후 20여 년간 2년에 한 번 꼴로 앨범을 발표하는 부지런함을 보였다. 2006년 10집 ‘더 로맨티스트(The Romanticist)’ 이후에는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2008), ‘러브 어 클락(Love O’clock)’(2009), 그리고 이번 앨범 ‘그레이트 웨이브’로 이어지는 3부작을 내놓았다. 11집으로 가는 과도기적인 앨범인 셈이다.

“6년의 시간 동안 세 장의 앨범을 냈죠. 나중에 누군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했던 시절이 언제냐고 물으면 이 6년이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신승훈이 이처럼 말하는 것은 지난 세 장의 비정규 앨범을 통해 음악적인 실험을 펼쳤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원 없이 한 시기다. “대중가수로서 힘든 시기였죠. 예전처럼 언론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당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위대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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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집을 바로 내지 않고 세 장의 비정규 앨범을 낸 이유가 있다. “11집을 내려니 쉽지가 않더라고요. 가수가 천 만 장 이상 앨범을 팔면 목소리가 질린다는 말이 있어요. 어떤 노래를 해도 목소리가 신선하지 않고, 그냥 신승훈 노래로 들리는 거죠. 그래서 11집을 내기 전에 미니앨범을 내게 됐어요. 번외의 성격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음악의 선택 폭이 넓은 것이 좋았어요. 정규앨범이라면 신승훈은 무조건 발라드를 했어야 했겠죠. 세 장의 미니앨범에 대해 ‘신승훈 갑자기 왜 이래?’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한 번 겪는 거 제대로 겪으려고요. 전 지나온 세월만큼 앞으로도 20년 넘게 음악을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레이트 웨이브’에는 기존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신승훈이 전곡을 작곡했으며, 권태은이 공동 작곡, 김이나, 심현보 등이 작사로 참여했다. 신승훈은 9집 이후 가사를 쓰지 않고 있다. 이유가 있다. “제 앨범에 참여한 작사가들이 제 음악을 들으며 자란 세대예요. 왜 저에게 직접 가사를 쓰지 않느냐고 묻는데 제가 무뎌져서 9집 이후로 가사 안 쓰고 있어요. 노래를 띄우기 위해 소설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11집부터는 다시 쓸 거예요. 6년 동안 철이 들었거든요.”

음악적으로는 ‘신승훈표’의 변주라 할 수 있다. 타이틀곡 ‘소리’는 브리티시 록과 발라드의 경계에 있는 곡. ‘내가 많이 변했어’에는 최자, ‘러브 위치 위드(Love Witch with)’에는 버벌진트가 랩으로 피처링했다. 신승훈이 앨범에서 래퍼와 함께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와 함께 기존 발라드의 맥을 있는 ‘그대’, 팬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만든 ‘마이 멜로디(My Melody)’ 등이 청자를 따스하게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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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는 조용필을 필두로 이승철 등 대형가수들의 컴백이 이어졌다. 신승훈은 조용필에 대한 존경심도 잊지 않았다. “조용필 선배님이 화두를 던져주신 거죠. ‘비움의 미학’이라고 할 까요? 따로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음악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어요. ‘바운스’는 여섯 개의 악기로 최상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어요. 기타, 건반 등 모든 악기의 소리 위치가 완벽할 정도예요. 제가 이번에 믹싱에 큰 신경을 쓴 이유도 조용필 선배님 앨범 때문이에요. 정말 가요계에 귀감이 돼주신 거죠.”

데뷔 23년을 맞는 신승훈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바로 ‘일탈’이다. 그 오랜 세월 사랑받으면서 스캔들 한 번 난 적이 없다. 그래도 명색이 슈퍼스타인데 조금 재미없어 보이기도 한다. “전 모범생이죠 뭐. 외국에 나가서도 교통질서를 잘 지켜요. 전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인가 봐요. 음악을 할 때 때로는 건방진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전 그게 안 돼요. 남들은 관리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23년간 관리하면 들키기 마련이죠. 그냥 제 삶이 그래요.”

음악만을 고집해 영화, CF 제의도 모두 거절했다. “조용필 선배님도 음악만 하시잖아요. 제가 존경하는 김현식, 유재하 선배님도 살아계셨으면 음악만 하셨을 거예요. 요새 음악 하는 후배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니, 가수가 된 것으로 이미 꿈을 이룬 것 아닌가요? 우문우답을 하고 있는 거죠. 전 앞으로도 음악만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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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의 목소리는 독보적이다. 누구나 그의 노래는 구분한다. 목관리는 어떻게 할까? “초반에는 내 목소리를 찾으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전 목으로 노래하지 않아요. 소리가 두 군데를 거쳐서 나와요. 두성과 비성으로 노래하죠. 이것을 터득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요. 이제는 목감기 걸려도 노래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요. 모창을 많이 한 것도 도움이 됐어요. 가수들 목소리 나오는 위치를 대강 가늠할 수 있죠. 김종서의 위치, 조성모의 위치, 이문세 형님의 위치 등. 공기 반 소리 반이란 말이 맞는 말이긴 해요. 공기를 30을 쓰느냐 70을 쓰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거든요.”

신승훈은 기획사를 차리고 후진 양성에 대한 뜻도 밝혔다. “싸이가 제 곡을 계속 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았어요. 전 조용필 선배님에게 맨 처음 제 곡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싸이에게 내가 쓴 곡을 처음 준 게 너면 웃기지 않느냐고 하니 ‘원래 첫 순결은 엉뚱한 놈에게 뺏기는 거야’라고 하더군요. 앞으로는 제 기획사의 후배들에게 곡을 줄 거예요. 신인양성을 위한 5층 연습실도 완성된 상태예요. 트레이닝은 제가 시킵니다. 본인의 색을 최대한 보존시킬 거예요. 빨간 색을 보라색으로 만들지 않고 선홍빛으로 만드는 거죠. 이미 연습생도 뽑아놓은 상태입니다.”

SM, YG, JYP가 아이돌 댄스를 통해 케이팝을 구축했다면, 신승훈은 싱어송라이터, 밴드를 키울 생각이다. “저의 신인개발팀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23년 된 노하우로 아이들을 가르칠 생각이에요. 후배들인 양현석, 박진영도 하는데 저도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가요계가 한 장르로 치우쳤잖아요. 그런 상황을 투덜거리기만 하면 안 됩니다. 제가 나서야죠. 개인적으로는 밴드음악이 커야한다고 생각해요. 외국은 밴드음악이 인기가 많잖아요. 밴드가 대중음악의 뿌리가 돼야 해요. 그래야 음악이 다양해지죠. 제 기획사는 내년이 되면 청사진이 나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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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아이유는 재작년에 노래하는 것을 직접 봤는데 절대로 예쁘장한 어린 애가 아니었어요.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죠. 프라이머리의 음악은 교과서적인 것이 있어요. 그 친구는 악기가 가진 소리나 장르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버스커버스커는 테크닉적으로 잘 하는 것이 아닌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특이한 케이스인 것 같은데… 그런 노래도 있어야죠?”

11월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앨범 발매 기념을 겸해 ‘더 신승훈 쇼’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턴테이블 회전 무대 등이 마련되며 신승훈 콘서트 사상 최초로 후배들과의 콜라보 무대도 선보여진다. “신승훈 쇼를 2004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돼가요. 이번에는 기존에 보여드렸던 무대를 총집합한 거대한 쇼가 될 거예요. 그리고 조금의 일탈도 있을 겁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도로시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