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어요.”(인터뷰)

김민정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제 서른을 조금 넘긴 김민정이 연기를 해 온 시간이다. 아역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쉼 없이, 그리고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자연스럽게 넘어왔다. 매번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 흔한 연기력 논란도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말 많고, 소문 많은 연예계지만 치명적인 스캔들도 없었다. “어려서부터 주목을 받아선지, 스스로 모범적인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르게 사는 편”이라고 스스로 인정한다.

항상 반듯하고, 단정했다. 이 때문에 김민정과 코믹은 어딘가 맞지 않은 옷 같은 느낌이다. 코믹한 캐릭터나 연기 또는 그녀가 망가지는 모습도 참 찾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녀의 ‘웃긴’ 매력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된 ‘가문의 영광5’로 예열을 다진 김민정은 17일 개봉된 ‘밤의 여왕’에서 여러 매력을 늘어놓았다. 화려한 댄스로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하고, 청순함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코믹하면서도 카리스마를 동시에 품었다. 김민정 역시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겠다 싶은 건 있었다”고 말했다. ‘밤의 여왕’에서 부부 호흡을 맞춘 천정명과의 ‘열애설’로 인터넷을 달군, 그 다음 날 김민정을 만났다.

Q. 천정명과의 열애설에 당황했겠다. 잘 어울려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이제 사랑을 할 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전에 35세 이전에 결혼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점점 다가오지 않나.
김민정 : 그럴 수 있다. 일반 분들도 잘 어울린다는 댓글을 써주기도 하시고, 관심을 받다 보니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35세 전에 (결혼을) 한다고 했는데 결혼을 늦게 해도 연예인들은 조금 다르게 본다. 30대 초반이라고 해서 배우한테 빨리 가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게 여배우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 결혼을 일찍 할 것 같지 않다. 그보다 좋은 사람을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 부분이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은 나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아직은 조바심이 나지 않는다는 게 정확한 것 같다.

Q. ‘밤의 여왕’은 김민정의 많은 모습을 담고 있다. 춤도 추고, 액션도 하고, 청순한 모습까지. 선택할 때 그런 기대감도 있었겠다.
김민정 :
선택할 때 기회겠다 싶은 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촬영 전에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커서 해야 할 것들이 안 보였다. 그래서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힘들기도 했다.

Q. 힘들다고 해도 그 부분만큼은 만족스럽겠다. ‘밤의 여왕’에선 여러 모습이 비치니까. 그리고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다양한 김민정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꽤 흥미로웠다.
김민정 :
영화 관계자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웃음). 드라마가 잘 되는 거나 영화가 잘 되는 거는 하늘이 결정해주는 거로 생각한다. 열심히 홍보했는데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럭저럭 했는데도 잘 되는 영화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흥행 면에서는 그렇게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다만, 보고 나서 나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니까 바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많은 분이 보시면 좀 더 폭이 넓어질 거란 생각이다. 그런 부분 때문에 잘 됐으면 좋겠다.
김민정
Q. 격렬한 댄스가 제법 나오는데 대역 없이 했다고 들었다. 틈틈이 액션도 나오고, 간호사 코스프레도 하고.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고, 재밌었던 건 무엇인가.
김민정 :
춤이 가장 재밌었다. 그만큼 힘들었고, 그래서 뿌듯하다. 극 중 희주가 춤추는 게 세 장면이다. 그걸 준비하면서 힘들고, 기쁘고, 아픈 것을 다 느꼈다.

Q. 그동안 김민정과 춤, 그리 자주 봤던 기억은 없다. 평소 춤을 잘 추는 편인가.
김민정 :
원래 조금 한다. (웃음). 사실 준비 시간도 많지 않았고, (춤에) 전혀 소질이 없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한 장면도 아니고 세 장면인데다가 편집으로 해결될 부분도 아니다. 그리고 연기할 때 대역 없이 하길 최대한 원하는 사람이다. 그런 상황에서 박치, 몸치라면 어떻게 결정했겠나. 믿는 구석이 살짝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믿을 게 아니었다. 연기도 연기의 세계가 있듯 춤도 춤의 세계가 있다. 처음에 운동화 신고, 트레이닝 복 입고 연습한다. 그게 어느 정도 되면 ‘민정씨 구두요’라고 한다. 극 중 희주처럼 하고 춤을 추는 거다. 운동화를 벗고 구두를 신고하려다 보니 별 무리 없던 웨이브도 안 됐다. 그리고 발목도 너무 아팠고. ‘멘붕’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연습을 하고 나면 ‘민정씨 거울 등지고’라고 주문한다. 연습 때는 거울을 보면서 하지만 촬영 때는 그럴 수 없으니까. 갑자기 뒤돌아서 하니까 중심이 흔들리고, 아무것도 안 되는 거다. 춤 장면 찍기 날 새벽까지 연습했다.

Q. 아. 그렇겠다. 간혹 TV나 영상물에서 가수들 춤 연습하는 모습 보여줄 때 큰 유리 앞에서 하는 것만 봐와서인지 거울을 등지고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해봤다. 그런데 꼭 필요한 연습이겠다. 그 노력의 결과물은 그래도 만족스러울 것 같다.
김민정 :
친구들이 영화보고 전화가 왔는데 자기들끼리 춤 장면을 놓고 대역을 썼다, 안 썼다로 밥 내기를 했다며 솔직하게 이야기해달라고 하더라. ‘대역 안 썼다’고 했는데 어찌 됐든 그 말만으로도 뿌듯했다. 대역 쓴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니까. 참 기분 좋았다.

Q. 극 중 희주는 숨겨진 과거가 있는 인물이다. 김민정 씨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나.
김민정 :
있죠. 그런데 숨겨진 과거는 알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웃음)

Q. 그렇다면 알리고 싶은 건 있나. 어릴 때부터 활동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대중에 노출됐지만 그래도 대중이 잘 모를만한 게 있을 것 같다.
김민정 :
정말 어려서부터 연기 활동을 해서 그런지 대중들이 나에 대해 아는 게 많은 것 같다. 특별히 알릴 것도, 특별히 알리지 않을 것도 없는 존재 같은 느낌이다. 학교도 여중, 여고다 보니 동년배들의 눈초리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은 규율도 어기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살았더라. 얘기할 것도 내 또래 친구들이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가령 혼자 영화 보러 가기 등이다. 뭔가를 꼭 숨기고 있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다.

김민정
Q. 항상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람인데, 영화를 찍으면서 한 번쯤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지 궁금하다. 그게 일탈이든 뭐든. 극 중 희주도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벗어나고자 일탈한 거라도 볼 수 있지 않나.
김민정 :
영화 찍을 때는 몰랐는데 희주를 통해 대리만족을 많이 했다. 과거에 힘들었다고 해서 희주처럼 하진 않았겠지만 그런 부분에서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정말 바르게 살고, FM으로 사는 편이다. 꼭 그렇게만 사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바탕은 맞다. 그래서 가끔 ‘어려서부터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좀 더 모범적인 사람이 된 건가’ 아니면 ‘나 스스로 모범적인 사람인가’란 질문을 하곤 한다. 물론 어차피 내 안에 있는 거지만.

Q. 내 아내의 ‘흑역사’ 탐방 프로젝트란 문구가 포스터에 있다. 그렇다면 김민정에게도 ‘흑역사’라고 부를 만한 시기가 있나.
김민정 :
음…. 과거 부상 때문에 작품을 못 했던 시기가 있다. 1년 반 치료만 했다. 그때 제일 오래 쉬었던 것 같다. 방송을 얼마 남기지 않고, 드라마에 나오는 부분을 연습하다 그렇게 됐다. 모르는 분들이 더 많고, 그렇게 알려지지 않아서 조심스럽긴 하다. 굳이 이야기하는 게 맞나 싶지만, 질문을 받았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작품 준비를 하면서 어깨가 안 좋아졌다. 그래서 작품을 하차하게 됐다. 다른 일로, 또는 놀다가 다친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림은 좋지 않다. 그러면서 (배우, 연기) 이 일은 물론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들었던 생각은 부상을 입었지만, 여하튼 나에겐 일이고, 약속한 부분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탓이 맞는 거다. 그 때 그 일을 통해 많이 배웠다. 나한테 그 캐릭터를 맡기고, 믿어줬던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바로 이 시기가 떠올랐지만 머뭇거렸던 게 그 일이 지금은 ‘흑역사’로 남아있지 않아서다. 20년 이상 일을 했지만 항상 좋게만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웃음).

Q. 여러 모습이 담겨 있지만, 이 중 한 가지 색에 집중한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김민정 :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깊은 멜로를 하고 지나가고 싶다. ‘냉정과 열정사이’ 같은 진지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또 맑은 느낌이라면 ‘러브레터’와 같은. 내 나잇대에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나가면 안 어울릴 것 같다.

김민정
Q. 그렇다고 들어오는 멜로가 전혀 없는 건 아닐 텐데.
김민정 :
안 들어오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많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센 것이 많이 들어온다. 감정선이 깊고, 굵고, 연기 잘해야 하는 것들만. 그래서 밝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 ‘가문의 영광’을 했고, ‘밤의 여왕’을 한 것도 있다.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Q.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전보다 시선이 더 넓어진 것 같다. 그래서 ‘밤의 여왕’이나 이런 가벼운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는 거 아니냐.
김민정 :
맞다. ‘가문의 영광’이 그런 나의 마음을 보여준다. 예전에 나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마음을 좀 달리 먹으니까 ‘가문의 영광’이나 ‘밤의 여왕’ 같은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또 그게 내 눈에 보이는 거다. 마음먹은 대로 된다는 것을 믿고 산다.

Q. 연기력이 있어야 하는, 센 거 많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굉장히 좋은 것 아니냐. 그동안 연기력 측면에서 안 좋은 평가를 받은 적도 없고. 내가 감독이라도 더 깊은 곳까지 파고 싶은 욕심이 들 것 같다.
김민정 :
좋은데, 분명 좋아요. 연기를 엄청나게 잘해야 하는 시나리오가 들어온다. 이런 건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힘을 빼고 할 수 있는 걸 좀 더 해보고 싶은 거다. 이번에도 힘을 많이 뺐고, 느낌 가는 대로 했던 작품이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이런 역할을 한 것 같다.

김민정
Q.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별 탈 없이 잘 넘어온 배우다. 특히 여자의 경우 아역 티를 벗고 여자로 서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스스로 채찍질을 굉장히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스스로 지치지 않고, 계속 열정을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나.
김민정 :
어렸을 때, 10대 때 가장 잘했다고 생각 드는 게 있다. 그게 뭐냐면, 아역이기 때문에 어른처럼 보여야 하고, 또 그래서 화장을 진하게 하고.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다.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한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돌이켜봐도 가장 잘했던 것 같다. 그게 부담스럽지 않게, 무슨 ‘척’ 한다는 소리 없이 넘어온 것 같다. 채찍질이나 관리도 많이 한다. 마인드 콘트롤도 많이 하고, 나한테 가혹한 스타일이다. 그동안 채찍질을 너무 많이 해서 이제는 오히려 풀어주고 싶고, 일도 즐기고 싶다. 다만 지금 이 일을 하는 이유와 무엇 때문에 하는지, 그런 부분만 놓치지 않고 가려고 한다.

Q. 이제 제법 나이가 들었다. 20대 때는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거였다면 30대엔 또 다른 그림을 그려야 할 터인데.
김민정 :
그냥 좀 더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연기생활을 오래 했지만, 지금도 변신을 했다고 얘기를 해주시니까. 30대 때는 30대가 보여줄 수 있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정통 멜로를 이야기했고, 좀 더 다양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