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AN09│공동제작, 독립영화의 백기사가 될 수 있을까

지난 20일,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이하 NAFF)의 ‘글로벌 기획개발 워크숍 2009’에 참여한 독립영화인들은 영화의 이야기도 중요하고, 상업적인 성공을 염두에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어붙은 시장에서 일단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이 컸다. 21일 오전 11시 경기아트홀에서 열린 NAFF 포럼은 ‘공동제작 101: 성공을 위한 필수사항’으로 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는 다국적 공동제작에 대한 논의가 오고갔다. 남종석 NAFF 운영위원의 진행으로, 싱가포르 최초로 일본과 공동제작을 시작한 제임스 토, 한중일 합작으로 <적벽대전>을 제작한 쇼박스의 공동제작 담당 정영홍 매니저, 한국 최초로 국내 인디영화의 해외 판로를 개척한 미로비전의 채희승 대표가 공동제작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공동제작, 가시밭길이라도 간다

한국 영화계는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등 세계적인 감독들의 등장과 함께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등으로 천만 관객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2009년 현재 영화 시장 내에서는 돈이 돌지 않아 제작 자체가 힘들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가 가진 기획력과 인프라에 비해 한국이란 시장 자체가 작고 왜곡”되어 있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해외 공동제작은 앞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채희승 대표는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펀딩 시스템이 정착되어있어서 안정적인 투자 구조가 짜여있다. 일본에서 제작했을 경우 한국처럼 ‘이 영화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식이 아니라 이미 투자그룹이 영화 취향이나 장르별로 짜여 있다”며 펀딩의 용이함을 공동제작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또 “유럽이나 일본은 방송사의 영화투자가 활성화되어있어 방송을 통한 효과도 누릴 수 있어” 마케팅 상의 이점 또한 예로 들었다.

그러나 정영홍 매니저는 “국제공동제작이 무조건 달콤한 미래를 보장하는 청사진만은 아니”라며 공동제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다. <적벽대전> 같은 경우는 삼국지라는 한중일 공통적인 코드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공동제작에서는 다들 휴일이 달라 서로 회의 날짜를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다.” 채희승 대표는 좀 더 구체적인 공동제작 시장의 장애물들을 얘기했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할 경우 영화가 불법다운로드 시장에 다 풀려버리기 때문에 합작하는 국가에서 개봉시점에 굉장히 민감하다. 이것이 공동제작 자체를 저해하는 수준인데다가 영진위의 공동제작 채점표 또한 문제”라며 한국영화 시장 자체에 우려를 표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공동제작 채점표는 공동제작 시 한국의 투자 비율이 일정 점수 이상을 넘어가면 한국영화로 인정해 세금 감면이나 통관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 점수 산출법이 현재의 영화제작 시스템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이전부터 계속 문제가 제기 되어왔다. 채희승 대표는 “지금 영진위의 기준들은 굉장히 폐쇄적이어서 한국 제작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공동제작 영화라 해도 한국영화로 인정받기 힘든 체계”라며 제도적인 개선이 선행되어야 함을 주지했다.

“공동 제작 노하우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포럼의 패널들은 이런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공동제작을 멈출 수 없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독립영화인들이 해외 공동제작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독려한 정영홍 매니저는 “한국의 경우 시장이 상업영화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작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쉽지 않은데, 일본이나 유럽은 아직 예술영화 시장이 살아있기 때문에 독립영화도 제작기회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며 “현재 다국적 공동제작 프로젝트는 공포물이나 장르영화에만 편중되어 있는데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독립영화라면 충분히 공동제작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포럼을 경청한 참석자들은 대체적으로 만족을 나타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프로듀서 과정을 졸업한 이준성 씨는 “현장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영화 제작사에서 근무 중인 한 제작자는 “영진위의 공동제작 채점표의 불합리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공동제작 논의는 다소 의문”이라며 “현장인력들의 에피소드 소개가 아닌 제작 노하우에 대한 얘기가 듣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글. 부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천=이진혁 (el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