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 생방송 현장, 위너의 탄생은 잔혹하지만 아름다웠다

WIN

WIN 출연진들과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운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오늘 정말 기쁜 날인데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슬퍼질 것 같다.” -양현석, ‘WIN’ 마지막회 시작 전 기자회견 중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의 말 그대로였다. 10월 25일은 YG에서 빅뱅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남자 그룹 위너(WINNER)가 탄생하는 기쁜 날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위너를 위해 노력했던 A팀과 B팀 11명의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25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는 Mnet ‘윈(WIN)’의 마지막회가 생방송으로 이뤄졌다. 지난 8월 23일 첫 방송 이후 두 달간 진행된 ‘윈’은 YG 소속 연습생인 강승윤, 이승훈, 송민호, 김진우, 남태현으로 구성된 A팀과 B.I(김한빈), 김진환, 바비(김지원), 송윤형, 구준회, 김동혁으로 구성된 B팀의 배틀을 담았다.

마지막 세 번째 배틀이 이뤄진 25일, 생방송 현장에는 위너의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로 가득 찼다. TV 화면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생방송의 순간을 전한다.

# “그냥 11명이 데뷔하면 안돼요?”

'윈' 방송 화면

‘윈’ 방송 화면

각자가 응원하는 팀도 달랐고, 멤버도 달랐다. 그러나 마음만은 똑같았다. 생방송 시작 전, 한 팬에게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 묻자 그 팬은 망설임도 없이 A팀이라며 “나이가 있어서 경험도 많고, 노련함도 보인다. 매력도 많고, 한 명 한 명 개성이 돋보인다”며 배시시 웃는 그는 이승훈을 가장 응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현석이 생방송 도중 마이크를 건네받자 이승훈을 외치던 그 소리는 “11명”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명의 마음이 아니었다. 양현석의 얼굴이 화면에 나올 때마다 현장은 ‘11명’을 외치는 소리로 가득 했다. 양현석을 ‘양싸’(‘양현석 사장님’의 준말)로 지칭하며 “잔인해”라고 외치는 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특히 A팀의 마지막 자작곡 무대에 대한 자료화면이 방송될 때, 배틀 10일전 양현석이 자작곡을 바꾸라고 지시한 내용이 등장하자 모든 관객들이 동시에 양현석을 쳐다보며 원망의 눈길을 보냈다. 이미 양현석은 지난 8회 방송에서 두 번째 배틀 하루 전에 B팀에게 자작곡 가사를 바꾸라고 지시해 B팀의 컨디션에 영향을 줬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팬들의 눈초리는 더욱 매서웠다. A팀, B팀 모두 떨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현장이었다.

# 우승팀 발표 직전 60초 동안 무슨 일이?

'윈' 방송 화면

‘윈’ 방송 화면

드디어 모든 무대가 끝나고, 위너 발표만이 남았다. 일렬로 선 11명의 ‘윈’ 멤버들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송민호는 오열했다. 하지만 이들의 눈물도, 팬들의 간절함도 Mnet의 ‘60초’는 피해갈 수 없었다. MC를 맡았던 대성이 마지못해 “60초 후”를 말하자, ‘윈’ 멤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에게 다가갔다. 제일 먼저 강승윤이 김진환을 비롯해 B팀의 멤버들과 포옹하며 격려했다. 오열했던 송민호가 무대 뒤쪽에서 눈물을 훔치자 바비가 따라가 달래주며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관객들은 “울지마”를 외치며 그 순간을 함께 했다. 이윽고 60초가 다 되자 멤버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후다닥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멤버들은 연신 고개를 숙여 옆을 바라보며 서로를 다독거렸다.

# 모든 방송이 끝나고…

'윈' 방송 화면

‘윈’ 방송 화면

A팀이 위너가 됐고, 2시간여의 생방송도 무사히 마무리됐다. 태양, 승리, 2NE1, 에픽 하이 등 위너의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참석한 YG 아티스트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윈’ 멤버들을 포옹하고, 격려하고 있을 때, 방송은 끝이 났다. 이후에도 멤버들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계속 울고 있었다. YG 아티스트들은 무대에서 내려갔지만, ‘윈’ 멤버들은 내려가지 못한 채 그저 서로를 말없이 안아주거나 서 있었을 뿐이었다. 이날 진행을 맡았던 대성과 유인나도 진정될 때까지 함께 무대에 있었다.

이후 ‘윈’ 멤버들은 다시 일렬로 서서 생방송 현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외치며 일일이 손을 흔들어주면서 말을 대신했다. 모두가 아쉬움에 발을 떼지 못했던 마지막이었다. 마지막에 유인나가 외쳤다. “B팀! 기다리고 있을게요!”

“지금 이 순간은 11명 모두가 위너라고 생각합니다.” -B.I, ‘WIN’ 마지막회 생방송 중
결정의 순간, 양현석에게 소감을 청하자 그도 눈가에 눈물이 맺힌 듯 말을 잇지 못했다. A팀을 응원하던 팬들도, B팀을 응원하는 팬들도 모두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빅뱅 이후 8년 만의 보이 그룹인 만큼 더욱 강한 팀을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에서 시작된 ‘윈’. 양현석 조차도 생방송 직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누가 이겨도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잔혹한 프로그램을 연출한 건 아닌가 생각한다”며 심정을 전했다.

위너의 활동은 당장 10월 28일부터 확인할 수 있다. 28일, 25일 생방송에서 부른 A, B팀 노래 4곡의 음원이 ‘윈’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다. 위너의 공식 데뷔는 아니지만, ‘윈’을 사랑했던 팬들을 위한 서비스로 B팀의 노래까지 들을 수 있다. 위너는 12월부터 일본에서 진행되는 빅뱅 돔 투어의 오프닝 밴드로 경험을 쌓으면서 빠르면 12월 또는 1월 정식 데뷔를 가질 예정이다.

B팀의 이후 행보에 대해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진 팀은 데뷔 연기 또는 보류, 최악의 경우에는 해체라고 말했던 그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지는 것은 맞다”며 “패한 팀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우리의 입장을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어 “확답을 드리기에 오늘은 정신이 없다. 모든 것이 끝난 다음 고민하겠다”며 “하지만 몇 년 동안 데리고 있던 우리 연습생이기 때문에 절대 쉽게 내치거나 버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B팀, 기다리고 있을게요! A팀, 축하해요!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