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한·일 갈등, 연예계에도 불똥 튀나···윤종신이 신곡 발매 미룬 이유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Mnet ‘프로듀스48’에 출연한 가수 다케우치 미유(왼쪽)와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 윤종신 SNS

‘잘못된, 그릇된 판단과 사고 그리고 가치관·역사관을 가진 그 사람들이 창작자들에게 상처와 피해를 주는군요. 안타까워 이런 글을 남겨봅니다.’

가수 윤종신이 매달 신곡을 발표하는 음악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의 7월호를 준비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긴 글을 올렸다. 당초 7월호로 내놓기로 한 노래의 발매를 미루고, 예전에 써놓은 멜로디에 급하게 노랫말을 붙여 7월 30일 간신히 발매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서둘러 뮤직비디오까지 완성해 간신히 낼 수 있었다. 정말 정신없었던 6~7월이었다”고 했다.

완성된 곡을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황급히 계획을 수정한 것은 한일간의 갈등 악화때문이었다. ‘월간 윤종신’ 7월호는 당초 일본의 걸그룹 에이케이비포티에이트(AKB48) 출신이자 Mnet의 한일 합작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에도 출연한 다케우치 미유가 불렀다. 그는 ‘프로듀스 48’을 마치고 윤종신이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연예기획사 미스틱스토리에서 가수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직접 미스틱스토리 사옥을 찾아와 “연습생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밝혔고, 윤종신을 비롯한 미스틱스토리의 직원들은 그이 성실함과 열정을 보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윤종신은 2년 전 써놓은 밝고 경쾌한 시티팝 장르의 노래를 다케우치 미유가 불렀으면 했고, 지난봄부터 노래 연습을 시켰다고 한다. 윤종신은 “가사의 의미부터 발음, 발성, 뉘앙스까지 미유는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했다. 아주 상큼한 고백송 하나가 완성됐고, 뮤직비디오까지 1980년대 복고풍으로 촬영을 마쳤다”고 말했다.

다케우치 미유는 물론 윤종신도 아주 뿌듯하고 노래를 마음에 들어 했다. 하지만 노래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여름을 기다리는 동안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윤종신은 “일본 아베 정부와 우익의 망언이 나오기 시작했고, 사태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많은 고민 끝에 이 노래의 출시를 결국 연기하고 훗날을 기약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일본 여행 취소와 일본 상품 불매 운동으로 번지는 여론의 분위기를 살핀 결과로 풀이된다.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사태는 더욱 나빠졌다. 한국의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반일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이 상태라면 연예계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K팝이 전 세계에서 열풍이지만 그중에서도 일본은 국내 활동과 동일시될 정도로 여러 가수들이 음반 발매와 콘서트, 각종 방송 출연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나라다. 일본인 멤버가 포함된 K팝 그룹도 적지 않다. 그룹 트와이스, 펜타곤, JBJ95가 대표적이다. 허니팝콘은 모든 멤버들이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고, 데뷔를 앞둔 신인 걸그룹 로켓펀치에도 일본인 멤버가 있다.

예정된 일본 콘서트나 팬미팅을 취소할 정도로 눈에 띄는 변화는 아직 없다. 하지만 부정적인 국내 여론을 의식해 일본에서 거둔 성과나 활약을 쉬쉬하는 분위기는 읽힌다. 최근 소속 가수가 일본에서 첫 팬미팅을 열고, 또 다른 그룹이 오리콘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한 기획사의 홍보담당자는 “‘처음’이라는 특별함과 오리콘 차트의 상위권 기록은 쉽지 않은 일이어서 회사 내부에서도 논의를 했으나, 국내 정서를 고려해 굳이 보도자료를 내면서까지 알릴 필요는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귀띔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