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현장] 배우들 사이에서도 입소문 난 ‘벤허’, 웅장함과 보편성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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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벤허’에 출연하는 배우 한지상(왼쪽부터), 박은태, 민우혁. / 서예진 기자 yejin@

지난달 30일 두 번째 공연의 막을 올린 ‘벤허'(연출 왕용범)는 2017년 초연 때 탄탄한 이야기와 거대한 규모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한국의 뮤지컬 발전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었다. 초연의 웅장함과 강렬함을 살리고, 넘버(뮤지컬 삽입곡)를 더욱 다채로운 장르로 만들어 극중 등장인물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2년 동안 보완할 점을 채운 덕분에 관객들은 물론이고 출연 배우들의 만족도 매우 높다.

‘벤허’의 제작진은 6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열 한 장면을 시연했다. 작품에서 중요한 장면이면서 시선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무대연출이 돋보이는 장면 등을 추렸다.

작가 루 월러스(Lew Wallace)가 1880년 발표한 장편 소설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벤허’는 귀족 가문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노예로 전락한 유다 벤허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아낸다. 극중 유다 벤허 역을 맡은 카이·박은태·한지상·민우혁을 비롯해 박민성·문종원·린아·김지우·임선애·이병준·이정열 등이 출연한다.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왕용범 연출가와 이성준 음악감독을 비롯해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 문성우 안무가 등이 뭉쳤다. 초연에 참여한 배우들이 대거 다시 모였고, 한지상과 문종원·김지우·린아·이정열·이병준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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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지상. / 서예진 기자 yejin@

한지상은 “벤허 역을 맡은 배우 중 이 작품에 처음 출연하는 건 내가 유일하다. 내 숙제는 연출이 만든 거대한 톱니바퀴에 ‘나’라는 작은 톱니바퀴가 맞춤형으로 잘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시스템에 잘 맞춰 들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허의 변화를 어떻게 하면 인상 깊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마지막 순간에 가장 힘을 쏟는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출연인 박은태는 “예언을 계속 강조하는 벤허라는 인물이 다른 사람들과 겪는 갈등을 조금 더 집중해서 봐주면 좋겠다.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모든 걸 부정할 때 진짜 기적을 경험하는 벤허의 마음에 집중한다면, 재미있는 포인트를 알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벤허’는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도 ‘좋은 작품’으로 입소문 난 작품이어서 많은 배우들이 눈독 들였다고 한다. 메셀라 역의 문종원 역시 “한동안 라이선스 뮤지컬을 많이 했는데, 배우들끼리 강렬한 창작극이 나왔다며, ‘벤허’에 대해 소문이 났다”며 “첫 연습 때 앙상블 배우들의 중창을 보자마자 압도당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 ‘내가 이런 공연에서 이 배우들과 함께 뛰어볼 수 있겠구나’라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떠올렸다.

에스더를 연기하는 김지우와 린아도 “출연하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지우는 “큰 규모의 작품이라고 해서 궁금증을 갖고 있다가 출연 제안을 받고, 두려움 반 흥미 반으로 시작했다. 사실 ‘벤허’의 주인공은 앙상블 배우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는 시간이 없는 그들이 이 작품의 모든 걸 만들어주고 있어서 우리가 무대에 올랐을 때 힘을 받는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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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민우혁, 문종원. / 서예진 기자 y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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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은수(왼쪽부터), 서지영, 임선애, 이병준, 한지상, 민우혁, 박은태, 문종원, 박민성, 김지우, 린아, 홍경수, 이정수, 선한국. / 서예진 기자 yejin@

‘벤허’는 두 번째 공연에서 인간 벤허의 역경과 복수, 용서의 과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관객들에게 더 큰 감동을 선사할 수 있도록 했다. 추가된 넘버로 인해 극이 훨씬 풍성해졌다. 그 중에서도 ‘살아야 해’는 벤허가 자유를 얻기 위해 검투 경기에 출전하는 과정과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면서 지키려 한 가족의 비보를 접한 벤허의 절망과 슬픔, 복수심을 현악기와 목관 악기로 절묘하게 녹여냈다. 뿐만 아니라 검투 경기에 나서야만 하는 벤허의 불규칙한 심장 박동 소리는 타악기, 금관 악기로 표현했다.

변화에 대한 배우들의 만족도 역시 크다. 박은태는 “이성준 음악감독에게 ‘왜 초연 때는 이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할 정도로 만족한다”며 웃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초연 때 메셀라 역을 맡은 민우혁이 이번에는 벤허의 옷을 입는다는 것이다. 역할을 바꿔 연기하는 소감을 묻자 그는 “내가 벤허 역할을 맡을 거라고는 꿈도 못 꿨다”며 “‘벤허’가 워낙 훌륭한 작품이어서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왕용범 연출가가 계속해서 나의 새로운 면을 봐줬다. 그러면서 ‘벤허 역을 해도 나쁘지 않겠다’고 했다. 설레면서도 무서웠는데, 연출가를 믿고 따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민우혁은 “메셀라와 벤허의 이미지가 많이 다른데, 혹시 겹쳐 보이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숨소리, 대사 한마디도 메셀라스럽게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메셀라를 연기한 덕분에) 벤허가 메셀라를 바라보고, 그에게 느끼는 감정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행복한 과정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벤허는 라이선스 뮤지컬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는 웅장하면서도 섬세함을 살린 무데 세트를 통해 관객들에게 예루살렘 한복판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전차 경주 장면에서는 등장하는 말도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 끈다.

한지상은 “‘벤허’는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같이 살고 있는 95세 할머니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을 만큼 보편성이 있는 작품”이라며 “극중 아버지, 어머니 역을 맡은 선배님들이 매 순간 가족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셔서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연령층이 ‘벤허’를 관람하게 만드는 게 나의 목표이자 명분”이라고 힘줘 말했다.

‘벤허’는 오는 10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