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봉오동 전투’ 류준열 “시대를 담아내는 배우를 꿈꿔요”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이장하 역을 연기한 배우 류준열. /사진제공=쇼박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별명을 얻었던 류준열은 ‘택시운전사’ ‘리틀 포레스트’ ‘독전’ 등으로 연기력뿐만 아니라 흥행력까지 인정받았다. 데뷔 5년 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 만큼 류준열은 단단하고 깊이 있는 배우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봉오동 전투’로 류준열은 대한독립군 1분대장 이장하가 되어 99년 전, 총탄이 빗발치던 만주 봉오동으로 간다.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려고 해요. 그 다음에는 하고자 하는 얘기가 무엇인가를 보는데, 그 중에서도 시대가 원하는 얘기에 관심이 생겨요. 배우는 시대를 반영하는 얼굴이 돼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독립이라는 고결한 뜻을 품은 군인, 선한 눈을 지닌 청년, 류준열의 얼굴로 탄생한 이장하는 그 시대, 꼭 있었을 것만 같다.

10.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을 다룬 영화니 출연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류준열: 지금 이 시대에는 나라를 뺏긴다는 말은 확 와 닿지도 않고 어색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영화가 다룬 일이) 100년 정도밖에 안 된 역사다. 그런 게 어색하다는 것에 스스로 놀라기도 하고, 당시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나라를 가지고 산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10. 시나리오 자체의 재미나 완성도는 어땠나?
류준열: 기존 영화들이 일제강점기의 아픔이나 상처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이 영화는 승리의 역사를 다뤘다. 그런 점에서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특정 인물이 아니라 숫자로 밖에 기억될 수 없었던 수많은 이름 없는 영웅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0. 극 중 이장하는 비범한 사격 실력을 갖고 있다. 사격 연습 과정이 궁금하다.
류준열: 영화 시작 전부터 촬영하는 동안에도 계속 연습을 했다. 영화에 사용된 총은 모형 소품이 아니라 실총이다. 수입해왔고 총알도 한 발 한 발 가격이 엄청나다고 들었다. 제작진이 마음껏 연습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서 실탄으로 연습도 할 수 있었다. 촬영 현장에서는 실탄을 쓰진 않았지만 모형도 탄두가 안 나가는 것뿐이지 총알 모양과 같았다. 가까이서 쏘면 화염이나 공기압이 치명적일 수 있어서 조심했다. 안전 관리하는 분들이 옆에 꼭 붙어서 격발 횟수를 정해주기도 했다.

10. 부상은 없었나?
류준열: 나는 없었다. 이번 영화 촬영 현장에는 다른 데서는 못 봤던 피지컬팀이 있었다. 액션을 찍는 잠깐이 아니라 촬영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그 분들이 현장에 항시 계셨다. 나는 발목을 압박붕대로 고정했다. 산에서 6개월 간 찍었는데 (뛰는 장면을 뛰다보면) 접질리는 게 순식간이지 않나. 다치면 촬영을 못 하게 되니 예방 차원에서 했다. 어떤 때는 너무 꽉 매서 피가 안 통해서 다시 묶기도 하고 밥 먹을 때 잠깐 풀기도 했다.

10. 와이어 액션에는 처음 도전했는데 어땠나?
류준열: 생각보다 높이 올라가서 무서웠다.(웃음) 와이어를 당기니 몸이 쭉 올라가는데 조금 놀랐다. 파주(액션스쿨)에서 연습 좀 하고 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저 밑에 있던 무술감독님께서 ‘파주라고 생각해’라고 하셔서 웃었다. 그 만큼 안전에 신경 썼던 거고 서로 신뢰가 있어서 쉽게, 부상 없이 할 수 있었다.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사진제공=쇼박스

10. 평소 몸 쓰는 활동을 즐겨하나?
류준열: 그런 편인데 훈련을 하는 건 또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유)해진 선배님은 원래 봉오동 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산을 잘 탔다. 넘버원이었다. 후배들을 위해서 선배님들이 일부러 힘든 체를 해줄 때도 있는데 기운이 넘치셨다. 차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 산길도 선배님은 걸어 다녔다. 촬영만으로 부족했나보다.(웃음)

10. 말이나 행동보다 눈빛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했던 캐릭터 같다. 눈빛 연기에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류준열: 영화에서 장하가 총을 쏘면서 처음 등장한다. 그 장면에서 대본에 ‘청명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표현돼 있었는데, ‘청명하다’는 게 와 닿았다. 그게 이장하를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맑고 밝다는 뜻…장하뿐만 아니라 당시의 모든 독립군의 눈빛이 청명했을 것이다.

10. 내면은 맑고 따뜻하지만 겉은 무뚝뚝한 장하를 표현할 때 어려웠던 점은?
류준열: 만약 서울에서 부산을 간다면,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라면도 먹고 호두과자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가는 길에 한 끼도 못 얻어먹은 격이다.(웃음) 하지만 장하차럼 앞만 보고 부산까지 가는 독립군도 있었을 거다. 정식 훈련과 임무를 받은 군인으로서 모습을 감독님께서 장하를 통해 표현하길 원했다. 드러내고 싶어도 감정을 눌러야해서 연기하는 나는 답답하기도, 어렵기도 했다. 감독님은 ‘장하는 이런 모습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후시녹음을 할 때 목소리도 좀 바꾸고 유머러스한 맛도 살려보고 싶었는데 끝까지 이런 모습으로 가자는 말에 제가 설득 당했다.(웃음)

10. 장하에게 죽은 어머니와 마찬가지인 누이가 3·1운동으로 투옥된다. 그러면서 장하의 행동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영화에서 장하와 누이의 이야기가 약간 삭제된 느낌이 드는데 혹시 더 있었나?
류준열: 이 역할을 준비하면서 독립군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게 어려웠다. 단순히 나라를 되찾겠다는 차원을 넘었을 테니까. 가족을 잃은 고통이 나라를 잃은 아픔과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장하라는 인물에 좀 더 공감했다. 개인으로서 그런 장하의 모습은 독립군으로 확장해 대입해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고도 숙연하게 행동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자 했던 모습을 말이다. 그런 면에서 한두 장면이 생략됐을지라도 충분히 그 감정은 전달된 것 같다.

10. 군인 역할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류준열: 학생 때 연기를 공부하면서 군인이나 무사 역할이 정말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가만히 서있을 때 자연스러운 게 어렵다. 교수님도 강조하고 배우들도 많이들 말하는 첫 번째가 서 있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준비하면서 대학 다닐 때 연기 노트를 찾아봤다. 그 때 어떻게 연기했는지, 어떻게 배웠는지 참고한 게 도움이 됐다.

사진 찍기에 빠졌다는 류준열. “익숙하지 않은 것들 중에서 아름다운 것을 찾아 찍으려고 해요. 무뎌진 것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는 걸 최근에 많이 느꼈거든요.” /사진제공=쇼박스

10. 또래 배우들과 놓고 봤을 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류준열: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라고 붙여주신 별명이 마음에 든다. 제가 하고 싶은 연기가 그 말에 있는 것 같다. “원래 거기 있던 사람처럼 해야 한다” “거기 있었던 사람처럼 느껴져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포스터만 봐도 원래 거기 있던 사람 같다”고 말씀해주실 때 너무 감사하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려는 게 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10. 많은 작품을 쉬지 않고 꾸준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류준열: 당연히 영화를 사랑해주는 관객들, 그리고 팬들 때문이다. 영화를 봐주는 분들이 계시니 내가 작품을 계속 찍을 수 있는 거고, 그런 분들이 많아지니 시나리오를 추천해주고 제안해주는 분들도 늘어나는 것 같다. 다음 작품 얘기가 없으면 (팬들이) 요즘은 뭐하냐고 좀 화를 내시는 것 같다.(웃음) 그럴 때 정말 감사하다.

10.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류준열: 일할 때가 재밌고 마음이 편하다. 이번 영화가 끝나고 잠깐 시간이 있었는데 오히려 고통스러웠다. 나는 잘 쉴 줄 아는 사람이 아니다, 놀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걸 분명히 느꼈다. 데뷔 전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해서 새로운 걸 배우고 찾으려고 한다. 지금은 사진을 찍으며 쉬는 시간을 많이 보낸다. 일 안 할 때가 훨씬 피곤하다.

10. 장하처럼 열렬히 원하고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류준열: 삶의 소명 같은 건데,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싶다. 사인을 할 때도 자주 적는 ‘사랑한다’는 말이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배려한다는 게 말이다. ‘봉오동 전투’의 장하도 나라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지 않나. 주변 사람을 잘 챙기고 사랑하자고 얘기하고 싶다. (평소에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나?) 못 챙기니까 이런 말을 하는 거다.(웃음)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