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조정석 “액션+웃음+긴박함 다 있는 ‘엑시트’···다음엔 스릴러·누아르도 OK”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엑시트’에서 유독가스가 퍼진 도시의 시민들을 구하는 백수 용남 역을 연기한 배우 조정석. /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

영화 ‘엑시트’가 개봉 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던지는 재난영화가 관객들에게 신선함과 유쾌함을 선사하고 있는 것. 조정석은 몇 년째 취업을 못하는 천덕꾸러기 백수에서 유독가스가 퍼진 도시의 시민 히어로로 거듭난 용남 역을 맡아 웃음, 콧물 터지는 짠내 가득한 연기를 선보였다. 어떤 장르도 잘 요리해내지만 역시 조정석이 제일 잘하는 메뉴는 코믹이다. 능청스러운 연기로는 빼놓을 수 없는 조정석이다.

10. 대본을 언제 받았었나?
조정석: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끝내고 시나리오를 받았다. (원래 시력이 좋지 않은데) 나는 라식·라섹 수술이 안 된다고 하더라. 렌즈 삽입술을 받고 회복 기간이어서 잘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했더니, 그럴 때 봐야 한다고 했다. 그 만큼 독특한 영화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고 시나리오를 봤더니 재밌었다.

10. 어떤 부분이 독특했나?
조정석: 감독님이 대사를 재밌게 썼다고 생각했다. 중반 이후부터는 긴박하게 흘러가는 게 좋았다. 에필로그 없이 딱 끝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유독가스라는 소재도 신선했다.

10. 액션을 잘 소화해야 영화의 재미가 산다는 게 시나리오를 읽고도 느꼈을 텐데, 걱정되는 점은 없었나?
조정석: 분명히 있었다. 또 고소공포증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높은 곳에 올라가면 무서워한다. 그래도 한다고 했던 건 그 만큼 재밌었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가 연세가 많으시다. 그래서 어머니 칠순잔치를 벌써 해본 데다 재수, 삼수도 경험했다. 또한 내가 막내다. 그래서 영화 속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잘 그려졌다.

10. 대학에 떨어져본 경험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나?
조정석: 물론이다. 용남에겐 칠순잔치에서 친척들을 만나는 것마저도 재난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재수할 시절에 우리 어머니가 칠순잔치를 했다면 ‘너 뭐하고 지내냐’는 얘기를 들었을 거다. 그리고 기타 전공을 목표로 삼수를 하다가 연극과에 들어가게 됐다. 그러면 오랜 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너 TV 언제 나오느냐’는 얘길 한다. 그런 생각이 나면서 공감됐다.

10. 용남을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조정석: 대본 순서대로 찍지 않기 때문에 완급 조절이 어려웠다. 전개될수록 용남의 얼굴이 지저분해지고 심경의 변화도 있지 않나. 그 감정을 조절하는 데 중점을 뒀다. 중간에 잠긴 옥상 문을 열기 위해 용남이 창문을 깨고 옆 건물로 넘어가 다시 건물을 타고 오르는 장면에서 용남이 멋있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용남의 모습 그대로로 해내야 진짜 멋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말은 약간의 찌질함이 있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용남이 찌질하고 짠내날수록 더 멋있다고 생각했다. 산악부 동아리 활동을 하며 배웠던, 누군가는 쓸모없는 재능이라고 생각했던 클라이밍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뭐라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빛을 발한다는 희망적 메시지도 담긴 장면이다. 용남은 용남 그대로일 때 히어로가 된다.

영화 ‘엑시트’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실제로 대학 다닐 때 동아리 활동을 한 적 있나?
조정석: 신체 훈련 동아리였다. 매일 아침 매트를 깔고 앞구르기, 옆돌기, 뒷구르기를 연습했다. 배우라면 자기 몸이 어떻게 움직여지고 어떤 연기를 할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 자신의 몸을 잘 컨트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몸이 재산이니까. 예를 들어 앉아있을 때 오른쪽 엉덩이에 힘의 58%가 실려있고, 왼쪽에는 42% 정도라는 식으로 자각을 하는 것이다. 가끔 연기가 잘 안될 때는 행동부터 해버린다. 그러면 (체화된) 호흡들이 나올 때가 있다. 신체훈련 동아리지만 방학 동안 뮤지컬을 한 편 올리기도 했다. 동아리원들이 뮤지컬을 좋아하기도 했고, 그런 훈련이 뮤지컬 무대에서 적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 다친 적은 없었나?
조정석: 다쳤다기보다 많이 써서 오른쪽 어깨가 좀 아팠다. 연골은 소모품이라 나이를 먹어가면서 얼마 만큼 잘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더라. 그런데 이 작품이 ‘관리’라는 말과는 안 어울리지 않나.(웃음) 그래서 병원을 다니면서 염증약을 먹곤 했다. (지금은?) 괜찮아졌다.

10. CG(컴퓨터그래픽) 촬영도 꽤 있었을 것 같은데 현실감이 없어 어색하진 않았나?
조정석: CG라도 12~15m 쯤 되는 높이의 세트장을 만들어서 촬영했다. 그래서 실제로 무서웠다.(웃음) 영화에서 건물을 타고 오를 때 찡그리는 표정은 연기라기보다 실제로 나온 표정이다. 와이어는 거들 뿐 내가 직접 다 했다. 그래서 촬영 내내 근육의 피로도가 높았다.

10. 영화 속 철봉이나 클라이밍 장면을 소화하려면 평소보다 운동량도 늘렸을 같다.
조정석: 철봉하는 장면은 직접 다 했는데, 그 때 근력이 좋았다.(웃음) 대본을 보고 기초 체력이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영화 촬영 전 기초 체력을 올리려고 운동을 열심히 했다. 클라이밍 연습은 윤아 씨와 같이 했다. 원래 PT를 받고 있었는데, 뭔가를 당기거나 매달리는 동작이 많아서 철봉 운동 위주로 했다.

10. 임윤아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조정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함께 연기를 맞춰봤던 사람으로서 내가 제일 잘 알지 않겠나. 윤아 씨가 연기를 진짜 잘한다. 어떤 상황이나 장면에 대해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면 잘 알아듣는다. 똑똑하고 영민하다. 하지만 알아듣는다고 끝이 아니지 않나.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잘 한다.

10. 상대역이 윤아라는 걸 알았을 때 어땠나?
조정석: 완전 좋았다. 소녀시대 윤아 팬이었고 (윤아가 출연한) ‘효리네 민박’도 좋아했다.

용남처럼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할 것 같으냐고 묻자 조정석은 “몸이 먼저 반응하는 스타일”이라며 “건물을 뛰어넘는 재능이나 용기는 없지만 가족이 아니어도 누구든 한 명은 업고 뛰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

10. 안방극장에서 ‘녹두꽃’으로 들판을 누비다가 이제 극장가에서 ‘열일’을 이어가고 있다. 차기작도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가제)로 정해졌다. 일부러 쉬지 않고 일을 하려는 편인가?
조정석: 일부러 그러진 않는데 쉬어야지 하면 또 재밌는 작품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도 틈틈이 알차게 쉬고 있다.

10. 작품을 볼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조정석: 작품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메시지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빠져서 재밌게 볼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거기에 더해 배우로서 여러 캐릭터와 장르를 오가며 변주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10. 매번 자신만의 스타일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결은?
조정석: 내가 얼만큼 생각하고 고민하느냐에 따라 비례하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대본을 보고 인지하는 걸 넘어 그걸 내 연기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흉내 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어떤 얘기를 전할 때 당시의 상황을 직접 재현하면서 말하는 게 습관이다. 이런 것들이 사소하지만 연기자로서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10.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조정석: 안 해본 스릴러나 누아르를 만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엑시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 같다. 슬픈 장면이 나올 것 같은데 웃기고, 웃기다가도 긴박해진다. 이런 신선한 영화가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