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A to Z, “이유 있는 상승세의 비밀을 말하다”

KBS2 '비밀' 포스터

KBS2 ‘비밀’ 포스터

KBS2 수목드라마 ‘비밀’의 첫 방송을 볼 때만 하더라도 설마 했었다. 바로 전에 방송됐던 ‘칼과 꽃’이 다소 초라한 성적으로 끝맺었기에 시청률 바통을 이어받기도 어려웠고, ‘격정 멜로드라마라’는 이제는 조금 뻔하다 싶을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기에 더더욱 그랬었다. 또한 ‘비밀’에 이어 하반기 기대작 SBS ‘상속자들’과 MBC ‘메디컬탑팀’의 방송이 목전이었기 때문에 ‘비밀’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3일 방송된 ‘비밀’ 3회가 시청률 10% 때에 돌입한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더니 최근 3주간 방송분은 시청률 15%를 상회하며 수목극 전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수성하고 있다. 어느덧 6회 방송만을 남겨놓은 ‘비밀’이 인기를 끌고 있는 진짜 ‘비밀’은 무엇일까. 지난 24일 10회 방송 이후 다시 한 번 파격적인 전개를 예고한 ‘비밀’의 흥행 비결을 살펴봤다.

'비밀' 1회(위쪽), 3회 방송화면 캡쳐

‘비밀’ 1회(위쪽), 3회 방송화면 캡쳐

# 연출도 밀당? 구식·신식 연출의 적절한 조화

역시 마음을 전하는 데는 진정성이 담긴 노래만 한 게 없는 걸까. 의외로 남녀 주인공 민혁(지성)과 유정(황정음)을 제외한 두 남녀 도훈(배수빈)과 세연(이다희)이 사랑 고백을 위해 택한 방법은 노래였다.

첫 회 방송에서 도훈은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해온 순정녀 유정에게 “이제 고생은 끝났다”며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불렀다. 감동을 하고 눈시울을 붉히는 유정과 노래 제목 이상으로 정직했던 배수빈의 노래 솜씨가 만나 마치 90년대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던 대목이다. 5회 방송에서 신세연이 부른 ‘플라이 투 더 문(Fly to the moon)’의 노래는 그보다는 세련된 맛이 있었지만, 그녀를 지켜보는 도훈과 세연의 모습은 영화 ‘상류 사회’을 떠올리게 할 만큼 투박한 느낌이 있었다.

'비밀' 3회(위쪽), 9회 방송화면 캡쳐

‘비밀’ 3회(위쪽), 9회 방송화면 캡쳐

하지만 그런 장면은 존재는 간간이 등장하는 세련된 장면의 느낌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3회 방송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심문해야 하는 도훈의 안타까운 심정을 버스정류장 신을 통해 드러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왠지 네가 기다릴 것만 같다”며 해맑은 표정으로 달려오는 과거의 도훈과 욕망과 양심의 가책 사이에서 갈 길을 잃은 도훈의 감정을 홀로 남은 버스정류장을 보여줌으로써 시각화한 장면은 마치 청춘드라마를 보는 듯한 아릿한 느낌을 전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9회도 마찬가지다. 유정을 찾아간 지성이 “배고프다”고 소리친 뒤 잠시 눈을 감자 빠르게 흐르는 째깍째깍 초침 소리에 이어 이미 식당을 가득 매운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써 변화한 민혁의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농익은 연출력으로 평범한 소재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연출력은 ‘비밀’의 보는 재미를 더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비밀' 4회(위쪽), 6회 방송화면 캡쳐

‘비밀’ 4회(위쪽), 6회 방송화면 캡쳐

# 진짜 ‘비밀’은 말해주지 않는다

간간이 극이 진행되는 중간에 ‘비밀’의 타이틀 로고로 화면을 채우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비밀’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청자는 주어진 정보와 정황상 어느 정도의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비밀’은 정작 결정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는다. 사건의 시간 배열의 성긴 구조와 마치 추리 소설을 읽듯 하나씩 주어지는 단서들, 전형적인 미국드라마의 패턴이다.

타이틀을 제외하고 ‘비밀’의 로고가 방송 중 처음 등장한 것은 4회 때이다. 유정이 감옥에 간 사이 도훈을 포섭하러 온 민혁은 도훈에게 선물이라며 시계를 내놓고 화면은 시계 박스 안 시계 초침을 클로즈업한다. 그리고 “이제는 당신 이야기를 들어보죠”라는 민혁의 말과 갑자기 소리 없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곗바늘들. 유정과 관련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다던 도훈이었기에 그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시청자 입장에서는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수 없다.

6회에 이르러 치매에 걸린 유정의 아버지를 태우는 차에 태우는 도훈의 표정과 함께 ‘비밀’의 로고는 한 번 더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정황상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때문에 후반부에 드러난 도훈의 행동이 더 파격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밀' 방송화면 캡쳐 황정음(왼쪽), 지성

‘비밀’ 방송화면 캡쳐 황정음(왼쪽), 지성

# ‘배신의 아이콘’ 배수빈-‘팜므파탈’ 이다희 vs ‘나쁜 남자’ 지성-‘눈물의 여왕’ 황정음

자칫 식상할 수 있는 멜로드라마가 이 정도로 집중력을 유지하며 시청자를 흡입할 수 있었던 데는 뻔한 장면을 영리한 연기로 풀어내는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다.

‘배신의 아이콘’ 배수빈은 점차 하늘로 향하는 그의 머리카락만큼이나 욕망에 눈이 멀어져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극의 초반부에 오직 사랑과 정의 하나만으로 살 것 같던 도훈은 검사가 되고 세연을 만나면서부터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된다.

이다희의 연기는 후반부로 가며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했다. 이성적이지만, 순정파였던 세연은 민혁의 계속되는 반발과 냉대에 질투의 화신이 되어 민혁과 도훈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특히 9회에서 보여준 팜므파탈의 연기는 이지적이고 냉철한 여인의 캐릭터만 맡아왔던 이다희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극의 후반부를 이끌고 갈 갈등을 예고했다.

‘나쁜 남자’ 민혁을 맡은 지성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민혁을 그려내며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야누스’라는 수식이 붙을 만큼 분노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오가던 그의 연기는 유정에 대한 감정이 분명해짐에 따라 좀 더 직접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가 조만간 들이닥칠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유정과 세연 중 누구를 택하게 될 것인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이다.

황정음은 이번 작품을 통해 ‘눈물의 여왕’이라는 수식을 얻을 만큼 뛰어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한 희생이 물거품이 된 것에 대한 배신감도 모자라 아이를 잃은 엄마의 비통함까지 표현해야 했던 황정음은 ‘비밀’에서 유정으로 살며 거의 매회 눈물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녀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가 ‘비밀’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