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사자’, 서사에 흘러내리지 못한 권선징악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사자’ 포스터.

어린 시절 다감하고 정의로운 경찰이었던 아버지(이승준 분)를 잃은 용후(박서준 분)는 신에 대한 원망으로 똘똘 뭉쳐있다. ‘사신’으로도 불리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는 링에서 상대를 거침없이 제압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그의 손바닥에 원인 불명의 깊은 상처가 생기고, 연일 진득한 악몽에 시달린다.

용후는 신내림을 받은 매니저의 조카가 일러준, 자신을 도울 수 있는 바티칸의 구마 사제단 ‘아르마 루치스(Arma Lucis·빛의 무기)’ 소속 사제 안 신부(안성기 분)를 찾아간다. 그리고 구마 의식이 진행되는 그곳에서 용후는 옥죄는 공포에 자리를 피한 보조 사제 최 신부(최우식 분)의 역할을 얼결에 대신하게 된다.

용후와 안 신부는 한국에 숨어든 악의 세력인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 분)을 쫓으며 세상을 구하는 일에 몸소 뛰어든다. 안 신부는 손바닥에 성흔(聖痕)을 지닌 용후에게 말한다. 우리가 겪는 고통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선을 위해 싸우는 사람은 다 신의 사자(使者)라고.

영화 ‘사자’ 스틸컷.

‘사자’의 매력은, 혹은 동력은 안성기가 분한 안 신부가 책임진다. 구마 의식을 할 때 이질감 혹은 이물감 없이 들리는 라틴어, 상대의 말을 능청스러우리만치 척척 받아내는 말솜씨까지 안 신부라는 캐릭터에 오롯이 빠져들게끔 한다. 극 중 안 신부의 너스레웃음, 제복, 구부정한 어깨는 용후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용후를 울컥하게 만드는데, 관객 역시 이 장면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를 떠올리게 되면서 울컥한 감정에 젖어든다. 안성기라는 배우이기에 가능한, 감정을 더욱 끌어올린 장면이 아닐까 싶다.

‘사자’는 오컬트보다는 판타지 액션극으로 묶일 법한 영화다. 그래서 오컬트를 생각하고 온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반복적인 구마 의식을 포함해서 투박하기 그지없다. 굳이 오컬트의 장점을 버려야만 했을까 싶은, 의아한 선택이다. 그리고 ‘사자’는 권선징악을 표명한다. 용후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아들 용후에게 좋은 사람이 되라고 당부하고, 안 신부는 신에게 짓눌린다며 호소하면서도 악과 맞서는 일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선과 악의 거대한 싸움을 담아내고 싶었던 김주환 감독은 이야기의 완급 조절에 실패했다. 넘치거나 혹은 부족하다. 서사에 흘러내리지 못한 권선징악은 내내 겉돈다. 전작인 ‘청년경찰’(2017)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과 악의 대척점인 용후와 지신으로 맞붙은 박서준과 우도환의 연기는 장면의 몰입도를 책임진다. 또한 부마자 중에서 호석 역의 아역배우 정지훈은 비범한 연기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7월 31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