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조정석X임윤아 ‘엑시트’, 웃음코드로 버무린 재난 영화의 쫄깃함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엑시트’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용남(조정석 분)은 대학 졸업 후 몇 년째 취직도 못하고 강제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동아리를 하려면 제대로 영양가 있는 걸 했어야지, 산악부가 뭐냐”는 첫째 누나 정현(김지영 분)의 구박도 용남을 짜증나게 한다. 얼마 후 용남 어머니(고두심 분)의 칠순 잔치가 열렸다. 친척들은 명절이면 가장 듣기 싫다는 질문 순위 1~2위를 다투는 취업, 결혼 문제에 대해 한마디씩 던진다.

그런데 연회장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난다. 용남이 대학시절 클라이밍 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했던 후배 의주(임윤아 분)다. 이곳에서 부점장으로 일하고 있던 의주는 “어떻게 여기서 만나냐. 나 여기서 일하는 거 알고 있었냐”며 반가워한다. 용남은 우연이라는 듯 “아니”라며 얼버무린다. 사실 용남은 학교 다닐 때 의주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적이 있었다.

칠순 잔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용남의 가족들은 아수라장이 된 건물 밖 상황을 마주한다. 용남의 가족들이 다시 건물 안으로 대피하던 중 첫째 누나가 의문의 가스를 들이마시게 된다. 첫째 누나는 정신을 잃으며 발작했지만, 다행히 용남이 재빨리 구해 아직까진 생명이 붙어 있다. 뉴스에는 유독가스 흡입시 몇 분 내에 사망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재난 문자로는 옥상으로 대피하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하지만 옥상 문이 잠겨 있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 용남은 창문을 깨고 외벽을 직접 타고 올라가 옥상 문을 연다. 또한 용남과 의주는 클라이밍 동아리 활동으로 배운 기술로 기지를 발휘해 구조 헬기에 신호를 보내고 용남의 가족들을 먼저 태워보낸다. 중량 초과로 남게 된 두 사람은 점점 올라오는 가스로 인해 새로운 대피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영화 ‘엑시트’ 스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31일 개봉한 영화 ‘엑시트’는 도심에서 발생한 유독가스 테러 현장을 탈출하는 이야기다. 유독가스라는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과, 그 가스는 아래에서 위로 점점 퍼진다는 설정이 기존 재난영화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거대한 해일이 덮친 부산의 모습을 담은 ‘해운대’, 크리스마스 이브에 발생한 초고층빌딩 화재를 다룬 ‘타워’, 치사율 100% 바이러스가 퍼진 도시를 소재로 한 ‘감기’, 좀비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이야기의 ‘부산행’ 등…기존 재난영화는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의 처절함, 영웅적 인물의 등장, 국가의 의미와 역할, 그리고 재난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영화에 담았다. 하지만 ‘엑시트’는 이를 비틀어 심각한 상황에도 소시민들이 재치 있게 대처하는 모습으로 웃음과 공감을 유발한다.

쓸모없다고 구박 받던 용남의 클라이밍 기술은 테러현장에서 가장 유용한 기술로 바뀐다. 대걸레와 담요는 들것으로 변신하고 카라비너(암벽 등반에서 쓰이는 로프 연결용 금속 고리)는 생명을 살리는 고리가 된다. 작은 능력과 물건도 가치 있다는 감독의 생각이 카라비너를 매개로 전해진다. 용남은 밧줄과 카라비너 하나에 몸을 맡기고 의주와 함께 건물 외벽을 타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는다. 그럴 때면 심장은 쫄긋하고 다리는 찌릿해져온다. 재난영화만의 쾌감도 충분하다.

백수 용남과 직장인 의주는 유독가스가 퍼진 도시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을 대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덜덜 떨면서도 용기 있게 한 발자국씩 재난을 헤쳐 나가는 모습은 찡하면서도 기쁘다. 질질 짜고 엉겨붙는 민폐 캐릭터도, 감동을 쥐어짜내는 신파도 없어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다. 조정석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명불허전이고, 임윤아는 연기자로서 제대로 조명 받을 기회다. 구조 신호, 구호물품이 비치된 위치와 사용법 등 몇 가지 생존법을 익힐 수 있다는 점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유익함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