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비밀’, 새롭지 않은 소재를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내는 영리함

비밀
KBS2 ‘비밀’ 9회 2013년 10월 23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도훈(배수빈)은 유정(황정음)에게 민혁(지성)이 자신들의 관계를 알고 있다며, 그와 엮이는 일은 그만 두라고 한다. 도훈의 계략으로 유정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자영(정수영)은 짝퉁 가방들을 압수당한다. 이 일들이 자신을 괴롭히려는 민혁의 짓이라 오해한 유정은 그를 피해 지방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민혁은 곧 유정을 찾아내고, 자신을 놓아달라는 유정에게 신경쓰이니까 옆에 붙어 있으라고 소리를 지른다.

리뷰
‘비밀’은 얼개만 보면 별반 새로운 것이 없다. 재벌가 도련님이 가난한 여주인공에게 끌리는 이야기는 너무 흔하고, 고시생을 뒷바라지하다가 버림받는 이야기는 70, 80년대 유행하던 내용같다. 하지만 ‘비밀’이 진부한 드라마에 머물지 않는 것은 그 안에 반짝 반짝 빛나는 감각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유정이 일하는 식당을 찾아간 민혁은 아직 식사 시간이 안되었다는 유정에게 기다리겠다며 눈을 감는다. 민혁의 얼굴이 화면 가득한 위로 째깍 째깍 초침 소리가 들리고, 민혁이 눈을 뜨면 이미 식당은 식사하는 사람들로 차 있다. 시간의 흐름을 압축적이면서도 멋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또한 어떤 사건을 전개시키는 방법은 상상 외다. 도훈은 자신에게 치명적인 증거가 담긴 파일이 민혁의 손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보안팀을 찾는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흠칫 놀란 도훈이 전화기를 바라보다 무시하고 계속 파일을 찾으려는 순간, 뒤에서 민혁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화 안 받아요, 안 변호사님?” 긴장의 완급을 조절하다가 변칙적인 수단을 사용하면 더 큰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생긴다. 나름 다음 내용을 예상하며 보다가 이렇게 그 예상의 허를 찌르는 장면이 나오면 ‘오호’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다.

일찍이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새롭지 않으면 대중들의 시선을 끌수가 없다. ‘비밀’은 새롭지 않은 소재를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냄으로써 그 아이러니를 해결해 가고 있다. 아주 영리한 방법이다.

수다 포인트
– ‘야, 대리’에서 ‘강유정’ ‘유정이’로. 김춘수님은 말씀하셨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고.
– 부모님께서 경영하시는 식당에 세연(이다희)을 데리고 오면서 편하게 밥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니. 도훈씨, 엄마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 아닙니까?

글. 김진희(TV리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