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메디컬 탑팀’, “이제와 새삼 ‘닥터 하우스’가 되려고 하십니까”

메디컬 탑팀
MBC ‘메디컬 탑팀’ 5회 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태신(권상우)과 주영(정려원)을 비롯한 탑팀은 어렵사리 범준의 위기상황을 넘기지만, 발생한 증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탑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태신은 홀로 다른 진단을 내리고, 이에 따르는 처방을 주장한다. 하지만 탑팀의 다른 팀원들은 승재(주지훈)의 의견을 따르고, 태신은 독단적으로 자신의 진단에 따른 투약을 처방한다. 다행히 태신의 처방에 따라 범준은 무사히 깨어난다. 한편 은바위(갈소원)는 급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지고, 폐 이식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태신은 또 한 번 홀로 은바위의 ‘생체 폐 이식’을 주장한다.

리뷰
난데없이 미국 의학드라마 ‘Dr. House(닥터 하우스)’의 향기로 가득한 한 회였다. 마치 태신(권상우)이 ‘천재 의사’임을 주지시켜야 한다는 강박에라도 시달리는 듯, 혹은 잠시 주영(정려원)과 승재(주지훈)에게 넘어간 주도권을 되찾기라도 해야 한다는 듯 ‘메디컬 탑팀’은 극의 모든 갈등과 흐름, 해소까지 다소 무식한(?) 방법으로 태신에게 짐을 떠넘겼다. 덕분에 ‘메디컬 탑팀’은 애초 ‘최고의 협진팀’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무색하게 태신의 원맨쇼가 되었고, 탑팀의 남은 팀원들은 순식간에 그의 천재성에 박수를 보내는 들러리 혹은 평범한 의사로 전락했다. 환자의 안위 따윈 상관 없이 지적 호기심 충족을 위해 희귀 질환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괴팍한 의사 ‘하우스’와 그를 싫어하면서도 그의 능력에 따를 수 밖에 없는 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Dr. House(닥터 하우스)’의 한 에피소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메디컬 탑팀’은 애초 공표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흔들었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어차피 의학 드라마를 만들 의도였다면, 수사물 방식을 차용하며 ‘의학’ 그 자체를 중심에 둔 ‘Dr. House(닥터 하우스)’의 영역을 어느 정도 끌어오는 것 또한 ‘메디컬 탑팀’이 살아남기에 나쁜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메디컬 탑팀’이 ‘협진’을 목표로 하는 팀이며, ‘하우스’처럼 태신을 중심으로 독단적인 한 사람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 캐릭터 간의 시너지가 중요한 드라마라는 점이다. ‘메디컬 탑팀’은 첫 회부터 ‘탑팀’의 중요성을 그토록 역설했으면서도, 종래에는 태신의 천재성에 기대 환자를 치료하고 ‘해결사’ 한 명으로 에피소드를 종결지어 버렸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갈등 해결 방식은 타이틀 롤인 ‘탑팀’의 존재 이유마저 흔들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메디컬 탑팀’이 태신이 희귀 질환을 드라마틱하게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긴장감과 갈등을 만들어 내며 ‘Dr. House(닥터 하우스)’가 보여준 재미를 드러내려 욕심을 부리면서도, 기존 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를 새로이 엮어 내는 데에는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4회를 통해 해 온 이야기와 새롭게 시작한 이야기들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면서, 극은 군데군데 엉성한 모습을 띠게 됐고, 전문적인 영역을 다룬 의학 드라마라 하더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드라마의 짜임은 허술하게 구성됐다.

현재 ‘메디컬 탑팀’ 속 이야기들은 무의미하게 나열되고 있으며, 캐릭터들은 급격히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던 환자 송범준의 이야기는 급작스럽게 종결되며, 초반 주요 갈등을 이끌었던 캐릭터치고는 허무하게 소모됐다. 이두경(김성겸) 회장은 한 기업을 이끌어 왔다고 하기에는 너무 쉽게 회사의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모습으로 이미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의뭉스러운 속내를 가진 혜수(김영애) 또한 용의주도하게 일을 꾸리는 사람치고는 경솔한 모습으로 태신을 대한다. 이미 진작에 들러리가 된 탑팀의 다른 팀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 최소한의 암시도 없고 캐릭터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장면들은 계속해서 등장했다. 태신은 끊임없이 ‘사람’과 ‘환자’를 부르짖는다. 하지만 ‘메디컬 탑팀’에는 그 어떤 사람의 이야기도, 환자의 이야기도 없다. 끊임없이 ‘사건’과 ‘환자’와 ‘질환’과 ‘수술’을 나열해 나갈 뿐이다.

엉성한 극의 흐름과 갑작스럽게 변한 ‘메디컬 탑팀’의 역할에 드라마의 근본이 뒤흔들렸다. 문제는 재설정 된 방향이 과연 무리가 되더라도 ‘메디컬 탑팀’에게 ‘좋은 약’이 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기초 체력이 없는 한, 환자에게는 약을 투약해도 그 약을 환자가 ‘약’으로 받아 버텨내지 못한다. 결국 지금 ‘메디컬 탑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모든 것을 드라마틱하게 반전시킬 수 있는 ‘초강력 항생제’가 아니라 그 모든 약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기초 체력’이다. 벌써 극의 20%를 써 내려간 ‘메디컬 탑팀’. 과연 ‘기초 체력’을 쌓아 다시 시작해 낼 수 있을까.

수다 포인트
– 처절한 태신의 절규 속에서도 피어나는 ‘th’ 발음…
– ‘닥터 하우스’가 되시려면, 일단 환자의 심리 따위는 아랑곳 않는 나쁜 의사가 되셔야 합니다. 자고로 나쁜 남자가 섹시하거든요. 울면 재미없어요.

글. 민경진(TV리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