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퍼퓸’ 신성록 “성공적인 로코 첫 도전···내 안에 로맨틱 있다”

[텐아시아=우빈 기자]

지난 23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퍼퓸’에서 서이도를 연기한 배우 신성록. /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배우 신성록의 연기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지난 23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퍼퓸’을 통해 악역뿐만 아니라 순정남도 해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신성록은 ‘퍼퓸’에서 천재 디자이너 서이도를 맡아 첫사랑을 29년 동안 기다린 순수한 남자를 연기했다. 작품마다 악인만 맡아 악역 이미지가 굳어진 그에게 로맨틱 코미디는 도전이자 기회였다. 그는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했고, 본 적 없던 남자 캐릭터를 창조했다. 지고지순한 사랑, 소년 같은 순수한 모습은 신성록의 재발견이었다. 스스로도 “성공적인 장르 변경”이라고 말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25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신성록을 만나 드라마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10. ‘퍼퓸’이 시청률로 대박이 난 작품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 주연을 맡았기에 남다른 감정일 것 같다.
신성록 : 즐거운 경험이었다. 처음 해보는 장르였기 때문에 새로웠고, 나의 또 다른 모습도 찾게 된 것 같아서 즐거웠다. 뮤지컬에서는 로맨스를 했지만 드라마로는 자상하고 다정한 모습을 못 보여드렸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10. ‘퍼퓸’의 서이도가 특별해 보였던 건 보통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가지는 설정들, 예를 들면 순애보나 지고지순한 모습들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주연 배우들도 있었지만 사실상 원톱 주연이라는 말도 나왔다.
신성록 : 알고 한 건 아니지만 공감된 부분도 있었다. 종방연 때 최현옥 작가님께 농담으로 ‘서이도는 보통 여자주인공이 하는 역할인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퍼퓸’이 겉으로 봤을 땐 여성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서이도의 이야기를 쓴 거라고 하시더라. 서이도의 이야기를 한 거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하셨다.

10. 주연을 맡으니 서브 주인공을 맡았던 작품과 다른 점이 있던가?
신성록 : 다른 건 크게 모르겠다. ‘주인공이니 이렇게 연기해야겠다’가 아니라 내가 해오던 방식 중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것 중 좋은 부분만 가져오며 연기를 해왔다. 전작인 ‘황후의 품격’도 그랬고 ‘리턴’이나 ‘별에서 온 그대’도 다 같은 마음이었다. 드라마를 하면서 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많은 분들이 익숙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마음처럼 된 건 아니지만 계속 그렇게 하려고 했다. 무대에서 배우가 연기를 과연 덜 할 수 있을까. 더하긴 해도 덜 할 순 없을 것 같다. 물론 내가 못했던 적도 있었을 거다. 그건 잘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것일뿐 나는 매번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10. 그동안 해왔던 작품 속 캐릭터가 악했기 때문에 악역 이미지가 강했다. ‘퍼퓸’을 통해 이미지 변신도 노렸을 것 같은데.
신성록 : 작품 제의가 왔을 때 기회가 왔으니까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로맨틱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으면 대중들은 모른다. ‘퍼퓸’에서 내가 연기를 잘했다는 게 아니다. 시청자들은 나의 로맨스 연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관심이 없고 잘 모르지 않나. 사실 내가 나이가 있기 때문에 언제 젊고 로맨틱한 캐릭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웃음) 또한 서이도의 대사들이 유니크해서 다르게 표현할 수 있겠다, 뻔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로코를 하니까 그렇게(순정남) 생겼다고 하는 분들이 계신다. 악역을 했을 때는 못 들었던 말이다. 내 안에 그런 면이 있었나 보다. (웃음)

신성록은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상상하는 건 즐겁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고민 자체가 재밌다”고 말했다.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10. 서이도가 예민한 천재 디자이너라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호흡과 대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들었다. 연기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은?
신성록 : 서이도는 화술이 남다른 인물이다. 쏟아붓는 대사가 많았기 때문에 속도감을 줬다. 서이도를 연기하면서 발성의 문제점을 찾았고, 원래도 발음에 신경을 썼지만 그 부분을 공부하면서 더 신경 썼다. 내 장점을 보여주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하면서 연기했다. 보완하다 보니 연기가 편해지고, 소리나 표현들이 다양해졌다. 덩달아 감정도 다앙해지더라.

10. ‘황후의 품격’을 하면서 체중을 줄였는데 ‘퍼퓸’을 위해 7kg을 또 감량한 이유는?
신성록 : 작품을 하지 않는 비수기에는 술도 마시고 먹고 싶은 음식도 먹는다. 그러다 일이 들어오면 확 뺀다. ‘황후의 품격’은 노출하는 장면이 있어서 당연히 뺀 거였고 ‘퍼퓸’ 같은 경우는 디자이너고 예민한 설정이라 더 감량했다.

10. 작품을 통해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갈증이 있는 것 같다.
신성록 : 그렇다. 갈증은 늘 있다. 전작과 똑같거나 다른 배우들과 비슷한 연기만 계속한다면 시청자들이 내 연기를 보고 싶을까? 편하고 비슷한 연기만 찾다보면 그렇지 않을 거다. ‘신성록 작품 찾아봐야지’ ‘신성록 나오니까 재밌겠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대본을 볼 때 어떻게 새롭게 표현할까 고민한다. 그런 고민을 해야 배우 생활을 할 수 있고, 내 연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10. 본인만의 작품 선택 기준이 있나?
신성록 : 차별화다. 이 캐릭터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지, 어떤 차별화가 있는지 생각하는 편이다.

10. 상대역이었던 고원희, 하재숙과의 호흡은 어땠나?
신성록 : (하) 재숙 누나와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워낙 잘하는 분이시라 말이 필요가 없다. 고원희 씨는 나이에 맞지 않게 유연한 배우이고 스펀지 같은 친구다. 갑자기 나온 아이디어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내가 20대 때는 그렇게 못 했다.

10. 로맨틱 코미디 도전이 성공적이었다. 다음에는 어떤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가?
신성록 : 가능하다면 장르물도 해보고 싶다. 의학드라마도 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기회가 안 오더라. 다 해보고 싶다.

신성록은 “‘퍼퓸’과 같은 기적의 향수가 와도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없다. 지금이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10. 드라마와 뮤지컬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멈추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특별한 이유나 원동력이 있다면?
신성록 : 가장의 책임감 때문에 일하느냐는 의견도 있는데 나는 총각 때도 그랬다. 그냥 갈증이고 쉬는 법도 잘 모른다. 솔직하게 말하면 계속 연기해야 안 떨린다. 매번 새로 적응하려면 어렵지 않나.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한다.

10. 슬럼프도 있었나?
신성록 : 남자 배우들은 입대를 앞두고 불안감을 느낀다. 나도 군대에 가기 전에 신성록 하면 떠오르는 작품을 남기고 싶었다. 근데 내가 특별한 재능도 없는 것 같고, 실력도 늘지도 않고 비슷한 역만 맡으니 다른 배우들에 비해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 슬럼프가 왔다. 그러다가 ‘누구보다 잘해야 잘하는 건가?’ ‘원하는 값을 내가 정해 놓고선 못하면 패배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결국 행복하게 살자, 즐기면서 살자고 생각했다. 나를 찾아주는 작품에서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하니 실력도 좋아졌고 얼굴도 좋아진 것 같다. 내 전성기를 40대로 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하하.

10.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고 싶은가? 
신성록 : 하나의 이미지는 절대 되고 싶지 않다. 역할을 다양하게 소화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10. ‘퍼퓸’이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신성록 : 시간이 더 지나야 알 것 같은데, 단순하게 말하자면 첫 로코. (웃음) 밝고 재밌으면서 사랑하는 연기를 원 없이 해본 작품이다. 사실 서이도를 연기하는 건 내게 미션이었다. 배우로서 발전할 수 있는 캐릭터였고, 그동안 해왔던 역할과 달랐기 때문에 새로운 부분을 보여줬던 작품이다. 다들 좋은 말을 해주셔서 저한테는 성공적인 장르 변경이지 않았나 한다.

10. 시청자들에게 ‘퍼퓸’이 어떤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하는지?
신성록 : ‘퍼퓸’이 나에게는 동화 같았던 작품이다. 서이도의 지고지순한 사랑이나 드라마 속 에피소드가 최고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보는 분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따뜻하고 즐겁게 흘러갔던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