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이슈] ‘나랏말싸미’ 역사왜곡·세종 폄훼논란…불매운동까지 벌어져

[텐아시아=김명상 기자]

영화 나랏말싸미 스틸컷

한글창제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 왜곡·세종대왕 폄훼 논란에 휘말렸다. 일부에서 ‘영화 안 보기’ 운동까지 벌어지면서 개봉 첫날부터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오늘(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네이버·다음 등이 포털에서 네티즌 평점 5점대를 기록 중이다. 네티즌 평점이 입소문을 일으키고 흥행을 좌우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무척 실망스러운 점수다. 높은 공감을 얻은 댓글 중에는 ‘영화라고 그냥 보기엔 불편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영화 나랏말싸미 스틸컷

싸늘한 관객의 반응은 역사왜곡 논란에서 비롯됐다.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대왕과 스님 신미가 만나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일개 스님이 한글 창제를 주도했다는 가설은 흥미로우나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한글 창제의 과정을 지나치게 왜곡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이어진 것이다.

‘신미 한글 창제 개입설’은 불교 고서인 ‘원각선종석보’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 책은 각종 오류로 그 자체가 위작임이 2016년에 이미 드러났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발견 이후 한글은 세종대왕이 혼자서 창제했음이 밝혀졌다. 해례본 정인지 서문에는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처음으로 만드셨다”고 적혀 있다. 따라서 학계에서도 사라진 ‘신미 한글 창제 개입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나랏말싸미’는 출발부터 삐걱댈 수밖에 없었다.

영화 나랏말싸미 스틸컷

감독의 발언도 기름을 부었다.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철현 감독은 “영화에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으나 저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이었다“라고 말했다. 감독 스스로 ‘신미 개입설’을 확신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화 속 세종대왕의 모습도 문제였다. 내용 중 신미가 한글 창제의 주역이 되다 보니 세종대왕이 무능하게 그려진 것이다. 예고편에도 등장하지만 신미가 세종대왕을 향해 “그 자리에 앉았으면 왕 노릇 똑바로 하란 말입니다”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나랏말싸미’ 장면

성왕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이 일개 스님에게 면박당하는 장면에서 거부감을 넘어 실소가 터졌다는 반응이 상당수 나왔다. 영화적 설정이겠지만, 세종대왕이 한국인에게 갖는 권위와 무게감을 생각하면 일반적인 국민 정서를 거스른 장면으로 여겨졌다.

이처럼 역사왜곡 및 세종대왕 폄훼 논란, 연출 문제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영화 안 보기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해례본 등에 기재된 사실을 부정하고 위작으로 밝혀진 서적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상영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 이유다. 또한 최근 일본의 경제공격으로 우리 것을 소중히 하고, 역사를 바로 알자는 분위기가 고조된 것도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개봉 초기부터 각종 잡음이 일고 있는 ‘나랏말싸미’는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한국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역대 임금 중 1위를 독차지하는 세종대왕과 우리 민족의 자부심인 한글의 창제과정을 왜곡했다는 논란은 작품 선택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영화의 작품성, 재미, 감동, 흥행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추이는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나랏말싸미’는 오후 5시 20분 기준 17.3%의 실시간 예매율을 기록하며 2위에 올라 있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