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권이가 이렇게 일찍 갈지 몰랐다” 허허로운 표정들

들국화_ 주찬권

21일 한국 대중음악계의 큰 별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오후 8시 경 들국화 멤버들인 전인권, 최성원은 이미 술이 불콰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들어오는 음악 동료들, 팬들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계속 술을 들이켰다.

맞은편엔 신촌블루스의 리더 엄인호가 앉아 연신 소주를 마셨다. 고인과는 2010년 슈퍼세션으로 활동하며 록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 엄인호는 “찬권이가 이렇게 일찍 갈지 몰랐다”라며 허허로운 표정을 지었다.

영정 속의 주찬권은 인자하게 웃고 있다. 평소 때와 같이 선글라스를 낀 모습이다. 영정 밑에는 고인이 남긴 앨범들의 LP커버들이 놓여 있다. 들국화의 팬클럽, 고인의 친지들은 그런 주찬권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리쌍의 길은 선배들 사이에 다소곳이 앉았다. 얼굴표정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김장훈, 강산에, 김C, 김바다, 신윤철, 크라잉넛 등 후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크라잉넛의 다섯 멤버는 모두 검은색 정장을 입고 빈소에 왔다. 한경록(크라잉넛, 베이스)은 “우리도 만약에 멤버 중 한 명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면 너무나도 슬플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백두산의 유현상, S.L.K 기타리스트 이근형 등 80년대 헤비메탈의 주역들도 자리를 했다. 유현상과 이근형은 오랜만에 만나 자리를 함께 했다. 이처럼 고인의 가는 길은 쓸쓸하기는커녕 뮤지션들의 만남의 장이 됐다.

한 조문객은 “찬권 형님이 운영하시는 클럽에서 술 한잔하기로 약속했는데 아직까지도 고인의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며 “너무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들국화 제2의 전성기를 맞은 행복한 상황에서 저 세상으로 가신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40여 년 간 한국 록을 지켜온 파수꾼이다. 열다섯 살에 처음 무대에 오른 후 1974년 뉴스 보이스, 1978년 믿음소망사랑, 1983년 신중현과 세 나그네 등을 거쳤다. 한국 대중음악계에 찬란한 명반으로 남은 들국화 1집에 세션연주자로 참가해 2집부터 들국화 정식 멤버로 활동했다. 포크 성향의 밴드였던 들국화가 록밴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주찬권의 강한 드럼 연주 덕분이었다. 1988년에는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고 기타를 연주한 솔로 1집 ‘SOLO’을 발표했다. 작년에는 솔로 6집 ‘지금 여기’를 발표하고 들국화를 재결성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하지만 20일 돌연 사망해 세인을 슬픔에 젖게 했다.

주찬권은 최근 들국화의 차기작 녹음을 거의 마친 상황이었다. 들국화 소속사 관계자는 “고인의 유작이 될 들국화의 차기작은 거의 완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발인은 22일 오전 11시 20분이며 장지는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에 마련된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