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욱, “나는 항상 피어나길 기다리는 꽃봉오리였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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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상욱은 노련함을 지녔다. 다양한 역할을 안정감있게 소화하는 디테일한 내공이 그간 비슷한 이미지 속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올 초 케이블TV OCN ‘텐2’에 이어 KBS2 ‘굿닥터’ 31일 개봉하는 영화 ‘응징자’까지 쉼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는 데뷔 16년차인 올해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수려한 외모와 반듯한 이미지로 얻은 ‘실장님 전문 배우’라는 별칭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계속된 연기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드라마 ‘굿닥터’를 마치고 숨돌릴 겨를 없이 왕따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응징자’ (31일 개봉)를앞두고 있는 그에게서 특유의 위트 속에서도 진지한 연기 철학이 묻어났다.

Q. ‘굿닥터’의 여운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을 것 같다.
주상욱: 드라마 끝난 지 열흘 가까이 됐는데 아쉬운 느낌 많다. 배우들끼리 매일 웃고 떠들며 촬영해서 정이 많이 들었는데 이젠 자주 볼 수 없으니 촬영장의 온기가 그립다. 하지만 작품이 더 길어지길 바라진 않았다. 너무 힘들어서(웃음)

Q. 배우들이 보통 의학 드라마를 한 편 하고 나면 방대하고 어려운 대사와 디테일한 연기에 ‘이제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
주상욱: 일상적인 대사가 있는 대본을 보면 이제 어려움 없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굿닥터’는 사실 의학용어와 어려운 수술 장면때문에 1,2회 대본을 보고 ‘와 이걸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많이 했던 작품이다.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텐2’ 막바지 촬영중이었는데 당시 ‘굿닥터’ 대본을 더 많이 봤을 정도였다.

Q. ‘굿닥터’의 박재범 작가가 말하길 ‘김도한은 동생에 대한 트라우마, 조직의 중간자로서의 스트레스, 사랑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감정을 지닌 복합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는데.
주상욱: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복잡한 심리 상태를 어느 정도 계산을 하지만 치밀하게 뭘 해야겠다고 작정하진 않았다. 매 상황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촬영했다. 그런 면에선 대본이 명확했기 때문에 쉬웠던 부분도 있다.

Q. 과장없이 실제로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의사 캐릭터라 시청자들의 몰입이 잘 됐던 것 같다.
주상욱: 작품에 접근하는 방법 자체가 장르물적인 특성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처음에는 그저 ‘진짜 의사같은’ 느낌을 주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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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기할 때 무엇보다 현실적인 분위기를 중요시하나보다.

주상욱: 일단 의사로서의 캐릭터가 구축된 후 성격이나 사랑이 그려지기 때문에 현실적인 접근이 없으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종합병원 의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수술 연습도 많이 했다. 수술대 앞에서 12시간씩 서 있으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더라. 난 체력에 무척 자신 있는 편이었는데도 힘이 들었는데 문채원씨 같은 여배우들은 더 힘들었겠다 싶으니 안쓰럽더라.

Q. ‘굿닥터’에서 결국 좋아하는 여자와 사랑은 이루지 못했는데 외롭지 않았나.
주상욱: 도한은 약혼자가 있는 상황이었고. 삼각관계로 갔으면 그게 더 비현실적이지 않았을까(웃음)

Q. 원래 판타지보다는 현실감 있는 스토리를 선호하는 편인가.
주상욱: 보는 사람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좋다. 판타지도 많은 상상을 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지점을 그린 작품이 좋다. 학교 내 왕따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번 ‘응징자’도 그랬다. 왕따가 사회적 문제로도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직장에서도 이런 일들로 고통받는 사례가 왕왕 있다고 들었다.

Q. 자연스럽게 영화 이야기도 함께 해 보겠다. ‘굿닥터’의 주원도 그렇고 이번 ‘응징자’의 양동근도 그렇고 남자배우들과의 호흡도 꽤 좋은 것 같다.
주상욱:  색깔이 확연히 구분돼 있는 배우들이라 무척 좋았다.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랑 같이 하면 내가 배울 점이 많다. 주원이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순수하게 연기만 생각하고 쉼없이 작품을 할까 싶고, 동근이를 보면 본능적으로 뿜어내는 연기가 대단하다는 걸 느끼곤 한다.

Q. ‘응징자’는 왕따를 당했던 주인공 준석(주상욱)이 성인이 되어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가볍지는 않은 스토리다. 실제 촬영장에서는 어땠나
주상욱: 촬영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명확히 구분하는 편이다. 내가 즐거워야 촬영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 한 신이 끝나고 밥을 먹거나 다음 신을 준비할 때면 항상 먼저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추운 겨울날엔 특히 옹기종기 모여있어야 추위도 덜하다.(웃음) 어두운 분위기라 카메라 밖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응징자’는 영화 성격상 촬영중에는 웃을 일이 한번도 없었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항상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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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능에서는 그런 유쾌한 모습이 많이 엿보이더라.
주상욱: 내 실제 모습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모습이다. 수다 떨기 좋아하고 항상 밝은 느낌을 선호하는 편이고.

Q. 최근 작품 경향을 보면 안전한 선택보다는 변화를 주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다. 올해만 해도 어두운 분위기의 형사에서 현실적인 의사, 왕따로 상처받은 인물까지 변화무쌍하다.
주상욱: ‘실장님 전문 배우’란 얘기 안 들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웃음). 아직도 많이 듣곤 하는 얘기지만 아예 그런 얘기 안 들릴 때까지 해봐야지.

Q. ‘실장님 전문 배우’란 얘기가 개인적으로는 좀 불편한 수식어였나보다.
주상욱: 비슷한 연기를 자주 하다 보니 아쉬움은 있었다.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며 ‘나도 저런 역할 시켜주면 잘 할 수 있는데…’하던 시기도 있었고. 비슷한 역할을 해도 다르게 연기할 수 있는 포인트 같은 걸 조금씩 알 것 같다.

Q. 그럼 이제 ‘실장님’ 같은 역할은 안 하고 싶나 .
주상욱: 아니다. 아예 매끈하고 부티나는 부분이 굉장히 부각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코믹한 콘셉트의 초재벌 역할 같은 거?(웃음) 정말 재밌게 놀듯이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

Q. 수려한 외모 때문에 연기자로서 좀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 적도 있나.
주상욱: 분명히 있긴 하다. 외모로 호감을 얻는 부분은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연기력으로 잘 승화시키지 못하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다. 잘생긴 배우보다는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맞는 거니까.

Q.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지금 연기자로서 전성기가 찾아온 것 같나
주상욱: 나는 늘 활짝 피길 기다리는 꽃봉오리였다.(웃음) 지금같은 기회가 30대 초반쯤 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해보지만,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여건이 펼쳐진 것 같아 기쁘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