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누구나 아는 비밀’, 촘촘한 망을 드리우며 요동치는 감정을 낚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포스터.

아르헨티나에 사는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 분)는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딸 이레네(칼라 캄프라 분)와 아들 펠리페(세르지오 가스텔라노 분)를 데리고 오래간만에 스페인의 고향을 찾는다. 라우라의 남편 알레한드로(리카도 다린 분)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함께 오지 못한다. 마을 잔치처럼 왁자한 결혼식 파티가 열리는 중, 돌연 정전이 된다. 그리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일찍 잠자리에 든 이레네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라우라에게 이레네를 납치한 이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온다. 거액의 몸값과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는 경고까지 덧붙여서. 라우라는 천식까지 있는 딸 이레네를 향한 걱정으로 속을 끓인다. 라우라와 한집에서 자란 친구이자 옛 연인인 파코(하비에르 바르뎀 분)도 이레네를 찾는 일을 거든다. 파코의 아내 베아(바바라 레니 분)는 이런 상황이 영 달갑지 않다. 라우라 가족이 파코를 마뜩잖게 생각하는 것을 알기에.

하루 또 하루가 지나고, 라우라는 형부 페르난도(에두아르드 페르난데즈 분)의 지인인 퇴직 경찰로부터 가족의 사정을 아주 잘 아는 이가 범인일 수 있다는 조언을 듣는다. 가족 안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의심을 품는 상황이 이어진다. 그리고 꾹꾹 숨겨온 과거의 비밀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스틸컷.

‘누구나 아는 비밀’은 제61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제69회 칸영화제 각본상, 제84회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빛나는 이란의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이 4년에 걸친 작업끝에 완성한 각본이다.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다.

이번 작품에서 스페인의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지로 선택한 아스가르 파르하디는 “오랫동안 도시 특유의 소란스러움에서 거리가 먼, 자연과 가까운 작은 마을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다. 등장인물들이 복잡한 상황에 휘말린 단순한 존재라는 것도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2013) ‘세일즈맨’(2016)을 관통하는 시선은 이번 작품에도 걸쳐 있다.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조명한다.

스크린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그 감정을 펼쳐낸다. 실제 부부이기도 한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을 포함해 무려 7편의 작품에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로의 연기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극 중에서 파코가 “시간은 와인에게 성격과 개성을 부여한다”고 하는 대사가 있다. 두 사람의 무르익은 연기에도 적용되는 대사다. 두 사람이 라우라와 파코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매 순간, 관객은 눈짓 하나 손짓 하나에도 몰입하게 된다.

‘누구나 아는 비밀’에서도 아스가르 파르하디는 촘촘한 망을 드리우며 요동치는 인물의 감정을 낚는다.

8월 1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