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실사영화로 ‘살아난’ 디즈니 월드…어른에겐 추억을, 아이에겐 호기심을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알라딘’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일요일 아침 8시면 어린이들은 어김없이 TV 앞에 앉아 7번을 틀었다. 알라딘, 헤라클레스, 인어공주 등 눈과 귀를 사로잡는 만화영화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1992년부터 2001년까지 KBS2에서 ‘디즈니 만화동산’이라는 이름으로 디즈니 만화들을 틀어줬으니 30대라면 공감할 이야기다. 요즘 극장가에서는 이 주인공들이 그야말로 ‘살아나고’ 있다. 디즈니 실사영화를 통해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18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 수는 1억932만 명이고, 이 가운데 외국영화 관객 수는 5244만 명이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캡틴 마블’ ‘토이 스토리 4’ 등 9편으로 3304만 명을 동원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상반기 배급사별 전체 순위 1위에 올랐다.

마블 히어로물이야 전 세계적으로 워낙 탄탄한 팬층을 갖고 있으니, 이들이 ‘대박’을 쳤다고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알라딘’의 흥행은 예상 외의 것이었다. 박스오피스 2위로 시작해 개봉 3일째 1위에 올랐지만, 곧 ‘기생충’에게 1위 자리를 내줘야했다. 하지만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개봉 24일 만에 1위로 역주행했다. 신작이 아니라 기존 개봉작의 이런 추세는 쉽게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개봉 53일째 ‘알라딘’은 천만영화에 등극했고, ‘겨울왕국’까지 뛰어넘으며 역대 외화 흥행 5위에 올랐다.

4DX나 싱어롱 등 특별관람을 즐기는 관객들의 N차 관람도 이어졌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안기며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알라딘’ 흥행의 큰 요인이었다. 영화에서 알라딘과 자스민이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를 부르며 양탄자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날 때 관객들도 반짝이는 별이 수놓아진 하늘을 함께 날면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1992년 개봉했던 애니메이션를 바탕으로 했지만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해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준 것도 관객들의 지지를 받았다. 제목을 ‘알라딘’이 아니라 ‘자스민’으로 해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당하고 진취적인 자스민 공주의 활약이 눈에 띠었다. 자스민을 연기한 나오미 스캇은 디즈니 공주를 연기한 역대 배우들 가운데 가장 싱크로율이 높다는 극찬을 받을 정도고, 영화 내내 그의 미모를 보는 것만도 시간이 부족할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영화 ‘라이온 킹’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실사영화의 시작은 2015년 개봉한 ‘신데렐라’였다. 우아하고 화려한 중세 유럽과 캐릭터들의 모습이 볼거리를 선사했다. 성적(71만6491명)은 다소 아쉬웠지만 어린 시절 간직하고 있던 디즈니 공주에 대한 환상을 자극했다. 이어 2016년에는 ‘정글북'(253만7438명), 2017년에는 ‘미녀와 야수'(513만8330명)가 개봉했다. ‘미녀와 야수’에서는 엠마 왓슨이 벨 역을 맡아 더 입체적인 캐릭터의 면모를 살려냈다.

지난 17일 개봉해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라이온 킹’은 ‘정글북’의 존 파브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웅장한 초원, 털 한 올까지 생생한 동물들의 모습은 흥미롭지만, 표정이나 말을 하는 입 모양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 동물들의 ‘감정’이 와 닿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너무나 실제 같은 동물의 모습 때문에 심바, 날라, 무파사, 사라비 등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평도 나온다. 그래도 티몬과 품바가 ‘하쿠나 마타타’를 외칠 때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고, 심바가 스카를 몰아내고 프라이드 랜드의 왕에 올랐을 때 뭉클함이 밀려온다. 세계적입 팝스타 비욘세(날라 역)의 목소리 연기와 아름다운 노래를 듣는 재미도 있다.

디즈니 실사영화의 흥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가족 단위 관람이 가능하고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익숙하고 친숙하기 때문”이라며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해 높아진 기술력으로 스토리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유리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마다 음악, 의상, 기술적 효과 등 특정 장점을 부각시키는 마케팅도 한몫한다”고 덧붙였다.

개봉 예정인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할리 베일리. /사진제공=디즈니

디즈니는 오는 10월에 ‘말레피센트2’를 선보인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마녀를 재해석해 내놓는 실사영화다. 2020년에는 ‘뮬란’, 2021년에는 ‘인어공주’의 실사영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뮬란’에는 중국 배우 유역비가 캐스팅됐는데, 출연배우가 직접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에 관객들은 실망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인어공주’에는 미국 알앤비 듀오 클로이 앤 할리의 멤버 할리 베일리가 낙점돼, ‘흑인 인어공주’의 탄생을 알렸다. 일부 관객들은 ‘흑인 인어공주’에 대해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디즈니는 “가엽고 불행한 영혼들”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원작의 감동을 깨지않으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춘 스토리,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캐릭터 등 디즈니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논란과 화제가 된다는 건 이미 전 세계 관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갖고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