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간다, 방송가를 주름잡는 DJ의 매력 “그것이 알고 싶다”

2013년 가을, 모 방송국 촬영장.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방청객들 사이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무대 중앙에 자리한 이들은 연극 무대를 방불케 하는 목소리 연기와 상황극을 펼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을 맡은 유희열과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의 컬투(정찬우 김태균), 그리고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사냥’의 성시경이었습니다. 그들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스트는 물론이고, 사연을 보내온 시청자, 더 나아가 객석에 자리한 방청객과도 묘한 교감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핫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건 바로 그들이 라디오 DJ 출신이라는 것. 가수, 개그맨 등 시작은 달랐지만, 이들은 모두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던 DJ 출신이라는 점과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방송계에 진출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텐아시아가 방송가를 주름잡는 DJ 출신의 방송인 유희열, 컬투, 성시경의 실체를 분석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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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이 1994년 1집 앨범 ‘내 마음속에’로 데뷔한 그룹 토이의 멤버라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객원 보컬 체제로 운영되는 토이에서 유희열은 보컬, 키보드, 작곡을 담당하며 ‘여전히 아름다운지’,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좋은 사람’, ‘뜨거운 안녕’, ‘그럴 때마’ 등 다수의 히트곡을 쏟아내며 199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그런 유희열은 지난 2008년 4월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의 DJ로 발탁되며 활동영역을 넓혔습니다. 2011년 11월 6일 마지막 방송을 하기까지 4년간 숱한 명언을 만들어내며 인기 DJ로서 새벽에 잠 못 드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안정적인 진행능력과 음악성을 인정받아 방송가로 넘어온 유희열은 ‘이하나의 페퍼민트’의 후속으로 편성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은밀한 욕망을 꺼내놓기 시작합니다. ‘매의 눈’, ‘감성변태’ 등의 수식을 얻은 유희열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종잡을 수 없는 19금 개그를 선보이며 MC 영역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근 유희열은 ‘섹드립’의 최강자로 불리는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의 고정 크루로 합류하는가 하면,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 뮤지션으로 출연해 자신의 내밀한 욕망과 함께 선홍빛 잇몸을 마음껏 드러내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새로 잡은 ‘감성변태’ 캐릭터에 다년간 DJ 경험이 만든 게스트, 청중과의 소통, 진행 능력을 더하는 것. 이것이 2013년 핫 아이콘으로 떠오른 유희열의 인기비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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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녕하세요’의 근원에는 컬투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를 기획한 KBS 이예지 PD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전국노래자랑’ MC가 되고 싶다는 컬투의 이야기를 듣고 ‘전국고민자랑’ 형식의 ‘안녕하세요’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일찍이 컬투는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를 통해서 두터운 팬덤을 확보한 인기 DJ이었습니다. 개그맨이자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라디오를 만나 개그맨이 아닌 DJ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포맷을 차용한 ‘안녕하세요’에서는 컬투의 능력이 더 두드러집니다. 김태균은 천의 목소리를 통해 임산부부터 꼬마 아가씨까지 다양한 사연을 재해석해 내고, 정찬우는 특유의 순발력과 직설화법을 통해 방송에 깨알 같은 재미를 더합니다. ‘안녕하세요’의 연출을 맡은 KBS 한동규 PD는 “정찬우와 김태균은 서로 스타일이 다르지만, 둘의 호흡이 좋아 시너지효과가 상당하다”며 “사연이 적힌 대본을 미리 주지 않는데도 즉석에서 감정연기를 펼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최근 컬투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MBC ‘컬투의 베란다쇼’의 진행까지 맡으며 농익은 진행능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습니다. 시청자 참여형식의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추세에 따르면 앞으로 컬투가 설 무대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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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FM4U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의 DJ 성시경도 최근 방송에 뛰어들어 예능계 블루칩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잘 자요”라는 멘트로 늦은 밤 여심을 녹였던 ‘발라드계의 황태자’는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사냥’을 만나 ‘욕정발라더’라는 수식을 달고 19금 개그계의 유망주로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마녀사냥’의 소코너 ‘너의 곡소리가 들려’를 보면 이런 성시경의 DJ 경험이 두드러집니다. 질펀한 눈빛으로 ‘나쁜 옆집 오빠’처럼 야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여자로, 때로는 화가 난 남자친구로 주어진 사연을 맛깔나게 소화해내며 “과연 DJ 출신답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마녀사냥’의 김지윤 작가는 “성시경은 이원생중계나 사연만 보고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맞힐 만큼 감이 좋다”며 “사연자나 방청객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그를 치켜세웠습니다. ‘마녀사냥’ 이후 라디오에서도 ‘마녀사냥’의 버릇이 나와 청취자들을 상담할 때 곤혹스럽다고 말하는 성시경. 어쩌면 그에게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지금이 방송인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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