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현장] 김성령·안재욱·손정은 합류한 ‘미저리’…달라진 캐스팅, 새로운 맛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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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뢰 연출가(왼쪽부터), 배우 안재욱, 길해연, 김상중, 김성령, 손정은, 고인배. / 서예진 기자 yejin@

연극 ‘미저리’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2~4월 국내에서 처음 공연된 후 1년 3개월 만이다. 초연 연출을 맡았던 황인뢰 감독과 배우 김상중, 길해연이 또다시 호흡을 맞추고 배우 김성령과 안재욱, 손정은 MBC 아나운서 등이 새 얼굴로 합류했다.

1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미저리’ 프레스콜에서 일부 장면이 시연됐다. 이 연극은 미국의 작가 스티븐 킹이 쓴 소설 ‘미저리’를 각색한 작품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폴 셸던이 새 작품을 탈고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그런 그를 애니 윌크스가 구해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폴의 열성팬 애니의 광적인 집착을 긴박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1990년 영화로 제작된 ‘미저리’에서 폴 역은 제임스 칸이, 애니 역은 캐시 베이츠가 맡아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배경과 공간에서 펼쳐지는 영화와는 다르게 연극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폴과 애니, 보안관 버스터의 심리전이 관람 포인트다. 초연보다 공연 시간은 짧아졌다. 흐름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일부 장면을 덜어냈고, 음악을 다양하게 활용해 극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황인뢰 연출가는 “아주 특별하게 달라진 건 없지만 두 번째 공연인 만큼 연출하는 입장에서 변화를 모색했다. 가장 먼저 고민한 게 캐스팅인데, 김성령과 안재욱, 손정은 등이 합류했다. 보안관 역은 남녀 배우가 번갈아가며 연기하는데,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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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재욱(왼쪽), 김성령. / 서예진 기자 y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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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상중(왼쪽), 길해연. / 서예진 기자 yejin@

김상중과 길해연, 김성령, 안재욱은 프레스콜에서도 파트너를 바꿔가며 주요 장면을 보여줬다. 같은 역할이지만 배우에 따라 색깔과 극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길해연이 표현하는 애니는 우악스러웠고, 김성령은 차분한 가운데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냈다. 김상중은 묵직했고, 안재욱은 편안하게 극을 이끌었다.

지난해에 이어 폴 역으로 열연을 펼치는 김상중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삭제된 장면이 있다. 음악도 배우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많이 나온다. 연극이면서 영화와 드라마 같기도 한 점이 초연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길해연 역시 “또 한 번 출연할 기회가 주어져서 기뻤다. 작품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면서 “지난해에는 애니의 외로움에 초점을 두고, 관객들에게 공포와 불안함을 조성했다. 이번에는 애니의 내밀한 면과 과정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김성령, 안재욱과 연기 호흡을 맞추는 거다. 배우의 조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김상중, 길해연은 이미 지난해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터라 관객들의 관심은 새로운 얼굴인 김성령, 안재욱에게 쏠린다. 두 사람은 각각 5년과 5개월 만에 무대에 복귀한다.

2014년 연극 ‘미스 프랑스’ 이후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김성령은 “운명처럼 황인뢰 연출가가 출연 요청을 해서 망설이지 않고 시작했다. 대사가 많아서 외우는 데 힘들었다. 초연 배우들은 이미 외운 상태였고, 안재욱도 굉장히 빨리 외웠다. 전체 대본 연습을 할 때 쫓아가지 못해서 부담감이 컸는데, 덕분에 어떤 작품보다 빨리 대사를 외웠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폴을 침대 위로 올리고 몸을 쓰는 장면도 많다. 부딪히고 넘어지면 멍이 들고 관절이 아프다. 탈 없이 공연을 마치는 게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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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길해연(왼쪽), 김성령. / 서예진 기자 yejin@

황인뢰 연출가는 이날 프레스콜에서 “김성령을 기대해도 좋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어느 소설가가 쓴 ‘가득찬 비어있음’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김성령에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얼핏 보면 어설프게 보이지만 의외로 가득 차 있다”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김성령이 무대 배우로서 뭔가를 한 번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기대를 한껏 높였다.

안재욱은 지난 2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출연 중이었던 뮤지컬 ‘영웅’ ‘광화문 연가’에서 하차하고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5개월 만에 ‘미저리’로 다시 관객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안재욱은 복귀 소감에 대해 “죄송하고 부끄러워서 일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더라. 앞으로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앞서 두 작품에서 하차하면서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했다. 새로운 작품에 출연하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성실한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복귀가) 이르지 않느냐는 질타도 받지만 숨어서 피하면 답이 없을 것 같아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보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미저리’라는 소중한 기회를 잡았다는 안재욱은 “연습 때도 집중하면서 준비했다. 재학 시절보다 더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황인뢰 연출가는 “극적 긴장이 후반으로 갈수록 고조될 수 있게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보강했다. ‘미저리’는 스릴러로 대표되는 작품이지만 사랑에 대한 또 다른 형태를 담고 있다. 관객들이 극장에 갇혀 있는 것 같은 상태에서 충분히 즐기다가 상쾌한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신경썼다”고 밝혔다.

‘미저리’는 오는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