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응답1994’, 차갑던 서울 사람도 알고보면 뜨뜻하기도 하네요.

'응답하라 1994' 화면

‘응답하라 1994’ 화면

tvN ‘응답하라 1994’ 1회 2013년 10월 18일 오후 8시50분

다섯줄 요약
마산에서 막 올라와 신촌하숙을 연 나정이(고아라)네. 옆집 여자는 조금만 시끄러워도 달려와 유난을 떨고, 귤 한 박스를 사도 제일 위에 있는 것들만 큼직해 이건 뭐 “귤도 시골사람 무시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상민 선수 빠순이인 나정이에게는 그래도 오빠 땀 닦은 손수건을 챙길 수도 있는 서울에 온 것이 다행이다 싶지만, 대부분의 비서울사람(시골사람 아님)들에게 처음 서울 땅에 자신의 발을 내려놓는 일은 예상보다 더 힘든 일이됐다. 이날 막 상경한 삼천포(김성균)의 서울역에서 신촌까지의 여정은 특히나 더 고단했다. 2호선 환승법을 사무치게 배우고, “서울 참 넓죠?”라는 능구렁이 택시 아저씨에게 당하더니, 결국은 경찰서에까지 끌려간다. 자신보다 먼저 도착한 엄마의 이불을 보니 눈물이 핑 돌 지경이다.

리뷰
다시 소환된 1990년대. 이제는 1994년이다. 사람도 도시도 낯설기만한 서울에서의 삶을 새로 시작한 촌놈들의 이야기다.

서울시민은 되었지만 아직 서울사람은 되지 못한 촌놈들에게 빌딩숲같은 서울은 삭막하다. 용기를 내 어색한 서울말로 길을 물어 보아도 무표정하고 무심한 사람들의 입에서는 두 마디 이상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런 서울 사람들의 어디가 좋아 우리는 기어코 차가운 서울땅으로 와버렸을까.

로이킴이 부르는 ‘서울 이곳은’의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라는 가사가 보는 것도 힘들었던 상경을 마친 삼천포의 표정을 감돌았다.

그러나 알고보면 서울 사람들의 가슴도 뜨뜻한(따듯한) 구석이 있다. 마산의 나정이네도, 삼천포도, 그리고 순창 아닌 순천에서 온 해태(손호준)도, 여수에서 온 윤진(도희)도 언젠가는 알게 될 일들이다.

아무래도 ‘응답하라 1994’는 전작 ‘응답하라 1997’의 그림자를 벗고, 결국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게 될 것 같다. 이 올망졸망 하숙생들의 상경 이야기는 1994년의 온도, 정서를 온전히 소환해내 그것을 그리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아라도 정우도 이들과 나이차이가 제법 난다는 1980년생으로 스무살을 연기하는 배우 김성균도 ‘응답하라 1994’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는 나정, 쓰레기, 삼천포로만 보였다.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대한 감상은 공감이라는 두 단어로는 부족하다. 마치 나의 옛 일기장을 들춰보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 벌써부터 이들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수다포인트
: “한번만 잠깐만 1분만”이라고 해놓고 “불꺼라”로 말하는 현실 돋는 오빠! 이것이 진정한 리얼 브라더 앤 시스터죠!
: 신촌 그랜드 백화점에서 독수리 다방까지 택시비 2만원 나오게 달린, 날강도 택시 아저씨! 마지막 100원까지 받으셔야 했나요!! ㅠ_ㅠ 촌놈 마음은 찢어집니다!
: 그런데 마지막 ‘그분’ 사진은 이번에도 장광 선생님이 활약하셨나봐요?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