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스껫 볼’ 곽정환PD “일제시대와 현대는 많은 부분 닮아있어”

곽정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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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의 혼란스러웠던 상황과 지금의 시대는 많은 부분 닮아있어요”

‘일제시대와 농구의 만남’ 독특한 소재만으로도 기획 단계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tvN 드라마 ‘빠스껫볼’이 21일 베일을 벗는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리기 직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KOREA’라는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8강 신화를 쓴 1948년 농구 대표팀의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움막촌 출신의 농구 스타 김산(도지한)과 친일파의 딸이자 신여성인 기자 최신영(이엘리야)의 로맨스도 극의 재미를 견인하는 요소다. KBS2 ‘한성별곡’ ‘추노’ 등 시대극에 집중해 온 곽정환 PD는 tvN으로 이적 후 첫 작품도 시대물을 선택했다. 세대 간, 계급 간 갈등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 시기에 드라마를 통한 공론의 장을 펼쳐놓고 싶다는 곽 PD의 연출 의도를 들어보았다.

Q. 일제시대라는 배경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곽정환 PD: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항상 일제시대를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 부족하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식민지 상태라는 게 얼마나 단순한가. 하지만 실제 그 시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친일이라는 부분도 항상 논란이 있는 지점이고. 그런 논쟁적인 부분이 어쩌면 매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는 현대 사회와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가치관의 혼란 상태에 놓여있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클 것이란 생각에 기획하게 됐다.

Q. 구체적으로 드라마를 통해 어떤 문제의식을 논의해보고 싶나.
곽정환 PD: 어떤 사건과 인물에 대해 판단할 때 종종 흑백논리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맺게 되는 관계는 결코 간단명료하지 않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기도 하고 가장 가까운 이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결국 삶과 사랑, 더 나아가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가장 가까운 대중문화이지 않나. ‘빠스껫 볼’ 속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빠스껫 볼’에서 보여지는 식민지 상태에서 벌어지는 계급 문제는 오늘날 사회에도 대입해 볼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곽정환 PD: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개인은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각자 처해있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문제에서 출발해서 사회에 대해 알게 되고 관계와 사회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극중 인물들의 처지와 여건 속에서 이야기를 출발하면서 점차 확장해가는 게 가장 솔직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Q. 해방전후사는 한국 역사상 가장 복잡다단했던 시기인데 많은 논쟁적인 요소를 어떻게 펼쳐낼 것인가 .
곽정환 PD: 이 역시 개인적인 부분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주인공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계급문제에 부딪치고 해방이라는 커다란 변혁의 시기에 놓이게 되는데 각자 어떤 선택을 해 나갈지가 화두가 될 것 같다. 미리 말씀드리기보다는 드라마를 통해 봐 달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곽정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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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94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고증은 어떻게 했나.
곽정환 PD: 사실적으로 소개하는 게 좋을지, 재미를 위한 선택을 할지는 창작자로서 항상 고민되는 지점이다.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부분이 오히려 흥미를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1940년대 경성(서울)이 배경인데 무엇보다 대도시의 화려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Q.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CG 작업이 방대하게 이뤄졌다고 들었다.
곽정환 PD: 아마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최대의 CG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세트장을 지어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화려함을 모두 담아내면서 촬영할 여력은 도저히 되지 않아서 미국에서 새로운 장비를 도입해 왔다. 아직 영화 제작 현장에서도 쓰이지 않는 장비라 굉장히 실험적인 시도가 될 것 같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당시의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은데 CG로 밖에 표현이 안 되더라. CG는 잘 쓰면 약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엄청 욕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이다.

Q. 서로 신분의 차이가 있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어떻게 이뤄질 지도 관전포인트인 것 같다.
곽정환 PD: 주인공 강산(도지한)의 역할이 워낙 무겁기 때문에 여주인공은 발랄하고 적극적인 신여성의 모습으로 표현, 전체적인 극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두 사람 모두 신인연기자들의 신선한 강점은 살아있는 반면 폭발력 있으면서도 섬세한 연기력을 지니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기대된다.

Q. 극중 농구 경기 장면 등은 참고해서 촬영한 원작이 있나.
곽정환 PD: 만화 ‘슬램덩크’를 워낙 좋아한다. 아마 10~40대까지 골고루 좋아하는 몇 안되는 작품일 텐데 거기서 몇몇 멋진 경기 장면을 보고 따라서 찍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더라(웃음) 극중 도박 농구를 하는 내용이 나오는 데 그런 모습도 실제 당시 시대에는 없던 허구의 설정이다.

Q. 배우 조희봉이 교사, 호텔 도어맨, 변사 등 다양한 역할로 등장하는 게 마치 연극적인 요소도 있는 듯해서 흥미롭다.
곽정환 PD: 조희봉이라는 배우를 워낙 좋아한다. 이번 작품에서 꼭 함께 하고 싶었는데 역할이 없어 고민하다 조금씩 등장하는 여러 역할을 맡겨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3부까지 무려 17개 역할을 소화했다.(웃음)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tvN